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시라카와 게이쇼와 계약 종료를 발표하는 프로야구 SSG 랜더스 구단

외국인 투수 시라카와 게이쇼와 계약 종료를 발표하는 프로야구 SSG 랜더스 구단 ⓒ SSG 랜더스

 
프로야구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가 SSG 랜더스와의 계약을 종료한다. SSG 구단은 7월 2일 공식 채널을 통해 "부상 대체 외국인선수 시라카와 케이쇼와의 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작별을 발표했다.
 
SSG는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옆구리 부상으로 당분간 출장이 어려워지자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 활약하던 시라카와를 총액 180만 엔(약 1570만 원)의 조건으로 오는 7월까지 6주간 단기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올해 KBO리그는 기존 외국인 선수가 6주 이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다칠 경우, 해당 선수를 재활 선수 명단에 등재하고 그 선수가 복귀할 때까지 대체 외국인 선수를 출장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시라카와가 그 첫 수혜자가 되었다.
 
시라카와는 6월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데뷔전을 가지고 5이닝 무실점 투구로 첫 승을 달성했다. 두 번째 등판인 7일 사직 롯데전에서 1.1이닝 8실점(7자책점)으로 크게 무너지며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13일 인천 KIA전에서 5이닝 1실점(2승), 6월 21일 인천 NC전에서 6.1이닝 10탈삼진 2실점 패배, 그리고 27일 인천 kt전에서는 5.1이닝 5실점(3자책점) 노디시전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시라카와는 SSG 유니폼을 입고 6월 총 5경기에 선발등판하여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23이닝 16실점 13자책)를 기록했다. 이중 7일 롯데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4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2.49로 호투했고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선발로 제몫을 다했다. 그는 만 23세 시골청년다운 순수한 모습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에서도 호평과 신뢰를 얻었다. SSG로는 헐값으로 시라카와를 영입하며 벌써 본전의 몇배 이상되는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시라카와의 호투는 SSG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졌다. 그 사이 엘리아스의 부상이 회복했다. 구단이 밝한 바에 따르면, 엘리아스는 6주간의 재활기간 및 2번의 퓨처스 경기 등판을 통해 몸 상태와 기량을 점검했고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SSG는 원래 예정대로 엘리아스를 복귀시킬지, 아니면 시라카와는 완전대체선수로 영입하여 계속 데려갈지 선택을 해야했다. 시라카와의 놀라운 성장세에 SSG 구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반반으로 갈릴 정도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SSG의 최종 판단
 
최종적으로 SSG는 엘리아스의 손을 들어줬다. 여러 부분을 고려하면 SSG가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셈이다. 엘리아스는 올시즌 부상 전까지 7경기에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4.73으로 다소 부진하기는 했지만 이미 한국무대에서 검증이 끝났고 포스트시즌도 경험해본 선수다. 좌완투수라는 희소성과 이닝이팅 능력도 엘리아스가 더 우위에 있었다.
 
더구나 SSG는 이미 로버트 더거를 드류 앤더슨으로 한번 바꾼 상황이라, 엘리아스마저 시라카와로 완전 대체하면 외국인 선수 교체 기회가 모두 소진된다는 위험부담도 컸다. KBO리그에서 처음으로 프로에 데뷔한 시라카와가 부상, 체력, 슬럼프 등 어떤 돌발변수에 직면할지 알수없다는 것도 위험요소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독립리그 출신의 무명투수가, 메이저리그 경력에 쿠바 국가대표 출신의 정상급 외국인 투수를 한때나마 정식 대체할만한 카드로까지 거론될만큼 진지한 고민을 안겼다는 것은, 그만큼 높아진 시라카와의 위상을 증명한다.
 
시라카와의 깜짝 활약은 선수 본인의 커리어에 큰 전환점이 되었을뿐만 아니라 한국야구에도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시라카와는 2019년 자국인 일본 프로리그(NPB)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낙방한 이후 줄곧 독립리그에서 활동해왔다. 시라카와는 자국에서 못이룬 프로야구 데뷔의 꿈을 생애 첫 해외무대인 KBO리그를 통하여 이루게 됐다. SSG 랜더스에서의 인상적인 활약은 시라카와의 공이 프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향후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노리는 시라카와의 경력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한 시리카와를 통하여, 한국야구도 축구나 농구처럼 '아시아쿼터' 제도의 도입을 논의해볼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가성비를 갖춘 새로운 선수공급 시장'으로서 일본 독립리그가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도 의미가 있다.
 
한국야구는 그동안 주로 외국인 선수들을 공급해온 시장은 미국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도 투수 자원 부족과 몸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준수한 기량을 갖춘 투수를 데려오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최상위리그인 KBO 구단에서 일본 독립리그 출신에다 프로 경험이 아예 전무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건 시라카와가 처음이었다. 시라카와 같은 성공사례가 늘어난다면 한국프로구단들로서는 굳이 과도한 몸값 부담을 감수하며 미국 마이너리그만 바라보고 있을 이유가 없다. 또한 프로진출을 노리거나 준프로급의 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일본 독립리그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시라카와를 통하여 다시 한번 확인하며, 한일야구의 현격한 인프라 격차와 몸값 거품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도 좋은 자극이 될 만하다.
 
시라카와의 SSG의 동행은 일단 종료되었지만, 그의 한국무대 도전은 계속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시라카와는 최근 외국인 투수 브랜드 와델이 부상으로 이탈한 두산 베어스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시라카와 외에도 키움에서 에이스 활약했던 또다른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를 입국시켜 입단 테스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놓고 있다.
 
SSG는 창원 원정 경기에 동행 중인 시라카와에게 계약 종료 의사를 전달했고, 선수단은 그 동안 활약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시라카와에게 특별한 선물을 증정할 계획이다. 복귀한 엘리아스는 3일 창원 NC전부터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꿈같은 한달을 마친 시라카와가 SSG를 떠나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다시한번 코리안 드림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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