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 나섰던 충남컬링협회 선수들. 왼쪽부터 김상현·이성곤·장문익 선수. 유진한 스킵은 아쉽게도 일정 탓에 미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 나섰던 충남컬링협회 선수들. 왼쪽부터 김상현·이성곤·장문익 선수. 유진한 스킵은 아쉽게도 일정 탓에 미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 박장식

 
지난 17일까지 경기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열린 컬링 국가대표 선발전, 2024 한국컬링선수권대회 남자부 한 팀이 눈에 띄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처음 초청받은 충남컬링협회 선수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해 늦가을 의성군수배 첫 번째 대회와 지난 2월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에도 출전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승리는 못 했지만, 특이한 면이 꽤 많다. 일단, 선수 전원이 40대다. 컬링 입문 시기는 각기 다르지만, 구력은 10년 안팎이다. 

게다가 이 선수들은 본업이 따로 있다. 이성곤 선수와 김상현 선수는 회사원, 장문익 선수는 치과의사, 유진한 스킵은 IT 개발자다. 

맞상대를 펼쳤던 지난 시즌 국가대표 강원도청 박종덕 스킵도 "정말 재밌게 게임을 했다. 각자 직업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경기를 했다는 게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전했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은 물론, 다른 대회에서도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는 충남협회 선수들을 지난 13일 최근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만났다.

"연차 쓰고, 예약 조정하고... 경기장 수도권이라 다행이었죠"

선수들이 경기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성곤 선수는 "가족들을 설득하며 허락받았다. 이번 한국선수권도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인원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행히 경기장이 집에서 멀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 출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장문익 선수도 '진료 예약'을 조정하느라 고생했다. 그는 "아무래도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의성군수배에 나갔을 때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모두 휴가를 썼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기를 마치고는 "반차 써서 지각하면 안 된다", "1시간 뒤 예약 환자가 있다"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선수들은 "지역이었으면 더 힘들었을 거다. 그나마 수도권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해서 다행"이라며 웃어 보였다.

지난 시즌 국가대표를 지낸 강원도청과의 경기를 두고 장문익 선수는 "우리 스킵이 드로우를 잘 해서 작긴 하지만 점수를 냈다. 9대 2라는 작은 점수 차이(웃음)로 마무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팀 결성을 두고 유진한 스킵은 "지금의 팀을 꾸린 지도 5년~ 6년 정도 됐다"면서 "원래 서울컬링클럽에서 활동하다가 충남협회로 이적했는데, 이후 지금 선수들에게 '전국동계체육대회 한 번 나가보자'며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성곤 선수는 "동호인끼리 같은 지역에서 모여서 시합은 많이 하지만, 전국 단위의 맞대결은 많지 않다"면서 "우리도 컬링 동호회에서 뛰기 시작해서 유입이 되고, 나가기도 하면서 지금의 팀이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국동계체전을 거쳐 한국선수권까지 나가는 것이 목표였다"는 장문익 선수도 "사실 처음에는 동계체전 메달을 따야 한국선수권 출전권을 얻을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해 의성군수배에 출전해 한국선수권에 나설 수 있더라. 꿈을 이뤄 기뻤다"고 말했다.

"상대 긴장시킬 때, 뿌듯"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충남컬링협회 선수들.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충남컬링협회 선수들. ⓒ 박장식

 
경기 치르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김상현 선수는 "선수와 동호인 차이가 굉장히 큰 것을 실감한다"며 "그래서 큰 점수 차로 패배하더라도 괜찮은 강력한 멘탈의 사람들만 선수들과의 경기에 나올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성곤 선수도 "업무를 조정하려고 스케줄 바꾸는 것도 어렵지만, 그보다 어려운 건 경기다. 스톤을 하우스 안에 넣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상대 선수가 테이크아웃을 해 하우스 안에 스톤이 없을 때가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뿌듯한 순간도 많다. 이성곤 선수는 "상대가 5엔드까지 점수를 충분히 뽑지 못하면 긴장한 게 눈에 보인다"라고 말했다. 장문익 선수도 "상대방 선수들이 작전회의를 길게 하면 우리가 나름의 경쟁상대가 되는 듯 싶어 뿌듯하다. 처음에는 30대 0으로 지기도 했다. 점점 경기력이 올라와서 기분도 좋다"고 답했다.

선수들의 한국선수권 목표는 '5점 차 이하로 지는 경기를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이 목표는 대회 최종전 의정부고등학교와의 경기에서 10대 5로 패배하면서 달성했다.

한국선수권을 통해 배운 점도 많다. 유진한 스킵은 "우리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들을 매 경기 만나니까 경기 때마다 상대의 장점이 보인다"면서 "항상 배우는 마음으로 경기를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현 선수는 "프로 선수들과 뛸 기회가 흔치 않다. 이들과 뛰면 실력이 향상되는 느낌도 있다"라며 "그래서 가능하면 더 많은 대회에 참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성곤 선수는 "동호인으로 경기할 때는 원하는 곳에 스톤만 잘 올려놓으면 기뻤다. 그런데 공식 대회에 나서면서는 선수들의 샷을 비슷하게 따라 하면서 배우는 느낌"이라며 "목표대로 스톤을 놓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성공하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장문익 선수도 배운 점이 많다. 그는 "선수들처럼 하우스 사이를 이동할 때 아이스를 멋있게 슬라이딩하면서 가고 싶었다"면서, "브러시를 지지대처럼 써서 갈 수 있는 법도 터득했다. 체력 관리에 관한 점도 배웠다"고 부연했다.

"우리 보며 '컬링해보고 싶다'는 마음 들었으면"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충남컬링협회 선수들이 스톤을 열심히 스위핑하고 있다.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충남컬링협회 선수들이 스톤을 열심히 스위핑하고 있다. ⓒ 박장식

 
국가대표 선발전도 나와 본 이상 '태극마크'의 꿈도 꿀 만 하지 않을까.

장문익 선수는 "10년 전이라면 몸상태가 좋아서 가능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쉽지 않다. 먼 미래에 시니어 국가대표 정도는 도전해 보고 싶다. 성곤이 형 꿈이기도 하다"며 웃었다. 

이성곤 선수도 "회사는 좋아하지 않겠지만 아내는 컬링을 좋아한다"면서 "50살 넘어 아시아에서 시니어 세계선수권이 열린다면 나가보고 싶다. 지난해에 한국에서 열린 시니어 세계선수권 당시 출전한 분들이 참 멋있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목표는 경기 '1승'이다. 장문익 선수는 "이후 출전하는 대회에서 1승을 거두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동호인으로서 바라는 점도 있다. 장문익 선수는 "동호인 대회가 주말 위주로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면서도 "우리가 충남 소속이지만 거주지는 수도권이다. 그런데 태릉선수촌을 제외하면 서울에 컬링장이 없다. 서울 서부 지역에 좋은 컬링장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상현 선수도 "우리를 보고 많은 일반들이 '컬링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됐으면 좋겠다. 전국에 컬링장도 꽤 있으니 동호인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진한 스킵은 동호인으로서 실업팀, 고교팀과의 경기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언제까지 컬링을 할 지는 모르지만, 만족할 수 있는 기량을 경기에서 보여주고 싶습니다. 컬링을 오래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컬링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닌 스포츠라서요. 지금 우리 팀 그리고 개인이 만족할 수 있는 기량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럼 컬링한 것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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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양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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