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한국시각) 열린 유로 2024 잉글랜드와 슬로바키아의 경기에서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1일 새벽(한국시각) 열린 유로 2024 잉글랜드와 슬로바키아의 경기에서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살아남았다. 위기일수록 에이스들이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해리 케인과 주드 벨링엄이 탈락 위기에 내몰린 잉글랜드를 구해내며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24 8강 진출을 이글었다. 

잉글랜드는 1일 오전 1시(한국시간) 독일 겔젠키르헨의 아레나 아우프샬케에서 열린 슬로바키아와의 유로 2024 16강전에서 연장 승부를 펼친 끝에 2-1로 승리했다. 

잉글랜드는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올라온 스위스와 8강전에서 격돌하게 됐다.

벨링엄, 종료 직전 예술적인 오버헤드킥 동점골

잉글랜드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최전방은 케인이 나서고, 2선에는 필 포든-벨링엄-부카요 사카가 자리했다. 중원은 데클란 라이스-코비 마이누, 수비는 키어런 트리피어-마크 게히-존 스톤스-카일 워커, 골문은 조던 픽포드가 지켰다.

슬로바키아는 4-3-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루카스 하라슬린-다비드 스트렐레츠-이반 슈란츠가 스리톱을 구성했다. 중원은 온드레이두다-스타니슬라프로보트카-유라이 쿠츠카가 책임졌으며, 수비는 다비드 한츠코-밀란 슈크리니아르-데니스 바브로-페테르 페카리크가 맡았다. 골키퍼 장갑은 마르틴 두브라브카가 꼈다.

잉글랜드는 슬로바키아의 초반 기세에 눌렸다. 전반 5분 한츠코의 왼발슛이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전반 12분에는 하라슬린의 슈팅이 픽포드 골키퍼를 넘어 골대로 흘러갔지만 게히가 걷어냈다. 잉글랜드는 전반 23분 트리피어의 패스에 이은 케인의 헤더가 골문 옆으로 벗어났다.

슬로바키아는 전반 25분 선제골을 엮어내는데 성공했다. 롱패스를 쿠츠카가 헤더로 스트렐레츠에게 건넸다. 스트렐레츠는 수비 사이로 침투하는 슈란츠에게 패스했고, 슈란츠의 마무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잉글랜드가 반격에 나섰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전반 39분 트리피어가 길게 올려주고, 라이스의 헤더가 두브라브카 골키퍼에 막혔다. 전반은 슬로바키아의 1-0 리드로 마무리됐다.

잉글랜드는 후반 초반 맹공을 가했다. 후반 5분 트리피어의 패스를 받은 포든이 침투하며 골로 연결했지만 앞선 상황에서 포든의 위치가 오프사이드로 선언되고 말았다.

잉글랜드는 결정적인 실수로 실점에 근접했다. 후반 10분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스톤스가 공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며 스트렐레츠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스트렐레츠는 하프라인 부근에서 픽포드 골키퍼가 앞으로 나온 것을 보고, 먼거리에서 슈팅했지만 골대 옆으로 빗나났다.

잉글랜드는 후반 21분 트리피어가 부상을 당하는 악재를 맞았다. 이에 트리피어 대신 콜 파머가 투입됐다. 사카가 왼쪽 풀백으로 이동하고, 파머는 오른쪽 윙어에 자리하는 형태로 바꿨다. 

잉글랜드는 슬로바키아를 쉼없이 몰아쳤다. 후반 33분 포든이 띄어준 프리킥을 케인이 헤더로 연결했으나 골대 옆으로 흘러나갔다. 후반 34분 마이누 대신 에제를 넣으며 공격 자원을 더 늘렸다. 후반 36분 라이스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마저 골대를 팅기는 등 운마저 따르지 않았다. 

추가시간까지 무득점에 그치며 좌절한 잉글랜드는 기적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기사회생했다. 후반 50분 워커가 던진 롱 스로인이 에제의 머리를 거치며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벨링엄이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으로 골망을 갈랐다. 90분 승부가 1-1로 마무리되며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잉글랜드는 기세를 몰아 연장 전반 1분 역전에 성공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두브라프카 골키퍼가 펀칭한 공을 에제와 토니의 머리를 거쳤다. 이후 케인이 머리로 밀어넣으며 슬로바키아를 좌절시켰다.

슬로바키아는 뒤늦게 반격했다. 연장 전반 10분 한츠코의 슈팅이 픽포드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반 13분 페카리크의 슈팅도 마찬가지였다.  

잉글랜드는 연장 후반 시작하자마자 벨링엄, 케인 대신 자렐 콴사, 코너 갤러거를 투입하며 수비에 비중을 뒀다. 슬로바키아는 연장 후반 6분 교체로 들어온 투프타의 프리킥 슈팅이 골문 위로 떠올랐다. 총공세에도 잉글랜드 수비는 굳건했다. 결국 잉글랜드의 승리로 종료됐다.

잉글랜드, 경기력 부진에도 생존 본능 발휘

잉글랜드는 이번 유로 2024를 앞두고 우승배당 순위에서 1위에 오르며, 어느 때보다 기대감을 모았다. 지난 유로 2020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에도 불구하고 준우승에 머무를 한을 풀어낼 적기라는 평가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유능한 황금세대들이 대거 출현하면서 최강의 스쿼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1승 2무, 2득점에 머물렀다. 세르비아, 덴마크전에서는 상대보다 더 많은 슈팅을 허용할 만큼 무기력했다. 3경기 모두 선수 조합과 공격 세부 전술의 부재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최상의 스쿼드로 최적의 조합과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지도력이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복병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서도 답답함은 여전했다. 포든의 왼쪽 윙어 기용, 오른발 잡이인 트리피어를 레프트백으로 배치하는 라인업은 이번에도 바뀌지 않았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두 선수의 불협화음은 조별리그 때와 다르지 않았고, 왼쪽 공격의 파괴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심지어 잉글랜드는 슬로바키아에 거의 패할 뻔 했다. 하지만 올 시즌 라리가 MVP에 등극하며 잉글랜드 축구의 새로운 희망으로 불린 벨링엄이 해결사로 등장했다. 후반 50분 드라마틱한 골을 터뜨린 것이다. 심지어 푸스카스상 후보에 오르기에 손색이 없는 오버헤드슛이었다.

세르비아와의 1차전 결승골로 잉글랜드의 유일한 승리를 안긴 벨링엄이 다시 한 번 위기의 팀을 구했다. 연장 전반에는 골잡이 케인이 역전골을 넣으며 이름값을 해냈다.

부진한 경기력과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전술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잉글랜드를 저평가할 수 없는 이유는 벨링엄과 케인의 존재감 때문이다. 이번 유로 2024에서 팀의 4득점 중 각각 2골씩을 책임지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골 결정력과 경기 흐름을 바꾸는 클러치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간신히 토너먼트에서 살아남은 잉글랜드는 오는 7일 스위스와 4강 진출 티켓을 놓고 다툰다. 

유로 2024 16강전
(아레나 아우프샬케, 독일 겔젠키르헨 - 2024년 7월 1일)
잉글랜드 2 - 벨링엄(도움:게히) 95+' 케인(도움:토니) 91'
슬로바키아 1 - 슈란츠(도움:스트렐레츠)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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