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마트에서, 식당에서, 편의점에서, 카페에서 손님에게 폭언과 갑질을 당했다는 하소연들이 언론과 S.N.S에서 넘쳐난다. 손님은 사장에게, 사장은 직원에게, 직원은 부하직원에게 갑질을 한다. 갈수록 갑질과 꼰대가 넘쳐난다. 왜 그런 것일까? 우리가 잘 아는 슈바이처, 헬렌켈러, 그리고 나이팅게일의 헌신적인 삶은 위대하지만 이제는 너무 과소비된 위인들이다. 먼지 쌓인 책 속에 박제된 위인들을 벗어나 우리 주변에서 존경할 수 있는 진짜 어른을 만날 수 없을까?
'어른 김장하'가 있었다
김장하 이사장(아래 김장하)은 경남 진주에서 지난 60여 년 동안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인권, 문화, 역사를 위해 헌신한 지역의 어른이다. 또한 김장하는 명신고등학교를 지어 8년간 운영 후 국가에 헌납했다. 100억 대가 넘는 금액이다. 하지만 김장하는 인터뷰나 방송은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문화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감독 김현지)를 공동취재한 MBC경남과 김주원 기자 또한 김장하의 허락 없이 촬영과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장하 선생은 화를 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허락도 하지 않았다. '인터뷰 해달라고 요청하지 않겠다', '몰래 찍지 않겠다.' 몇가지를 통보(허락이 아니니 통보다)하고 김주완 기자를 앞세워 카메라를 들고 김장하 선생을 만나러 갔다. 행사에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취재 사실이 알려지니 사람들이 모임에 끼워줬다.
- <방송작가> 2023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