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 ⓒ 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이 결국 2군행을 통보받았다. 롯데 구단은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나균안을 1군에서 말소했다. 

나균안의 1군 말소는 부진한 성적보다는 야구장 바깥에서 일으킨 문제에 관한 징계성 조처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 등판 전날인 24일 밤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나균안은 하루 전인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에 선발등판 해 1.2이닝동안 83구를 던져 8실점 7피안타(1피홈런) 6사사구 2탈삼진으로 크게 부진했다.
 
나균안의 부진에도 롯데는 엄청난 집중력을 앞세워 한때 13점 차를 뒤집고 KIA와 15-15로 비기며 역대급 명승부를 펼쳤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점수차 역전승이라는 진기록까지 세울뻔했다. 대패할 뻔한 경기를 무승부로 바꾼 롯데는 26일, KIA를 6-4로 제압하며 최근 4경기 3승 1무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롯데 선수단은 똘똘 뭉쳐 중위권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내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기에 유일하게 동참하지 못한 선수는 나균안이었다. 올 시즌 롯데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그의 성적은 14경기 2승7패, 60.2이닝, 평균자책점 9.05에 그쳤다. 올 시즌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 최악의 평균자책점이다.

애증의 대상 나균안 

롯데 팬들에게 나균안은 '애증'의 대상이다. 나균안은 마산용마고를 졸업하고 2017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이래 줄곧 롯데의 유니폼만을 입고 뛰어온 프랜차이즈 선수다. 입단 초기에는 '강민호의 후계자'로 불릴 만큼 손꼽히는 대형 포수 유망주로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타자로서는 1군에서 통산 216경기 타율 0.123(366타수 45안타) 5홈런 24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공격과 수비 모두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나균안은 결국 2020년 투수로 전격 전향했다. 2021년 23경기 1승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41, 2022년 39경기 3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의 성적을 기록하며 투수로서 조금씩 잠재력을 키워갔다. 2023년 마침내 롯데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맡아 23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3.80의 뛰어난 성적으로 정상급 국내 선발로 거듭났다. 특히 4월에는 한 달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4의 성적을 기록, 월간 MVP까지 수상하며 롯데의 새로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나균안은 리그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국가대표로 선발,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2024시즌 연봉도 2억 500만원으로 오르며 그야말로 투수 전향 이후 인생역전 성공신화를 완성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1년도 안 되어 놀랍게도 나균안의 현재 위상은 '빌런'으로 추락했다. 나균안은 시즌 개막 전부터 불륜설 등 사생활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며 도마 위에 올랐다. 야구장 밖에서 벌어진 개인사였기에 팬들도 일단은 평가를 자제했지만, 2024시즌이 개막한 이후에도 나균안은 좀처럼 경기에 집중하는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자연히 성적도 급락했다.
 
사실 나균안의 투구내용을 감안하면 진작에 2군으로 내려갔어도 할 말이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로테이션에 구멍이 뚫린 롯데의 마운드 사정상 김태형 감독은 어쩔 수 없이 나균안을 품고 간 것으로 보인다. 나균안은 성적에 비하여 과분한 기회를 얻었음에도 마운드 위에서 지난 4년간의 절실함을 다시 보여주지 못했다.

등판 당일 새벽, 술자리 논란
 
 지난 22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롯데 자이언츠

지난 22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롯데 자이언츠 ⓒ 롯데 자이언츠


결정타는 지난 25일 KIA전이었다. 등판 당시의 투구내용도 내용이었지만, 당시 선발등판이 예정돼 있던 나균안은 전날부터 등판 당일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이 목격한 팬들을 통하여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경기 전날인 24일은 물론 휴식일이었지만 선발등판을 앞둔 투수라면 컨디션 관리를 위하여 음주나 불필요한 행동을 피하는 게 상식이다. 하물며 나균안은 올 시즌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사실 롯데 코칭스태프는 경기 직전에 나균안의 음주 사실을 인지했지만, 규정상 이미 예고된 선발투수를 바꿀 수 없었다. 심지어 나균안은 전날 음주의 후유증인지 아예 집중력을 잃고 초반부터 정신없이 난타를 당했다.
 
이날 나균안이 누가 봐도 정상적인 구위가 아니었음에도 한동안 롯데 불펜에서는 대기하는 투수가 보이지 않았다. 점수 차가 벌어지는데도 무려 83구나 던지게 한 걸 두고 김태형 감독의 의도적인 '문책성 벌투'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태형 감독과 롯데 코칭스태프를 탓하는 여론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나균안이 2회 결국 강판되자 사직구장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자팀 선수들에 대한 지지가 열렬하기로 유명한 롯데 팬들이 홈구장에서 야유를 퍼붓는 모습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그만큼 계속된 부진에 프로의식에 대한 논란까지 일으킨 나균안을 바라보는 여론이 얼마나 험악해졌는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롯데 구단은 선수단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나균안을 징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의 선후관계를 확실하게 파악한 뒤, 조만간 구단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성적만으로도 경기에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닌 데다, 태만한 프로의식으로 팀 분위기와 구단 이미지를 흐린 책임까지 고려하면, 최소한 이번 시즌에는 더 이상 1군으로 올라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균안으로서는 단지 올 시즌만의 부진이 아니라, 어쩌면 프로야구선수로서의 커리어가 중대한 기로에 놓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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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균안 2군행 롯데자이언츠 워크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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