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4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초 무사 1, 2루 LG 선발 엔스가 김진성과 투수 교체되고 있다. 2024.6.14

지난 6월 14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초 무사 1, 2루 LG 선발 엔스가 김진성과 투수 교체되고 있다. 2024.6.14 ⓒ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는 올해 전반기 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45승2무36패의 성적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지난해 우승을 시작으로 내심 '왕조건설'을 기대했던 팬들의 눈높이에는 다소 부족한 성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반기 내내 크고 작은 불안요소들 속에 팀이 흔들렸던 점을 고려하면 1위 KIA 타이거즈에게 단 1.5경기 뒤진 2위는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다.

LG는 지난해 아깝게 3할타율을 기록하지 못한 문성주가 타율 .331 43타점41득점13도루로 새로운 간판타자로 떠올랐다. '출루왕' 홍창기 역시 .443의 출루율로 올해도 출루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맞아 타율 301 92안타17홈런69타점51득점11도루OPS(출루율+장타율) .915로 더욱 성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는 오스틴 딘 역시 전반기 LG 타선의 MVP 후보로 꼽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마운드에서도 시즌 초반 퇴출설에 시달렸던 디트릭 엔스가 시즌 8승으로 다승왕 경쟁을 하고 있다. 역시 초반 부진했던 케이시 켈리도 지난 6월25일 삼성 라이온즈전 완봉승을 거두는 등 구위가 살아나고 있다. 불펜에서는 마무리 유영찬을 중심으로 김진성, 김유영 등이 분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 선수의 복귀와 호투가 염경엽 감독과 LG팬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1군 복귀 후 5경기 연속 무자책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광속 잠수함' 정우영이 그 주인공이다.

부상-부진으로 구멍이 많았던 전반기 LG불펜

LG는 지난해 고우석(마이애미 말린스)과 함덕주, 김진성, 백승현, 유영찬, 박명근 등으로 이어지는 최강의 불펜진을 보유했다. 당시 LG 불펜은 3.35의 팀 평균자책점과 92개의 홀드를 기록하며 2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정규리그에서 11승을 따냈던 외국인투수 애덤 플럿코가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떠났지만, LG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데에는 막강한 불펜의 힘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이 끝난 후 LG의 불펜은 크게 흔들렸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LG의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하며 5년 동안 139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같은 해 4승4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1.62를 기록한 후 LG와 4년 총액 38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한 좌완 함덕주가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전반기 복귀가 불투명해졌다.

이후 LG 불펜은 전반기 내내 '버티기'에 돌입했다. 가장 걱정했던 마무리 자리는 지난해까지 통산 세이브가 1개이던 '초보마무리' 유영찬이 36경기에서 5승3패17세이브1홀드1.89로 활약하며, 채웠다. 함덕주의 자리는 2022년 11월 FA 유강남(롯데 자이언츠)의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김유영이 메워줬다.

불혹을 앞둔 노장투수 김진성의 투혼도 눈부셨다. 지난해 80경기에 등판해 5승1패4세이브21홀드2.18로 프로 데뷔 후 가장 인상적인 시즌을 보낸 김진성은 올해 전반기에도 39경기에 등판해 1승2패1세이브14홀드3.79로 LG불펜을 든든하게 지켰다. 다만 5월 한 달 동안 13경기에 등판해 14.1이닝 무실점 투구로 월간 MVP 후보까지 올랐던 김진성은 6월 12경기에서 11이닝13실점(11자책)으로 뭇매를 맞으며 힘이 다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프로 2년 차 박명근이 1승1패1세이브8홀드4.22, 좌완 이우찬이 3승2패6홀드9.10, 김대현이 2승1세이브1홀드5.91로 피 말리는 승부처에서 필승조로 투입하기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게 불펜의 아쉬움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전반기를 마무리하던 LG에게 든든한 지원군에 도착했다. KBO리그 역대 최연소 및 최소경기 100홀드 기록을 보유한 2019년 신인왕이자 2022년 홀드왕 정우영이다.

돌아온 홀드왕, 복귀 후 5경기 무자책

중학교 시절 부상으로 1년 유급한 정우영은 서울고 진학 후 최현일(LA다저스 더블A 털사 드릴러스), 이교훈(두산 베어스)과 함께 서울고의 주축투수로 활약하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LG에 지명됐다. 입단 당시만 해도 장래가 촉망되는 사이드암 유망주 정도였던 정우영은 루키 시즌 1군에서 56경기에 등판해 4승6패1세이브16홀드3.72의 성적으로 1997년의 이병규(삼성 수석코치) 이후 22년 만에 LG에 신인왕 타이틀을 안겼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2020년 4승4패5세이브20홀드3.12의 성적으로 2년 차 징크스 없이 더욱 성숙한 투구를 선보인 정우영은 2021년 70경기에서 7승3패1세이브27홀드2.22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2022년에는 67경기에서 58이닝을 소화하며 2승3패35홀드2.64로 생애 첫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광속 사이드암' 정우영의 전성기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정우영은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60경기에 등판해 5승6패11홀드4.70으로 주춤했다. 정우영은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 등판해 1.2이닝2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결국 정우영은 4억 원까지 상승했던 연봉이 올해 3억2000만원으로 삭감됐고 시즌이 끝난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 올해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4월 말 처음 1군에 올라온 정우영은 6경기에서 5.2이닝1실점을 기록했지만 수술 부위가 완전치 않다는 판단 속에 다시 한 달여간 부상자 명단에 등록됐다. 그렇게 2군에서 자세를 교정한 정우영은 6월18일 34일 만에 1군에 복귀했고 1군 복귀 후 5경기에서 4.1이닝 무자책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6월30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6회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7회초 타선의 폭발 덕분에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정우영은 올 시즌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의 평균구속이 시속 150km가 채 되지 않는다. 홀드왕을 차지했던 2022년에 비하면 아직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속 145km가 넘는 잠수함 투수의 투심 패스트볼은 충분히 위력적이다. 전반기 1군보다 2군과 부상자 명단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던 정우영이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LG의 필승조로 활약해 준다면 LG의 선두 경쟁에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LG트윈스 정우영 광속잠수함 5경기무자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