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드리고 나시멘투를 상대로 펀치를 휘두르는 데릭 루이스(사진 오른쪽)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갈수록 캐릭터, 플레이 스타일이 획일화되어 가고 있는 UFC 무대서 '검은 짐승' 데릭 루이스(39‧ 미국)는 자신만의 콘셉트로 오랜시간 동안 생존해오고 있다. 초창기만 해도 덩치만 컸지(191cm‧평체 130kg이상) 정상권에서 경쟁하거나 롱런할 타입으로 평가되지는 않았다. 공격 패턴이 단순하고 온갖 감정을 온몸으로 노출하는 모습이 파이터로서는 마이너스 요소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루이스의 파이팅 스타일은 마치 거친 뒷골목 싸움꾼을 연상시킨다. 터프하면서도 때론 어설픈지라 정교한 현대식 파이터와는 거리가 있다. 데미지를 입어도 표정 관리를 하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상당수 선수들과 달리 루이스는 아픈 기색을 온몸으로 드러낸다. 트레비스 브라운전에서는 복부에 충격을 입자 '복부가 너무 아프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복부를 움켜쥐고 싸우는 우스꽝스러운 장면까지 연출했다.
이것이 묘한 인간미(?)로 작용해 루이스에게 호감을 느끼는 팬들도 적지 않다. 귀여운 야수 캐릭터로 인기를 모았던 밥 샙과 비슷한 부분이다. 루이스는 밥 샙과는 다르게 위기에 몰려도 맷집과 투지로 상황을 뒤집는 능력이 있다. 정타를 맞으면 어쩔 줄 몰랐던 밥 샙과 달리 루이스는 아픔을 호소하면서도 경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때문에 위기가 닥치면 여지없이 패했던 밥 샙과 달리 루이스는 유독 역전승이 많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의지가 꺾이는 것은 아니다. 복부를 맞으면 힘들어하는 것을 많이 파이터들이 알고 있고 실제로 같은 공격을 자주 허용하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반격을 준비하던가 외려 페이크로 쓰는듯한 패턴이 반복되자 루이스가 데미지를 입은 것 같아도 쉽게 못 들어가는 파이터가 상당수다.
루이스의 공격 옵션은 단순하다. 성큼성큼 전진 스텝을 밟으며 타이밍을 노린다. 상대가 펀치 거리에 들어오면 주저하지 않고 훅과 어퍼컷 등을 휘두른다. 앞손 잽, 뒷손 카운터 등 대부분 파이터들이 즐겨 쓰는 정돈된 패턴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대가 눈에 들어오면 바로 주먹을 내지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상대들은 루이스와 정면 펀치 대결을 꺼린다. 맞으면서도 더 세게 돌려주는 루이스의 특성상 어설프게 카운터를 시도하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덩치에 비해 몸이 유연하고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 자칫 방심하다 큰 충격을 받기 십상이다. 펀치 자체가 워낙 묵직해 정타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상대는 급격하게 페이스가 흔들린다. 그런 상황에서 진흙탕 난타전이 벌어질 경우 루이스의 짐승 모드에 빨려 들어간다.
스타일과는 별개로 루이스가 이 정도로 롱런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루이스는 2010년 격투무대(UFC는 2014년)에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41경기를 뛰며 28승 12패 1무효의 성적을 내고 있다. 강펀치의 소유자답게 자신이 거둔 승리 중 23번(82%)을 넉아웃으로 장식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확실히 루이스도 예전같지는 않다. 2021년부터 최근까지 9경기의 강행군을 이어가는 가운데 4승 5패로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스는 여전히 옥타곤에서 경쟁하기를 원하고 있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12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엔터프라이즈 센터에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루이스 vs 나시멘투' 메인 이벤트에서 여전한 경쟁력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