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롯데 자이언츠

지난 6월 22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롯데 자이언츠 ⓒ 롯데 자이언츠

 
최근 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팀은 단연 롯데 자이언츠다. 시즌 초반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롯데는 지난 6월에만 14승 1무 9패의 고공비행을 거듭하며 팀 승률 .609로 월별 구단 승률 1위를 달성했다.
 
최근 5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는 35승 3무 40패를 기록하며 시즌 승률도 .467까지 끌어올렸다. 가을야구 진출권인 5위 SSG 랜더스(41승 4무 40패)와는 3게임차다.
 
2017년을 끝으로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청부사' 김태형 감독을 영입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롯데를 비록 우승 후보로 꼽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5강 싸움을 노려볼 만한 다크호스로 전망했다.
 
하지만 개막 후 약 한 달은 롯데에게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첫 31경기에서 롯데는 8승 1무 22패라는 충격적인 부진에 빠지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시즌 최종성적과는 별개로 프로야구 새 시즌이 개막하는 봄철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이던 전통 때문에 붙었던 '봄데'라는 별명도 올 시즌에는 통하지 않았다.

선수층이 얇아서 초반 흐름이 시즌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내 프로야구 사정상, 롯데가 최대 –14까지 벌어진 승패 마진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이후 거짓말처럼 롯데의 역주행이 시작됐다. 최근 47경기에서 롯데가 거둔 성적은 27승 2무 18패, 승률 6할로 같은 기간 전체 구단 1위다.
 
상승세의 원동력은 강력한 타선이었다. 롯데의 팀타율은 .284로 선두 KIA 타이거즈(.293)에 이어 리그 2위다. 특히 6월만 놓고보면 3할1푼2리로 전체 1위였다.
 
롯데 타선의 특징은 중장거리형 소총타선이라는 점이다. 롯데는 이대호가 은퇴한 이후, 마땅한 해결사와 거포 자원이 부족하다는 약점으로 인해 득점력 기복이 심했다. 올 시즌도 팀 홈런은 64개로 전체 8위에 불과하다. 8개를 때려낸 손호영이 팀내 1위일 만큼 롯데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홈런 이상을 때린 타자가 없다.
 
하지만 의외로 장타율은 .428로 KIA에 이은 2위다. 홈런은 적어도 2루타가 155개로 전체 1위고 3루타도 17개나 된다. 여기에는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롯데 타자들의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이 늘어난 것도 한 몫을 담당했다.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는 타율 .349 7홈런 67타점(4위)으로 맹활약중이며 득점권 타율은 .413까지 치솟을만큼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황성빈 등 주축 도약... 세대교체 토대 마련


김태형 감독은 롯데 사령탑에 부임하며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젊은 야수들의 적극적인 주전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올 시즌 롯데의 최고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마황' 황성빈(타율 .356, 32도루)을 필두로, 나승엽, 고승민, 박승욱, 손호영, 윤동희, 손성빈 등이 롯데의 주축으로 도약했다.

이중 다수는 김태형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는 비주전으로 분류되거나 성장세가 정체됐던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대에 이미 군필을 마친 선수들이 많다는 장점까지 더해져 올 시즌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세대교체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타선에 비해 마운드는 팀 평균 자책이 5.03(전체 6위)으로 다소 아쉽다. 지난해 맹활약했던 나균안이 사생활과 워크에식 논란 등으로 부진에 빠지며 2군으로 강등된 것 역시 뼈아팠다. 그런 가운데 에이스 윌커슨(8승, 자책점 3.40)과 마무리 김원중(16세이브 자책점 2.41)이 중심을 잡아줬다. 2루수 고승민-유격수 박승욱의 내야 센터라인이 꾸준히 중용되며 리그 최다병살(84개)를 유도해낸 팀 수비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안방에서 더욱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롯데의 6월 홈경기 성적은 8승 1무 3패 승률 .727에 이르며 이 기간 팀타율은 무려 3할 3푼 7리에 이르렀다.
 
지난 6월 25일에는 리그 1위 KIA와의 사직 홈경기에서 선발 나균안의 부진으로 초반에 무려 13점차까지 끌려가던 승부를 역전시키고 15-15 무승부를 이끌어내는 역대급 명승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롯데는 올시즌 선두 KIA를 상대로는 무려 7승 1무 3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롯데의 끈끈해진 집중력에는 국내에서 가장 열광적인 사직 홈팬들의 응원 열기도 선수들의 각성에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롯데는 2022년 이후 홈구장 펜스 높이를 6m로 높이면서 피홈런이 크게 줄어들었다. 롯데의 주축 투수들도 삼진 능력이 뛰어난 파워피처보다 타자를 맞춰잡는 내야땅볼 유도형 투수들의 비중이 높다. 현재 팀 전력이 이러한 홈구장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최적화된 선수구성이라는 점도 올시즌 롯데의 홈승률이 높아진 비결로 꼽힌다.
 
물론 롯데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는 있지만 가을야구를 노리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후반기를 앞두고 가장 큰 현안는 역시 투수진 재정비다.
 
나균안이 2군행에 이어 30경기 출전정지의 구단 자체 징계를 받으며 당분간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다. 찰리 반즈도 부상에 시달리며 한달 넘게 자리를 비웠다. 현재 롯데 마운드에서 확실한 선발자원이라고 부를수 있는 투수는 윌커슨, 박세웅, 김진욱 정도다.
 
불펜 역시 마무리 김원중을 제외하면 확실한 필승조가 불분명하다. 김상수와 진해수가 허리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극심한 부진에 빠진 구승민과 최준용, 시즌 초반 이후 힘이 떨어지며 2군으로 내려간 신예 전미르의 반등이 절실하다.
 
한참 타오르던 롯데의 상승세에 뜻밖의 변수가 된 것은 '비'였다. 롯데는 5연승을 이어가던 시점에 장마철이 찾아오며 한화와의 지난 주말 홈 3연전이 모두 우천으로 취소됐다. 지친 선수들에게는 반가운 휴식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팀 분위기가 한층 물오른 상승세를 타던 시점을 고려하면 조금 아쉬운 타이밍이기도 했다. 롯데는 2일부터 두산과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앞두고 있는데 이 역시 우천예보로 정상적인 경기가 치러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출발이 다소 늦기는 했지만, 롯데는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팀이 조금씩 짜임새를 갖춰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상 선수들도 적지 않고 아직 완전한 전력이라고 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팀을 상대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한때 꼴찌에서 정규리그 2위와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반등한 KT의 사례처럼, 롯데 역시 꼴찌에서 가을야구까지 '역주행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롯데자이언츠 김태형감독 프로야구순위 롯데경기일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