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내용보다 더 많은 화제가 됐던 부분은 정조 역을 맡은 현빈의 사나운 등근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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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말 개봉한 <역린>은 개봉 12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손익분기점을 가볍게 넘겼다. 사실 <역린>의 흥행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다모>와 <베토벤 바이러스>를 연출했던 스타PD <역린>은 이재규 감독의 영화 데뷔작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고 슈퍼스타 현빈의 군 전역 후 복귀작이었다. 여기에 정재영과 한지민, 조정석, 김성령, 조재현, 박성웅 등 나머지 캐스팅도 상당히 화려했다.
하지만 근로자의 날과 주말, 어린이날,석가탄신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의 특수를 온전히 누린 <역린>은 3주 차에 <고질라>와 <인간중독>이 개봉하면서 흥행속도가 빠르게 꺾이고 말았다. 결국 개봉 12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무서운 흥행속도를 보이던 <역린>은 최종관객 384만에 그쳤다. 마치 같은 해 여름에 개봉한 <군도:민란의 시대>와 2017년에 개봉했던 <군함도>를 연상케 하는 빠른 속도의 관객 감소였다.
<역린>의 빠른 관객감소에는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일부 관객들은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정조(현빈 분)의 등 근육이 영향을 끼쳤을 거라 분석했다. 즉위 후에도 많은 견제를 받았던 정조는 침소에서 몸을 키웠는데, 이 장면에서 현빈의 사나운 등 근육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역린>은 초반에 보여준 현빈의 근육을 능가하는 재미를 끌어내지 못하며 '현빈의 등 근육이 전부인 영화'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역린>에는 정조 외에도 어린 시절 광백(조재현 분) 밑에서 형제처럼 지냈던 갑수(정재영 분)와 을수(조정석 분), 즉위 1년 차의 손자 정조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순왕후(한지민 분) 등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역린>에서는 135분의 런닝타임 동안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두 보여주려 했고 이 때문에 이야기가 다소 중구난방으로 진행됐다. 사실 <역린>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역린>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든 '팩션(팩트+픽션)'이기 때문에 실제 역사와는 다른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왕을 '나랏님'으로 부르던 군주제 국가 조선에서 신하들이 왕의 지시에 단체로 불응하는 것은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게다가 공식적으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인 정순왕후와 혜경궁 홍씨(김성령 분)의 갈등은 막장드라마에 나오는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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