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는 아직 1위인데, 최근 경기력은 영락없는 꼴찌팀 수준이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연일 졸전을 이어가며 선두 수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KIA는 6월 28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홈경기에서 꼴찌 키움 히어로즈에게 6-17로 대패했다.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무너졌다. KIA는 이날 임기영을 지난 23일 광주 한화전(더블헤더 2차전) 이후 4일 휴식만에 다시 선발로 내세웠으나 1.1이닝 5피안타 1피홈런 2사사구 5실점(4자책)을 허용하며 부진했다. 심지어 그 뒤를 이은 김건국은 1이닝 7피안타 3사사구 10실점(8자책)으로 난타당하며 최악의 피칭을 보였다.
 
KIA는 1회에 2점, 2회에 3점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이마저도 3회의 악몽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했다. 1사 1,2루에서 터진 장재영의 1타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도슨의 밀어내기 볼넷, 김혜성-송성문-최주환의 3연속 적시타가 연이어 터졌다.
 
계속된 1사 만루 위기에서 고영우를 땅볼로 잡아내는 듯 했으나 김도영의 홈송구가 뒤로 빠지는 실책까지 겹쳤다. 뒤이어 김건희의 2타점 적시타까지 더한 키움은 결국 3회 한 이닝에만 타자일순하며 10득점을 뽑아내는데 성공했고 점수차를 15-0으로 벌렸다. 이미 이 시점에서 승부는 키움 쪽으로 기울었다.
 
KIA는 6회말에 3득점을 뽑아내는 등 뒤늦게 추격에 나섰으나 너무 크게 벌어진 점수차를 마회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결국 KIA는 26-27일 롯데전에 이어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45승 2무 33패를 기록한 KIA는 여전히 1위 자리는 지켰지만, 2위 삼성에 1.5게임차, 3위 LG에 2게임차로 승차를 벌리는데 실패하며 선두자리가 좌불안석이 됐다.
 
지난 25일 롯데전(15-15)을 포함하면 최근 4경기 연속 무승이다. 이 기간 KIA가 허용한 실점은 무려 49점에 이르며 이중 3경기에서 두 자릿수 실점을 내줬다. 상대가 모두 올시즌 하위팀들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컸다.
 
KIA로서는 좋지 않은 의미에서 최근 역대급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3일전 부산 사직에서는 롯데를 상대로 무려 13점차(14-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한때 역전까지 허용했다. 그나마 무승부로 끝냈지만 하마터면 역사에 기록될 만한 대역전패를 당할뻔했다.
 
이어 26일 경기에서도 3점차 리드를 지키지못하고 이번엔 끝내 역전패(4-6)를 당했다. 결국 27일 경기에서도 2-11로 맥없이 무너졌다. KIA는 올시즌 롯데와의 상대전적에서 3승 1무 7패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꼴찌 키움과의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KIA가 허용한 17실점은 올시즌 홈 경기 최다실점, 3회 10실점으로 올시즌 한이닝 최다실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추가했다. 이날 경기만 놓고보면 꼴찌와 1위팀의 뒤바뀐 것같은 수준의 경기력이었다.
 
최근 KIA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시 마운드 과부하가 꼽힌다. 본래 KIA의 강점은 강력한 선발진이었는데 양현종, 이의리, 임기영, 윌 크로우 등이 번갈아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이탈하면서 불펜의 부담이 늘어났다.
 
KIA 필승조는 이미 여름에 접어들며 피로가 많이 누적된 상태였다. 여기에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결국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도 치명타였다. 이런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경기가 속출했다.

23일에는 한화와 더블헤더를 치르느라 12명의 투수를 가동했다. 25일 롯데와의 '15-15 대첩'에서는 7명의 투수를 동원할 동안 정상적이라면 등판하지 말았어야 할 필승조 최지민-장현식 등이 또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등, 벤치의 계산에서 벗어난 투수력 소모가 계속됐다. 결국 그 여파가 최근 3연패로 이어지는 동안 불펜진의 붕괴로 나타난 것이다.
 
추격조 투수들이 필승조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면서 이범호 감독도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는데 애를 먹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키움전에서 임기영과 김건국이 초반부터 연이어 난타를 당하는 상황에서도 투수교체를 최대한 망설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나마 KIA로서 불행중 다행은 선두 경쟁팀들도 KIA의 부진을 틈타 확실히 치고 올라오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가장 상승세였던 삼성은 28일 경기에서 KT에게 덜미를 잡혀 KIA와의 격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LG도 최근 2연패를 당했고, 두산은 6월 중순 이후 연승이 없다.
 
힘겨운 6월을 보내고 있는 KIA로서는 오는 29일 키움전에서 돌아오는 양현종의 복귀보다도 더 간절히 기다려지는 것은 어쩌면 장마철일 것이다. 올스타 휴식기도 예년보다 짧아진 올해, 지친 KIA 마운드가 숨을 돌릴수 있는 기회는 우천휴식 밖에 없다. 정해영의 이탈로 부담이 더 커진 최지민, 전상현, 장현식 등이 필승조들이 숨을 돌릴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어느덧 5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과연 KIA는 선두를 지키고 전반기를 마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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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타이거즈 이범호감독 프로야구순위 1515대첩 정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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