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포스터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누구나 자신만의 희망이 있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 언젠가 자신을 구원해 줄 그 희망은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몇 번이나 찾아오는 절망적인 상황은 삶을 더 이어나갈 힘을 빼놓는다. 더 나아갈 힘이 없다고 느끼는 그 순간, 마지막까지 감추어두었던 희망은 꺼내어들 수 있는 마지막 무기다. 그 희망을 생각하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조금씩 되찾아간다. 만약 희망조차 없다면 그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먹고 자는 문제만 간단히 해결할 뿐, 나쁜 상황만이 앞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2015년에 개봉했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희망을 무기로 꺼내든 이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의 퓨리오사(샤를리스 테론)는 자신이 알고 있는 생명의 땅으로 가기 위해 임모탄(휴 키스번)에게 갇혀있던 여성들을 모두 데리고 탈출을 감행한다. 퓨리오사는 모든 여성들의 희망이었고, 그 희망의 여정에 맥스(톰 하디)가 우연하게 끼어들게 되면서 다각도로 전개되는 추격전이 펼쳐졌었다.

이번에 개봉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전편에서 희망의 전사였던 퓨리오사의 성장 서사를 다룬다. 사실 성장 서사라기보다는 그녀가 겪었던 모든 절망들을 보여주면서 그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과정을 보여준다. 모든 이야기를 다 보고 나면 이 영화의 퓨리오사(안야 테일러 조이)에게 행복한 순간은 어린 시절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짧은 행복의 기억 때문에 그녀가 수많은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럼 이 영화는 그녀의 어떤 감정들을 전달하면서, 그가 겪었던 수많은 절망들을 보여주고 있을까.

[첫 번째 감정] 퓨리오사의 절망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장면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의 대부분은 절망으로 가득 차있다.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지구는 끝없는 사막으로 바뀌었고, 그 안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기 위해 누군가의 물과 식량을 탈취한다.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시대, 이 시기에 아직 푸르름을 간직한 공간이 있었다. 바로 퓨리오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그런 곳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외부인을 강력하게 경계하지만 그 안에서 자급자족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퓨리오사가 외부 침입자들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납치되면서 그녀의 절망이 시작되었다. 영화 초반 퓨리오사의 엄마가 납치된 퓨리오사의 뒤를 따라가는 길고 긴 추격장면은 절망을 맞이하지 않게 하려는 몸부림이다. 여기엔 두 가지 절망이 섞여 있다. 유일하게 존재하던 푸른 지상 낙원이 외부에 노출되어 버렸다는 것과 그곳 출신 아이인 퓨리오사가 납치되었다는 것이다. 엄마는 끝까지 퓨리오사를 찾기 위해 추적하지만 결국 그 집단의 우두머리인 디멘투스(크리스 햄스워스)에게 붙잡히고 만다. 퓨리오사는 바로 앞에서 엄마가 죽임을 당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게 된다. 퓨리오사는 행복의 상징인 낙원에서 멀어졌고, 점점 더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녀의 고통은 커진다. 초반의 긴 추격장면은 긴 안전끈이 늘어나다가 끊어져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엄마가 죽임을 당한 후 십여 년이 지난 후, 성인이 된 퓨리오사는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였던 잭(톰 버크)을 눈앞에서 잃게 된다. 그 역시 디멘투스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 것이다. 퓨리오사에게 가장 큰 절망을 선사한 디멘투스는 그저 자신을 귀찮게 한 존재를 하찮게 보고 그저 자신의 재미를 위해 제거해 버렸을 뿐이다. 그렇게 퓨리오사의 절망은 더욱 커지고, 그 절망을 준 존재를 향한 복수심은 더욱 커져만 간다. 영화 내내 디멘투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자동차들로 퓨리오사와 일행을 누르고 파괴한다. 영화는 거대한 디멘투스의 차량이 퓨리오사의 자동차를 짓밟는 모습을 담으며 퓨리오사의 절망을 처절한 액션 장면에 담고 있다. 

[두 번째 감정] 퓨리오사의 분노와 복수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장면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절망은 당연하게 분노의 감정으로 바뀐다. 퓨리오사는 임모탄이 지배하고 있는 시타델에 숨어 살면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퓨리오사의 분노가 조금씩 쌓여가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보여준다. 그 과정은 십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 것이어서 단번에 폭발적으로 쌓인 것은 아니다. 퓨리오사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고,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성장하지 않는다면 복수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말도 극단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정체를 최대한 숨기고 시타델의 시스템 속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탈출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위치를 노렸다. 결국 수송 트럭으로 탈출을 감행하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 과정에서 만난 잭은 <매드맥스> 시리즈의 모든 남자 가운데 가장 믿을 만한 인물이다. 그는 퓨리오사 내면에 숨어있는 분노를 발견해 내고, 그것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무심하게 알려주는 인물이다. 

영화 중반부에 잭과 퓨리오사가 무기 농장에서 디멘투스 일행에게 습격을 받는 장면이 있다. 무기 농장의 거대한 탑이 무너지는 가운데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해 그 상황을 겨우 벗어나지만, 그 액션 장면처럼 그 두 사람은 붕괴되고 있었다. 완전히 붕괴되어 버린 퓨리오사는 결국 마음속에 복수만이 가득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세 번째 감정] 모두의 희망이 된 퓨리오사의 희망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장면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액션 장면은 영화의 처음과 비슷한 추격장면이다. 이 추격을 하기 위해 퓨리오사는 바퀴가 하나 없는 자동차를 타고 가게 된다. 마치 팔 하나가 없는 퓨리오사의 모습과 흡사해 보인다. 그렇게 추격을 시작한 퓨리오사는 영화의 초반 자신의 엄마가 끝까지 자신을 추적해 왔던 것처럼 끝까지 디멘투스를 추격해 낸다. 그리고 자신의 엄마 그리고 유일한 믿음을 주었던 잭의 복수를 하기 위해 애쓴다. 

사실 이런 복수의 전체 과정에서 퓨리오사는 희망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머니가 준 복숭아나무 씨앗 하나를 잊지 않았다. 그녀가 입안에 넣어 보호하는 그 작은 씨앗은 그녀가 지켜야 할 최후의 희망이다. 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이야기 직후에 벌어지는 내용을 다루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까지 이어서 보고 나면 퓨리오사가 지켜냈던 그 희망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희망이 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퓨리오사는 그 희망을 지켜냈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 희망의 동력을 나눠주었다. 

영화 속 빌런인 디멘투스의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디멘투스는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물이다. 또 다른 빌런인 임모탄은 자신이 원하는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희망을 따라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엄청난 독재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디멘투스에겐 그런 희망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재미있는 것만 추구하며 삶을 이어온 인물이다. 그가 잭을 죽이는 장면에서 혼잣말로 재미없다고 웅얼거리는 장면에서 그의 그런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퓨리오사는 자신의 희망으로 무작위성, 혼란, 무계획의 대표적인 인물인 디멘투스에게 일종의 형벌을 내린 셈이다. 

퓨리오사의 서사는 이번 영화로 완성되었다. 앞으로 <매드맥스> 시리즈가 더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2015년부터 시작된 <매드맥스 사가>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궁금한 인물이었던 퓨리오사에겐 숨겨진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에도 다양한 액션 장면들이 담겨있고, 한 액션 시퀀스가 꽤 길게 이어진다. 전작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프리퀄 영화다. 전작이 액션으로 서사를 완성했다면, 이번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는 액션과 음악 그리고 퓨리오사의 성장이야기로 길게 서사를 이어 완성했다. 전편이 직렬로 이어진 영화라면, 이번 영화는 병렬로 펼쳐 다각도로 퓨리오사의 경험과 생각을 전달한다. 퓨리오사의 희망이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 끝까지 시선을 잡아두는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매드맥스 퓨리오사 프리퀄 액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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