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로 낸 골딘(1953~)의 예술과 굴곡진 투쟁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의 작품인데, 영화를 관람하고 번득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다.

낸 골딘과 프리다 칼로. 그들은 살았던 시대와 사회적 맥락을 달리하지만, 각자 사진과 미술이라는 예술 영역을 움켜쥐었다. 더 나아가 개인적 고통에 허물어지지 않고 사회적 불의에 맞선 활동가다.
 
그는 "사진은 삶의 한 방식이며, 존재 방식이다. 그것은 내가 살아남은 가장 가까운 방법"이라고 말한다.

사진으로 연대한 낸 골딘
 
낸 골딘과 가족 영화 '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스틸컷

▲ 낸 골딘과 가족 영화 '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스틸컷 ⓒ 씨네21

 
낸 골딘의 삶과 예술은 사진을 통한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문제의 기록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대표작인 '성적 의존의 발라드 The Ballad of Sexual Dependency'는 1980년대 뉴욕의 하위문화와 약물 남용, 성적 정체성을 카메라 셔터에 반영한 작품이다. 그는 자기 경험의 일부이자 전체를 사진으로 담으며, 약물 남용과 성적 소수자들의 애환에 연대했다.
 
골딘은 특히 오피오이드 위기와 제약회사의 탐욕을 비판하는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PAIN'이라는 단체를 설립해 퍼듀 파마와 같은 제약회사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펼쳤다. 골딘의 저항은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선다. 실질적인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행동으로까지 확장됐다.
 
"나는 아프지 않아. 나는 부서졌어. 하지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행복해."
 
프리다 칼로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신체적 고통과 복잡한 개인사를 화폭으로 승화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와 평생 지속된 육체적 고통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 주제이다. 프리다는 자신의 고통을 초현실적인 화풍과 상징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 어쩌면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이나 고통에 머물 수도 있었지만, 여성의 정체성 확립과 정치적 투쟁으로 나아간다.  
 
프리다 칼로 '부러진 척추'를 그리고 있는 프리다. 영화 <프리다> 스틸컷

▲ 프리다 칼로 '부러진 척추'를 그리고 있는 프리다. 영화 <프리다> 스틸컷 ⓒ 씨네21

 
칼로의 작품은 멕시코 혁명 이후의 정치적·사회적 변혁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프리다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여성의 경험과 권리, 그리고 민족적 자긍심을 대담하게 표현했다. "나는 결코 꿈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나의 현실을 그릴 뿐"이라며 자신의 예술적 철학과 깊은 사유를 강조했다. 이 발언은 그녀의 작품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낸 골딘과 프리다 칼로는 각기 다른 예술 형태와 사회적 맥락에서 활동했지만, 그들의 예술적 목표는 본질적으로 결합된다. 두 사람 모두 개인적 고통을 수반하되 사회적 불의와 공공의 안정으로 향하며 이를 각자의 예술 영역으로 표출했다. 표출은 비단 그 자체로 머무르지 않으며 사회적 변화까지 당당한 걸음으로 나아간 것이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인물의 서사
 
P.A.I.N의 단체 시위 P.A.I.N, 새클러 가문(제약회사)의 악행에 맞서다. 구게하임 미술관. 스틸컷

▲ P.A.I.N의 단체 시위 P.A.I.N, 새클러 가문(제약회사)의 악행에 맞서다. 구게하임 미술관. 스틸컷 ⓒ 씨네21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다큐멘터리다. 골딘이 결합한 이슈의 현장을 주되게 포착한다. 영화의 비선형적인 편집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골딘의 궤적과 예술이 가진 사회적 영향을 폭넓게 조명한다. 이 방식은 골딘의 개인적 경험과 더 큰 사회적 문제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명확히 드러내며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The personal is the political)"라는 캐롤 허니쉬(Carol Hanisch)의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골딘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면서, 그의 작품이 어떻게 사회적 변화를 촉구했는지 강렬하게 전달한다. 골딘의 사진들은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사회적 이슈를 직시하고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개인의 경험이 곧 정치적 행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하며, 예술이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반면, 영화 <프리다>는 전통적인 전기 영화의 구조를 따르면서도, 칼로의 독특한 예술적 스타일을 초현실주의적 요소와 결합한다. 줄리 테이머 감독의 연출은 생동감 넘치는 색채와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 꿈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을 통해 칼로의 그림을 영화 속에 생생하게 구현했다. 프리다의 독창적인 비전과 굳건한 정신을 영화 속에서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영화의 시각적 표현은 칼로의 그림이 가진 강렬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그녀의 내면세계를 깊이 있게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프리다의 예술적 열정과 그가 직면했던 고통, 그리고 이를 초월한 창조적 힘을 강조한다. 테이머의 영화는 칼로의 불굴의 정신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예술이 어떻게 개인의 고통을 승화시켜 보편적인 감동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프리다 칼로는 소망한다. "나의 마지막 외출이 즐겁기를." 그리하여 낸 골딘은 답한다. "현실은 추악하고 냄새나며 단순한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이 작품으로 드러낸 삶의 지향과 철학은 예술이 시대 앞에서 숨죽일 수 없으며, 자의식이 발동하는 원천이자 역동성임을 증명한다. 그래서 공감의 중요성, 예술이 사회적 규범에 도전할 수 있다는 힘, 정의와 평등을 옹호해야 하는 필요성을 자각시킨다. 골딘과 칼로의 이야기와 메시지는 우리에게 현대의 모순에 도전하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창의력, 용기, 연민을 발견하는 일이 누구의 과제인지를 역설적으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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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의 질서를 의문하며, 딜레탕트Dilettante로 시대를 산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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