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용 감독님이 제 안에 것들을 파내려 하는 것 같길래 기꺼이 그러라며 수많은 질문에 답을 했죠."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 탕웨이는 영화 <원더랜드>에서 모처럼 쏟아냈다. 사후에 남겨질 딸과 홀 엄마를 위해 자신의 모습을 복제한 AI 서비스를 연기하며 진한 가족애를 표현하게 된 것.

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탕웨이는 "관객분들이 영화를 자신들의 실제 생활 어떤 부분과 연관시켜 감정을 느낄지 궁금하다"며 개봉을 앞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족이란 존재에 대해
 
 영화 <원더랜드>에서 바이리 역을 맡은 배우 탕웨이.

영화 <원더랜드>에서 바이리 역을 맡은 배우 탕웨이.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의 기억과 형상을 그대로 복제해 남은 사람들과 소통하게끔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탕웨이는 바이리를 연기했다. 알려진 대로 이 작품은 남편인 김태용 감독이 영상 통화를 하다 문득 실존과 실재하는 것에 대한 여러 궁금증이 들어 기획한 결과물이다. 기획 과정만 4년이 걸렸고, 2020년 촬영 종료 후 개봉까지 4년이 더 걸렸다. 탕웨이는 김태용 감독의 초기 단계 기획부터 함께 고민하며 의견을 더했다고 한다.
 
"구상 때부터 꾸준히 얘길 들었다. 마치 제가 실험대상인 양 여러 말을 했고, 거기에 제가 때론 감정적으로 동요하거나 울 때도 있었다. 그걸 녹화까지 하시더라(웃음). 마치 과학자가 된 것처럼 꼼꼼하게 제 반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저는 감독님의 그런 모습을 좋아했고, 그 과정을 즐겼다."
 
영화 속 바이리는 딸과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만큼 남다르다. 엄마 역의 니나 파우를 비롯해 딸 역할을 한 배우를 캐스팅 할 때 탕웨이는 직접 오디션에 참여하고 의견을 적극 피력했다고 한다. 실제로 한 아이의 엄마이자 딸이기도 한 탕웨이는 그만큼 마음 깊은 곳에서 반응하는 자신의 감정을 응시하려 했다.
 
"시사회 이후 지인 두 분이 영화 속 니나 파우(바이리 엄마 역) 배우님을 보고 저와 똑같다고 하시더라. 제 엄마를 아시는 분이셨거든. 그 말을 듣고 김태용 감독님이 제가 배우 추천을 부탁했을 때 왜 니나 파우님이 떠올랐는지 알겠더라. 니나 파우 선생님은 이 작품을 찍기 위해 엄청 고생하셨다. 팬데믹 때라 한국에 오고 가는 동안 40일 넘게 격리돼야 했거든. 평소엔 정말 귀엽고 밝은 성격인데 촬영 들어가면 바로 집중하신다.
 
실제 저도 제 엄마도 외동딸이다.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 슬하 자식도 외동딸-기자 주) 영화 속 삼대와 실제 우리 가족의 모습이 굉장히 비슷하다. 영화에서 니나 파우 선생님이 만두를 먹고 난 뒤 흰머리가 툭 하고 떨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엄마랑 영상통화 할 때 걱정말라고 밝게 끊지만 어쩌면 그 이후 엄마 혼자 고독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싶더라. 그래서 최대한 전 엄마나 제 딸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한다. 엄마가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최대한 지원하려 한다. 엄마가 손녀에게 당신은 네 살이라고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데 그 말을 들은 딸이 외할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려 하더라(웃음). 운동은 잘 하는지, 식사는 잘 드시는지 등 말이다."

 
최고의 호흡
 
 영화 <원더랜드>에서 바이리 역을 맡은 배우 탕웨이.

영화 <원더랜드>에서 바이리 역을 맡은 배우 탕웨이.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만추> 이후 이번 영화로 김태용 감독과 호흡을 맞춘 탕웨이는 동료이자 남편으로서 존중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인간이 태어난 뒤 네 번의 인생 전환점을 맞이한다는데 제게 가장 큰 전환점은 아이의 탄생이었다"며 탕웨이는 "감독님과는 결혼 전과 달리 같이 일할 때 서로 맞춰가고, 적응해가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한 작품에서 잘 맞았던 걸 다른 작품으로 이어가는 게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감독님이 작품을 같이 하자고 하면 거절하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감독님 사고 체계를 제가 잘 아는데 저랑 굉장히 잘 맞는다. 감독님이 흥미를 느끼는 것에 저도 흥미가 가거든. 제가 생각하는 걸 말하면 감독님은 거기에 자기 생각을 보태서 공유하기도 한다. 아이 관련 일 빼고는 부부로서 싸운 적이 거의 없다."
 
<원더랜드>의 상업적 성공 이후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탕웨이 또한 기꺼이 참여하고픈 마음이었다. 그렇다면 영화 속 기술이 현실에서 상용화 된다면, 탕웨이는 과연 이용하고 싶을까. 출연자의 관점을 빌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다. 김태용 감독은 그리움을 상품화한 사업으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의료계에 한 해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심리적으로 아플 때 이 기술을 이용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 전문가와 의사가 잘 조절하면, 인류에겐 참 좋은 서비스가 될 것이다."
 
최근 예능 프로에서 탕웨이가 출연한 <헤어질 결심> 등을 토대로 성대모사가 나오는 등 인지도가 꾸준하다. "해당 예능을 본 적은 없지만, 매우 기쁜 일"이라며 향후 활동 또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영화 <원더랜드>는 오는 5일 개봉한다.  
원더랜드 탕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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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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