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와 오재일이 1대 1 대형 트레이드 이후 정확히 한 달만에 처음으로 친정팀과 재회한다.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는 28일부터 주말까지 수원 KT위즈파크에서 3연전을 치른다.
 
1986년생 동갑내기 타자인 박병호와 오재일은 지난 5월 28일 트레이드를 통하여 유니폼을 서로 바꿔 입었다. 박병호는 KT에서 삼성으로, 오재일은 삼성에서 KT로 이동했다.
 
트레이드는 박병호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당시 박병호는 개막 초반 이후 사실상 주전에서 밀려나 대타 자원으로 전락한 상태였고, 출전기회를 얻기 위해 구단에 이적을 요청했다. KT는 박병호를 만류했지만 선수의 의지가 확고한 것을 확인하고 결국 이적을 수락했다.
 
마침 우타 거포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삼성이 박병호의 영입에 관심을 보였고, KT는 역시 삼성에서 부진하던 좌타 거포 오재일을 영입하는 것으로 박병호의 공백을 메우기로 결정했다.
 
사실 트레이드 직후만 해도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박병호와 오재일 모두 네임밸류는 높았지만, 트레이드 당시엔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던데다 노장이다 보니 실질적으로 팀 전력에 미치는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구심을 자아냈다.
 
특히 이적을 요청한 박병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지난해 후반기와 포스트시즌부터 계속된 부진 속에 오히려 KT가 꾸준한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출전 기회가 줄었다는 이유로 이적을 요청하며 팀분위기를 흔든 것은 베테랑답지 못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병호 공식' 통할까
 
 프로야구 kt wiz 박병호

프로야구 kt wiz 박병호 ⓒ kt wiz

 
어느덧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두 선수와 소속팀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먼저 박병호는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자마자 일약 회춘한 듯 활약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거포 갈증에 시달리던 삼성은 박병호를 이적 초반부터 과감하게 중심타선으로 중용했다. 박병호는 트레이드 후 첫 경기였던 5월 29일 대구 키움전에서 바로 홈런을 터뜨리며 신고식을 치렀다. 5월 31일과 6월 1일 한화전에서는 이틀 연속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에 타자친화적인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 효과도 박병호의 부활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박병호 효과'에 힘입어 삼성은 6월에만 두 차례의 5연승을 달리며 어느새 2위까지 올라 선두 KIA 타이거즈를 1.5게임 차이로 추격할 만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박병호는 올시즌 KT에서는 44경기에 출전해 3홈런 10타점, 타율은 1할9푼8리(101타수 20안타) 에 그쳤다. 하지만 삼성으로 이적한 뒤 25경기만에 5홈런 14타점을 기록중이며 타율도 타율 2할5리(78타수 16안타)로 반등했다. 과거부터 LG→히어로즈(트레이드), 미네소타 트윈스→히어로즈(국내 복귀), 히어로즈→KT(FA 이적)에 이르기까지, 부진하다가도 유니폼만 바꾸면 귀신같이 부활한다는 '박병호의 공식'은 이번에도 들어맞는 듯 했다.
 
하지만 박병호가 최근 마지막 홈런을 터뜨렸던 지난 13일 대구 LG전을 기점으로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박병호는 최근 12경기에서 28타수 2안타에 그치며 타점만 2개를 추가했을 뿐 홈런은 단 하나도 때리지 못했다. 이적 후 첫 13경기에서 몰아치기로 적립했던 타격기록들을 크게 까먹었다.

급기야 지난 27일 LG전에서는 선발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다만 박진만 삼성 감독은 KT와의 3연전에 대비해 잠시 휴식을 준 것이라며 부진에 따른 문책성 제외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2경기 연속 안타' 오재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오재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오재일 ⓒ 삼성 라이온즈

 
오재일은 어떨까. 오재일은 KT 이적 이후에도 박병호만큼 주목받지는 못했다. 박병호가 삼성 이적 초반 주전으로 도약하며 폭발적인 활약을 보여준 데 비해, 오재일은 이적 후에도 박병호를 밀어냈던 문상철에 가려져 주전 1루수로 기용되지 못했고 출전 기회도 들쭉날쭉했다. 심지어 타율은 한때 1할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오히려 오재일이 박병호보다 상승세다. 오재일은 SSG와의 지난 주중 3연전에서 26일과 27일에 선발출장해 2경기 연속 안타를 터트렸다. 특히 27일 경기에서는 홈런 1개와 2루타 1개를 각각 터트리는 등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오재일은 삼성에서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3푼4리(64타수 15안타) 3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KT로 이적한 뒤엔 25경기서 타율 1할9푼7리(61타수 12안타) 2홈런 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타율 3할 8푼 5리(26타수 10안타)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2할 3푼 1리까지 회복했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KT는 비록 시즌 순위는 아직 9위에 그치고 있지만, 지난 18일 이후 3연속 위닝시리즈(6승 3패)를 달성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시즌 꼴찌에서 2위까지 반등했던 기적을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있다는 저력을 증명했다.
 
삼성과 KT의 맞대결은 지난달 1대 1 트레이드 이후 처음이다. 양팀의 올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삼성이 3승 2패로 박빙의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박병호와 오재일이 3연전에서 출장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동갑내기 친구인 두 선수는 맞트레이드 후 그라운드에서 어색한 첫 재회를 하게 됐다.

특히 좋지 않은 모양새로 떠났던 박병호를 수원 팬들이 어떻게 맞이할지, 최근 하락세의 박병호가 친정팀을 상대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오재일은 삼성으로 이적하기 전 두산 베어스 시절에 삼성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것을 재현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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