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간판스타' 손흥민의 거취를 둘러싸고 축구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어느덧 32세로 축구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든 나이가 된데다 현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의 재계약 여부가 아직 불명확한 상황 속에서, 이적설까지 터져나오며 '손흥민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의 주요 언론들은 손흥민이 최근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사우디아라비아 알 이티하드 등과 연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네르바체는 튀르키예의 명문으로 손흥민의 국가대표 동료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친정팀인 데다, 최근 '명장' 주제 무리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화제가 된 팀이다.
 
무리뉴 감독은 과거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아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었던 경험이 있다. 무리뉴는 손흥민을 '월드클래스'라고 극찬하며 부동의 주전으로 중용했고, 손흥민은 무리뉴 체제에서 70경기 29골 25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튀르키예 언론들은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의 영입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 이티하드는 사우디 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다. 사우디 리그는 최근 막강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 사디오 마네 등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을 영입하는데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알 이티하드 역시 카림 벤제마, 은골로 캉테같은 스타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손흥민에게도 이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던 구단이기도 하다.
 
사실 손흥민은 그동안 2015년 토트넘 이적 이후로는 이렇다 할 이적설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EPL에서 보여준 실력과 명성에 비하여, 전성기에 빅클럽의 관심을 받지못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힐 정도였다.
 
훗날 리버풀이나 도르트문트 등의 명문클럽에서 손흥민의 영입을 진지하게 타진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결국 손흥민은 꾸준히 재계약을 맺으며 토트넘에 잔류했다. 토트넘이 핵심선수였던 손흥민을 이적시킬 의사가 전혀 없었던 데다, 손흥민도 토트넘과 런던에서의 생활에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2023-24시즌도 EPL에서 17골 10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10-10(득점-도움)은 손흥민의 개인통산 3번째이자, 올시즌 EPL 전체를 통틀어 5명밖에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또한 손흥민은 위고 요리스와 해리 케인이 떠난 빈 자리를 메우며 한국인과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EPL의 주장까지 역임할만큼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토트넘 선수단과 팬들도 손흥민에 대한 지지가 확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이적설이 터져나온 것은, 토트넘과의 재계약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데서 비롯됐다. 현재 손흥민과 토트넘 사이에서 체결된 계약은 2025년 6월에 만료되는데, 구단의 결정에 따라 1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계약 만료 1년전에는 재계약 여부가 확정되는 것이 관행이다. 2023-24시즌이 종료된 이후 토트넘은 손흥민과 재계약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디 애슬레틱> 등 영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은 손흥민과 재계약보다도 기존 계약에 명시된 연장 옵션을 발동할 예정이다. 구단의 목표는 손흥민을 2026년까지 묶어두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는 손흥민이나 토트넘 팬들이 기대했던 주급 인상과 장기계약과는 거리가 멀다.
 
토트넘은 30대 이상 베테랑 선수에서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장기계약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손흥민이 지난 시즌 건재를 증명했지만 32세라는 나이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장기계약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손흥민의 페네르바체 이적설이 계속되자 인터뷰에 나서서 '완전한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레비 회장인 "손흥민이 페네르바체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인했지만 손흥민의 재계약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손흥민 입장에서도 굳이 이제와서 익숙한 잉글랜드를 떠나 굳이 다른 리그로 가야할만한 이유가 없다. 페네르바체가 속한 튀르키에 리그는 UEFA(유럽축구연맹) 리그 랭킹이 9위에 불과하여 5대 빅리그(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와는 격차가 크다. 페네르바체는 튀르키에 내에서는 명문팀이기는 하지만 마지막 리그 우승인 2013-14시즌으로 10년 전이다. 토트넘의 에이스이자 EPL에서도 여전히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손흥민이 굳이 눈높이를 낮춰야할 만한 메리트가 없다.
 
사우디리그행도 마찬가지다. 국가대표 주장도 역임하고 있는 손흥민은, 국가대표로 뛰는 동안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아시아리그로 이적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손흥민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친 손웅정씨도 지난 7일 MBC 라디오 <이문세입니다>에 게스트로 출연하여 "흥민이가 30살이 넘었는데, 은퇴할 때쯤에는 연봉이 하나도 없어도 살아보고 싶은 도시에서 행복하게 공 차다 은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바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손흥민에게 최상의 선택지 1순위는 구단과 새로운 장기계약을 체결하여 '토트넘의 레전드'로 남는 것이다. 손웅정씨는 "외국인 선수가 토트넘에서 10년을 채우면 레전드 대우를 받는다. 흥민이가 5년 후든 10년 후든 토트넘에 가면 선수들을 모아 경기를 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내년이 되면 토트넘에 정확히 10년을 채우게 된다. 다만 손웅정씨는 "그런 혜택 때문에 토트넘에게 남아있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토트넘이 그동안 여러 차례 자팀 레전드들을 홀대했던 좋지 못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팬들은 손흥민 역시 나이가 들어 기량이 쇠락하거나 쓰임새가 떨어지면 언제든지 토트넘에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손흥민은 그동안 토트넘에서 프로 선수로서 최상의 활약과 충성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손흥민이 토트넘의 레전드로 남아서 명예롭게 선수생활의 마무리까지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하기 힘들다. 토트넘이 레전드로서의 가치를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손흥민도 더 늦기 전에 '또다른 선택'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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