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 선수(자료사진)

고영표 선수(자료사진) ⓒ KT 위즈

 
KT 위즈가 적지에서 SSG 랜더스를 꺾고 주중 3연전의 첫 경기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는 25일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때려내며 6-1로 승리했다. 지난 주말 상위권에 올라 있는 LG 트윈스와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한 KT는 이날 5위 SSG와의 원정 3연전 첫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면서 연승을 달렸다(33승 1무 43패).

KT는 3회 2사 1, 3루에서 선제 3점 홈런을 터트린 장성우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4회 대수비로 출전했던 정준영도 두 타석에서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부상 복귀 후 2번째 등판했던 에이스의 시즌 최고 투구가 이강철 감독과 KT팬들을 기쁘게 했다. 7이닝 동안 2피안타 무사사구5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낸 '107억 잠수함' 고영표가 그 주인공이다.

비FA다년계약 투수들이 겪는 뜻밖의 고전

2020년까지 KBO리그에서 소위 대형 다년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FA 자격을 얻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부터 FA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선수도 소속구단과 다년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비FA다년계약 제도가 생겨났고 올해까지 12명의 선수가 비FA다년계약을 맺었다(LG 오지환은 계약파기 후 FA계약). 그 중 투수는 총 7명이었는데 비FA다년계약을 체결한 투수들이 모두 구단의 바람처럼 팀의 주축투수로 맹활약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SSG는 지난 2021년 12월 우완 문승원과 5년 총액 55억 원, '잠수함' 박종훈과 5년 총액 65억 원에 비FA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제도 도입 후 첫 비FA 다년계약이었다. 이제 막 전성기 구간에 접어든 팀의 주축투수들을 FA가 되기 전에 붙잡겠다는 구단의 판단이었다. 두 선수 모두 2021시즌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지만 SSG는 재활 후 복귀해 건강하게 팀에 기여할 두 선수를 기대하면서 장기계약을 안겨줬다.

하지만 도합 120억 원의 대형계약을 체결한 두 투수의 활약은 팬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마운드에 복귀해 23경기에 등판하며 SS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던 문승원은 지난해 선발 복귀를 노렸지만 5승 8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5.23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문승원은 16세이브(공동 3위)를 올리고 있지만 6월 평균자책점이 무려 20.25에 달한다. 

그래도 매년 1군에서 꾸준히 공을 던지고 있는 문승원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잠수함 선발로 수술 전 세 번이나 두 자리 승수를 따냈던 박종훈은 부상 복귀 후 38경기에 등판해 단 6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박종훈은 11억 원의 연봉을 받는 올해도 9경기에 등판해 30.1이닝 동안 26개의 사사구와 이닝당 1.78명의 주자를 내보내며 1승 4패 7.71로 선발진에서 전혀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2022년 12월 NC다이노스와 7년 최대 132억 원의 비FA다년계약을 체결한 좌완 구창모(상무)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홀가분하게 NC의 에이스로 활약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리몸 투수' 구창모는 지난해 11경기에서 1승 3패 2.96의 성적을 남긴 후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며 군에 입대했고 지난해 당한 부상으로 아직 올해 퓨처스리그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팔꿈치 부상 털고 2경기 만에 최고 투구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T에 입단한 고영표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고 뛰어난 잠수함 선발투수로 꼽힌다. 실제로 고영표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하며 자리를 비웠던 두 시즌을 제외하면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4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KT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던 최근 3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고영표는 3년 연속 160이닝 이상을 던지고 있다.

KT가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21년 정규리그에서 선발투수로 166.2이닝을 던지며 11승을 따낸 고영표는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불펜투수로 변신해 3경기에서 2홀드를 기록하며 KT의 우승을 이끌었다. 2022년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82.1이닝을 소화하며 13승을 따낸 고영표는 지난해에도 28경기에서 174.2이닝을 던지며 12승 7패 2.78로 토종투수 중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나란히 2위를 기록했다.

KT는 지난 1월 올 시즌을 마치면 FA자격을 얻는 리그 최고의 잠수함 선발 고영표에게 계약기간 5년에 총액 107억 원이라는 비FA다년계약을 선물했다. 만 32세 선발투수에게는 다소 많은 금액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고영표가 향후 5년 동안 지난 3년과 같은 활약으로 KT 선발진을 이끌어 준다면 크게 아깝지 않은 투자였다. 하지만 고영표는 다년계약 첫 시즌이었던 올해 단 2경기 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당초 투구를 하는 데 큰 지장이 없는 가벼운 부상이라던 고영표는 4월은 물론 5월이 지날 때까지도 마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고영표는 6월 두 번의 재활 등판 끝에 1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복귀했지만 5이닝 6실점으로 복귀전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이후 절치부심한 고영표는 25일 SSG와의 경기에서 6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는 눈부신 호투 끝에 7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복귀 후 첫 승이자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냈다.

현재 KT는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과 윌리엄 쿠에바스, 또 한 명의 사이드암 엄상백이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지만 루키 원상현과 육청명, 1군 경험이 부족한 한차현 등이 나설 정도로 선발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토종에이스 고영표의 건강한 복귀는 KT에게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나 다름 없다. KT 팬들은 50일 가까이 자리를 비웠던 고영표가 잔여 시즌에는 건강하게 마법사 군단의 선발진을 이끌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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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위즈 고영표 5년107억 7이닝무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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