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키움 히어로즈가 이틀 연속 중위권 싸움으로 갈 길 바쁜 NC 다이노스의 발목을 잡았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은 2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6안타를 터트리며 10-7로 승리했다. 전날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에 이어 안방에서 이틀 연속 NC를 꺾고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키움은 이날 SSG랜더스에게 5-10으로 패한 9위 kt 위즈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줄였다(31승 45패).

키움은 선발 아리엘 후라도가 7이닝 동안 4피안타 1사사구 1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8번째 승리를 따내며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9회 1사 후에 등판한 조상우는 시즌 두 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키움은 전날 역전 끝내기 안타를 치며 영웅이 됐던 선수가 이날도 시즌 10호 투런 홈런을 포함해 3안타 2타점 4득점을 해냈다. 올 시즌 키움의 '복덩이'인 로니 도슨이 그 주인공이다.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 나선 도슨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 나선 도슨 ⓒ 키움 히어로즈

 
키움이 겪은 대체 외국인 재계약의 명암

공 들여 영입한 외국인 선수가 매 시즌 좋은 활약을 해주면 구단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겠지만 때로는 외국인 선수가 뜻하지 않은 부진이나 부상 때문에 시즌 도중에 교체될 때도 적지 않다. 물론 멜 로하스 주니어(kt)나 제이미 로맥처럼 대체 외국인 선수가 이듬해 재계약 후에도 계속 좋은 활약을 이어가면 구단 입장에선 엄청난 행운이지만 재계약을 맺은 대체 외국인 선수가 거짓말처럼 부진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키움은 대체 외국인 선수의 명과 암을 모두 경험한 구단이다. 2017년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대니 돈이 20경기에서 타율 .140 1홈런 2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지자 그 해 7월 빅리그 96경기 출전 경력을 가진 외야수 마이클 초이스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후반기에 합류한 초이스는 46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타율 .307 17홈런 42타점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키움은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산술적으로 50개 가까운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초이스와 총액 6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하지만 초이스는 2018년 96경기에 출전해 타율 .258 17홈런 61타점 55득점으로 기대 만큼 폭발적인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2018년 가을야구 경쟁을 하던 키움은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2017년 후반기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줬던 초이스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초이스를 떠나 보낸 키움이 2018년 8월에 영입한 선수는 빅리그 156경기 출전 경력을 가진 외야수 제리 샌즈였다. 시즌 후반에 합류한 샌즈는 연봉과 인센티브를 포함해 10만 달러에 계약했는데, 후반기 단 25경기에 출전해 타율 .314 12홈런 37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다. 샌즈는 그 해 가을야구에서도 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좋은 활약을 이어갔고 시즌이 끝난 후 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바로 직전 시즌 초이스라는 실패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대체 선수로 들어와 재계약에 성공한 샌즈의 풀타임 활약에 대해서도 팬들의 의견은 반으로 갈렸다. 하지만 2019년 키움의 주전 우익수로 활약하며 139경기에 출전한 샌즈는 타율 .305 160안타 28홈런 113타점 100득점으로 리그 타점왕에 오르며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샌즈는 시즌이 끝난 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면서 키움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이름을 남겼다.

타율-최다안타 1위에 빛나는 '복덩이'

키움은 샌즈를 떠나 보낸 이후 2년 동안 테일러 모터와 에디슨 러셀, 데이비드 프레이타스,윌 크레익까지 4명의 외국인 타자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활약에 그쳤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2022년에는 빅리그 스타 출신의 야시엘 푸이그가 가을야구에서 3홈런 10타점으로 맹활약했지만 푸이그는 사생활 문제로 키움과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결국 키움은 작년 2020시즌 키움에서 뛴 적이 있던 러셀을 재영입했다.

멕시칸리그를 평정하고 KBO리그로 컴백한 러셀은 여전히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러셀은 59경기에서 타율 .286 4홈런 42타점의 성적을 남긴 채 한국을 떠났고 키움은 독립리그에서 활약하던 도슨을 8만5000달러라는 '염가'에 영입했다. 그리고 큰 기대를 받지 못하고 한국 땅을 밟은 도슨은 지난해 57경기에 출전해 타율 .336 3홈런 29타점 37득점 9도루를 기록하며 키움의 '복덩이'로 떠올랐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외야가 허전해진 키움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 동안 좋은 활약을 해준 도슨과의 재계약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도슨은 지난해 12월 키움과 총액 60만 달러에 재계약했고 올해 좌익수와 중견수를 오가며 테이블세터에서 최고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100만 달러짜리 외국인 타자들이 즐비한 KBO리그에서 도슨의 '가성비'는 단연 으뜸이다.

특히 25일부터 시작된 NC와의 주중 3연전 첫 두 경기에서 도슨의 활약은 단연 눈부시다. 25일 경기 때 4-5로 뒤진 9회말 2사 1, 2루에서 역전 끝내기 2루타를 터트린 도슨은 26일 경기에서도 7회 투런 홈런을 포함해 3안타 2타점 4득점을 기록하면서 키움의 연승을 이끌었다. NC가 9회초 공격에서 7점을 따라 붙으며 키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점을 고려하면 스코어를 10-0으로 벌린 도슨의 투런포는 결과적으로 상당히 영양가가 높았다.

타율 단독 1위(.361)와 최다안타 공동 1위(107개)를 달리고 있는 도슨은 홈런 부문에서는 공동 21위(10개)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많은 야구팬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홈런이 올 시즌 도슨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도슨은 올해 .561의 장타율(6위)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결코 장타능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다. 올해 도슨의 활약은 '건강했을 때의 이정후'를 보는 듯 하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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