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천재타자' 김도영이 홈런을 치고도 문책성 교체를 당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뛰어난 타격과 별개로, 수비에서 기본을 잊은 황당한 본헤드 플레이를 저지른 게 원인이었다.
 
7월 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IA가 0-3으로 뒤진 3회말 2사 1, 2루 때 삼성 맥키넌이 타석에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을 당했다. 1, 2루 주자 강민호와 구자욱이 동시에 스타트를 끊었다. KIA 포수 김태군은 공을 3루로 던져 구자욱을 런다운으로 몰아넣었다. 심지어 구자욱은 아웃을 직감한 듯 주루플레이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순간 판단 착오, 홈런으로 '복수'했지만...
 
 6월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더블헤더 1차전. KIA 김도영이 4회말에 선두타자로 나와 한화 류현진의 투구를 통타해 솔로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김도영은 이 홈런으로 20홈런 20도루를 달성했다.

6월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더블헤더 1차전. KIA 김도영이 4회말에 선두타자로 나와 한화 류현진의 투구를 통타해 솔로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김도영은 이 홈런으로 20홈런 20도루를 달성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여기서 김도영이 판단 착오를 저질렀다. 3루에서 공을 받은 김도영은 구자욱에게 다가가는 듯 하다가, 갑자기 1루로 귀루하던 강민호를 보더니 1루를 향하여 공을 던졌다. 서건창은 김도영의 송구를 예상하지못한 듯 공을 한번에 잡지 못하고 잠시 더듬었다. 그 사이 구자욱은 빠르게 3루를 돌아 홈까지 노렸다.
 
당황한 KIA 내야진은 홈으로 송구해 구자욱을 다시 한번 런다운으로 몰아넣었다. 구자욱은 3루로 귀루하다가 수비 커버를 위하여 들어온 KIA 투수 네일과 충돌했다. 심판은 네일이 구자욱의 동선을 가로막았다며 수비방해로 주자의 홈 진루를 선언했다. 삼성은 어부지리로 1득점을 벌었다. 결과적으로 김도영의 잘못된 송구 판단 하나가 나비효과가 돼 치명적인 '수비 대환장 파티'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김도영이 정상적인 런다운 플레이를 펼쳐서 구자욱을 아웃시켰다면 이닝은 그대로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김도영은 구자욱이 아니라 굳이 강민호를 선택했다. 아무리 강민호의 발이 느리다는 것을 감안해도, 런다운의 기본은 일단 선행주자를 잡는 것이 우선인데다 구자욱을 아웃시키기에 충분한 타이밍이었다. 심지어 당시 구자욱은 공을 든 채 접근하는 김도영을 바라보며 주루를 거의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김도형의 어이 없는 실수 하나로 점수차는 0-4까지 벌어졌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대형 SPOTV 해설위원은 "김도영의 선택이 1차적으로 잘못됐다. 1루 주자를 선택하면 안 됐다. 구자욱과 강민호가 같이 걸렸는데 여기서 김도영이 강민호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라며 본헤드 플레이의 원인이 네일보다 김도영에게 있다고 봤다.
 
주루 방해에 대해서는 구자욱의 센스를 칭찬했다. 런다운 상황에서 구자욱은 네일이 바로 앞에 있는 것을 보자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진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큰 충돌이 아니더라도 수비 방해가 선언될수 있음을 염두에 둔 플레이라는 것. 애초에 김도영의 실수가 없었더라면 수비수들이 우왕좌왕하는 상황도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도영은 곧바로 다음 이닝인 4회초에 선두 타자로 나서 삼성 투수 코너에게 솔로 홈런을 뽑아내는 것으로 복수했다. 김도영의 시즌 22호포였다. 심지어 공교롭게도 김도영의 홈런 타구가 날아간 방향은 좌중월로, 바로 전 이닝에서 득점을 뽑아냈던 구자욱의 머리 위를 넘어갔다.

하지만 KIA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의 홈런에도 언짢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범호 감독은 홈런을 친 김도영과 하이파이브도 나누지 않고 굳은 얼굴로 코치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덕아웃에 돌아온 김도영의 얼굴 역시 밝지 않았다. 이어진 4회말 수비에서 김도영은 변우혁과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사실상 수비를 보인 김도영을 향한 문책성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정작 김도영이 빠진 이후 KIA는 뒤늦게 타선이 터지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회 5득점을 몰아치며 9-5로 역전승에 성공했다. 핵심 선수인 김도영을 일찍 교체하고도 역전을 일궈낸 저력은 KIA가 왜 1위 팀인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야구의 미래에게 주어진 성장의 시간
 
이날 김도영의 경기력과, 이범호 감독의 교체 결정에 대한 야구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호타준족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도영은 올시즌 79경기에서 타율 .343 22홈런 25도루 59타점의 맹타를 떠뜨리며 전반기에만 20-20(홈런-도루)을 달성할만큼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30-30 달성과 정규시즌 MVP 후보로까지 유력하게 거론될 정도다.
 
동시에 김도영에게는 '실책왕'이라는 달갑지않은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김도영은 올시즌 19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리그 개인 최다실책 1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리그 1위는 KIA는 실책도 85개로 전체 1위인데 이중 무려 20% 가까이가 김도영의 지분인 셈이다.
 
아무리 김도영이 수비부담이 큰 3루수나 유격수로 뛰어왔음을 감안해도 실책 숫자가 너무 많다. 이미 김도영은 올시즌 '트리플 20(홈런-도루-실책)' 달성은 이미 확실시되는 가운데 더 나아가 '트리플 30'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수립할 가능성도 농반진반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공격적 재능 면에서는 이종범-박재홍-추신수 등 역대 한국야구 간판 호타준족의 계보를 이을만한 역대급 재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에 비해 불안정한 수비는 김도영이 더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물론 기본적으로 수비 범위가 넓고 반응속도가 뛰어나기에 경험이 쌓이면서 포구나 송구능력은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날 본헤드 플레이처럼 순간적인 집중력 하락이나 상황판단능력의 부재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모습은 좀 더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더구나 소속팀 KIA 이범호 감독은 선배 3루수 출신으로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공수겸장이었기에, 김도영의 공격과 수비에서의 집중력 차이가 더욱 눈에 와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로 10년차 3루수인 송성문(키움 히어로즈)은 "타격에서 김도영 정도로 친다면, 그 정도 실책은 상관없지 않냐"며 본인의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후배를 위한 격려의 메시지였다. 실제로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야구팬들도 적지 않다. 타이거즈 대선배였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3할 9푼 3리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1994년, 30홈런-64도루를 기록한 1997년에도 유격수로 각각 실책을 27개나 기록했던 사실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김도영은 아직 21세에 불과하다. 아직 성장할 시간이 더 많이 남았고 수비 역시 마찬가지다. 바꿔말하면 경험이 쌓이며 수비까지 성숙해진 김도영이라면,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타자들도 꼽히는 이종범이나 추신수조차 뛰어넘는 괴물로 진화할 수 있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강한 채찍도 필요하다. 김도영에게는 자신이 더 발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귀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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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트리플30 본헤드플레이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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