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의 해부스틸컷
무주산골영화제
파면 팔수록 모호해지는 진실
사무엘이 죽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그는 제 집 3층에서 추락하여 눈밭에 떨어져 죽었다. 그러나 그가 죽기까지 어떤 심경에 놓여 있었는지, 또 산드라와는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그것이 살해인지 자살인지를 우리는 끝끝내 알 수가 없다.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가, 한 걸음 떨어져 보기에도 헛되고 무리한 추론이 범람할 때는 청중이 방청석을 가득 메우더니, 막상 중요한 변론이 오갈 때는 관심이 얼마 답지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영화는 진실과 진실로 믿어지는 것과 우리가 진실이길 원하는 것들 사이를 오가며 인간이 진정으로 진실에 닿을 수 있는지를 또한 묻는다. 사무엘의 죽음은 어느 순간엔 타살이었다가, 어느 순간엔 자살이며, 또 어느 순간에는 그 사이 어느 지점에 놓여진다. 아들인 다니엘의 결정적 증언은 배심원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배심원을 넘어 상당수 관객들도 저처럼 한 걸음 떨어져 재판을 지켜본 그에게 그 어수룩한 유대와 신뢰에 근거하여 제 판단을 내맡길 준비가 되어있는 듯도 하다.
그러나 영화는 다니엘의 복잡미묘한 감정연기와 그를 끝까지 위태롭게 잡아내는 연출을 통하여 그 진술의 진위마저 온전히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말하자면 누구도 진실을 알 수 없다. 인간은 언제나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의 대상이 본인일 때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승리 뒤 변호인들 앞에서 기쁨을 표출하다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는 산드라의 모습처럼, 그저 우정을 넘어 어떠한 애정을 내보이는 그녀의 태도처럼, 어쩌면 누구도 다른 누구를, 사건을,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