한국의 대표적인 부자동네가 청담동이라면 미국의 대표적인 부촌은 캘리포니아주의 베버리 힐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로스엔젤레스에 둘러싸여 있는 베버리 힐스는 인구가 5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지만 톱스타 및 유명인들을 비롯한 대부호들의 저택이 많이 생기면서 미국의 대표적인 '부자동네'가 됐다. 베버리 힐스는 LA를 비롯해 미국의 서부지역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잊지 않고 방문하는 유명관광지이기도 하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허가가 까다로운 일부 도시들과 달리 베버리 힐스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에도 적극 협조하는 편이라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1990년에 제작된 드라마 < 90210 >은 베버리 힐스의 우편번호를 드라마 제목으로 짓기도 했다. 하지만 베버리 힐스를 배경으로 만든 가장 유명한 작품은 역시 지난 1984년부터 올해까지 40년 동안 4편에 걸쳐 제작된 에디 머피 주연의 코믹액션영화 <베버리 힐스 캅>일 것이다.
  
 <베버리 힐스 캅>은 제작비의 24배가 넘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베버리 힐스 캅>은 제작비의 24배가 넘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현진필름

 
1980~90년대를 대표하는 흑인스타배우

1961년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에디 머피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1980년부터 1984년까지 세터데이 나잇 라이브(SNL)의 고정멤버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1982년 닉 놀테와 함께 < 48시간 >에 출연하며 영화배우로 데뷔한 머피는 < 48시간 >을 통해 골든글로브 신인남우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대역전>, <슈퍼 탱크 작전> 등에서 주연을 맡은 머피는 1984년 <베버리 힐스 캅>이라는 대표작을 만났다.

머피가 범인추적을 위해 베버리 힐스로 오는 디트로이트 경찰 액셀 폴리를 연기한 <베버리 힐스 캅>은 1300만 달러의 제작비로 3억1600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베버리 힐스 캅>은 한국에서도 1985년에 개봉해 서울에서만 25만 관객을 모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베버리 힐스 캅>은 1987년 속편과 1994년 3편까지 제작돼 도합 7억3400만 달러의 성적을 남겼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최고의 흑인배우로 군림하던 머피는 <할렘나이트>와 <부메랑>,<제이제이>,<브루클린의 뱀파이어> 등에 출연했고 1996년 <너티 프로페서>에서는 1인 다역을 소화했다. <너티 프로페서> 역시 5400만 달러의 제작비로 2억73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2000년에는 속편이 제작됐다. 다만 속편은 제작비가 8400만 달러로 늘어나면서 '본전치기(1억6600만 달러 흥행)'에 그쳤다.

2001년 애니메이션 <슈렉>에서 당나귀 목소리를 연기한 머피는 2000년대 들어 흥행에 기복을 보이며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영화 <드림걸즈>에서 R&B 가수 지미 얼리를 연기해 골든글로브와 그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2011년엔 벤 스틸러, 티아 레오니 등과 함께 액션 코미디 영화 <타워 하이스트>에 출연하기도 했다.

코미디언 출신의 머피는 흥행작 역시 코미디 장르가 많아 관객들로부터 '코미디 전문배우'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2016년 드라마 장르의 <미스터 처치>에서는 요리사 역할을 잘 소화했고 웨슬리 스나입스와 함께 출연한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머피는 지난 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베버리 힐스 캅:액셀 F>에서 40년 만에 베버리 힐스로 돌아온 액셀 폴리 형사 역을 맡았다. 

싸이도 샘플링했던 마성의 OST
 
 에디 머피는 <베버리 힐스 캅> 이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흑인배우로 군림했다.

에디 머피는 <베버리 힐스 캅> 이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흑인배우로 군림했다. ⓒ 현진필름

 
사실 호흡이 맞지 않을 거 같은 백인형사와 흑인형사가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포맷의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백인형사가 이야기를 이끌고 흑인형사는 주로 웃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베버리 힐스 캅>은 디트로이트의 흑인형사 액셀 폴리가 자신의 집 앞에서 친구를 죽인 범인을 쫓아 베버리 힐스로 넘어와 종횡무진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사실 <베버리 힐스 캅> 역시 <록키>와 <람보>로 유명한 근육질 스타 실버스타 스탤론이 먼저 캐스팅됐고 실제로 스탤론이 직접 각본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급사 파라마운트 빅처스에서는 진지함보다 웃음에 중점을 두는 형사물을 만들고 싶어했고 코미디언 출신 흑인 배우 에디 머피를 새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그리고 스탤론이 쓰고 있던 각본은 1986년 <코브라>라는 영화로 제작돼 1억6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베버리 힐스 캅>에서는 <탑건>의 OST로 유명한 독일 출신 작곡가 해롤드 팔터마이어가 음악을 담당했는데 이 중 < Axel F >라는 곡이 수시로 등장하며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 Axel F >의 멜로디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매우 익숙한데 바로 싸이가 <챔피언>이라는 노래의 전주에 이 곡을 샘플링했기 때문이다. 2005년에도 스웨덴의 작곡가 Crazy Frog가 < Acel F >를 샘플링해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차트 1위에 올랐다.

<베버리 힐스 캅>은 속편이 제작될 때마다 감독이 계속 교체됐다. 1987년에 개봉한 속편은 <탑건>과 <마지막 보이스카웃>, <맨 온 파이어> 등을 만들었던 '액션 스릴러의 거장' 고 토니 스콧 감독이 연출했다. 1994년에 개봉한 3편의 연출은 에디 머피가 출연한 <대역전>과 <에디 머피의 구혼작전> 등을 만들었던 존 랜디스 감독이 맡았는데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제작비(5000만 달러)가 투입됐지만 흥행성적(1억1900만 달러)은 가장 좋지 않았다.

의외로 능력이 있었던 열혈 신참형사
 
 에디 머피와 좋은 호흡을 보였던 저지 레인홀드는 4편의 시리즈에 모두 출연했다.

에디 머피와 좋은 호흡을 보였던 저지 레인홀드는 4편의 시리즈에 모두 출연했다. ⓒ 현진필름

 
그 흔한 협조공문 하나 없이 휴가를 내고 베버리 힐스로 넘어온 액셀 형사는 범인을 찾기 위해 평화로운 베버리 힐스를 헤집는다. 이에 베버리 힐스의 형사 로즈우드와 타가트는 액셀을 미행하라는 지시를 받는데 베테랑 타가트와 달리 신참형사 로즈우드는 액셀의 열정과 집요함에 동화된다. 영화 중반까지 마음만 앞선 무능한 신참형사였던 로즈우드는 영화 후반 의외의 사격솜씨를 발휘하며 범인을 잡는데 쏠쏠한 활약을 펼친다.

로즈우드 형사 역의 저지 레인홀드는 1980년대 초반부터 배우활동을 시작해 <리치몬드 연애소동>과 <그렘린>,<마법의 이중주>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하지만 레인홀드의 대표작은 역시 <베버리 힐스 캅> 시리즈다. 지난 2015년 곽경택 감독의 <극비수사>에서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던 레인홀드는 <베버리 힐스 캅: 액셀 F>에서도 로즈우드 형사 역을 맡아 에디 머피와 30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베버리 힐스 캅>에서 제니 서머스를 연기한 리사 에일바처는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서 태어난 미국배우로 1982년 리처드 기어와 데브라 윙어 주연의 <사관과 신사>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베버리 힐스 캅>에서는 여주인공 캐릭터를 맡았지만 안타깝게도 코미디 장르였던 <베버리 힐스 캅>에는 러브라인이 거의 없었다. 결국 에일바처는 속편에도 출연하지 못했고 1993년 <라이브 와이어>를 끝으로 배우활동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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