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의 빅타임>은 액션보다는 서기(왼쪽)와 성룡의 멜로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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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IMF 경제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세기말, 성룡은 할리우드 영화 <러시아워>에 출연해 2억4400만 달러의 흥행을 견인하면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스타로 도약하고 있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러시아워> 속편을 비롯, 성룡의 할리우드 활동이 밀려 있었지만 자신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 준 홍콩 시장을 외면할 수 없었고 1999년 <성룡의 빅타임>을 제작했다.
성룡은 <취권>을 시작으로 주인공으로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에서 언제나 스토리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성룡의 빅타임>은 성룡이 출연한 영화 중 이례적으로 성룡이 아닌 서기가 맡은 대만의 바다마을 소녀 아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성룡의 빅타임> 개봉 당시 서기가 아직 아시아에서는 물론이고 홍콩에서도 엄청난 스타배우가 아니었음을 고려하면 대단히 파격적인 대우였던 셈이다.
<성룡의 빅타임>은 할리우드에 진출한 성룡이 중화권 및 아시아 관객들을 위한 '선물'의 성격이 강했고 이 때문에 스토리도 기존 성룡 영화들에 비해 가볍게 진행된다. 하지만 <성룡의 빅타임>은 여전한 성룡의 높은 지명도와 <유리의 성>을 통해 부쩍 인지도를 올린 서기의 유쾌한 연기호흡으로 서울에서만 13만 관객을 동원했다. 같은 날 개봉한 영화가 당시 한국영화 최다관객 기록을 세운 <쉬리>였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
<성룡의 빅타임>이 다른 성룡 영화와 구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빌런'이 없었다는 점이다. 성룡과 두 차례 1:1 대결을 벌이는 호주의 무술고수 알란(브래드 제임스 앨런 분)은 싸우는 내내 진자오를 존중했고 사업가로서 진자오의 라이벌인 노내화도 알고 보니 어린 시절부터 진자오와 친구였다. 짝사랑하는 아부를 찾아 홍콩까지 찾아오는 용일(임현제 분) 역시 사랑의 연적이 되기는커녕 개그캐릭터로서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성룡의 빅타임>을 연출한 곡덕소 감독은 1990년대 초반부터 홍콩에서 배우 겸 각본가로 활동했다. 특히 <파괴지왕>과 <당백호점추향>,<식신> 등에 출연했던 대표적인 '주성치 사단' 배우 중 한 명이었다. 1995년 <보로배수>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한 곡덕소는 1999년 <성룡의 빅타임>을 연출했고 <행운초인>,<용감위>,<가유희사2009>,<신기협려>,<007북경특급2> 등을 만들며 배우 겸 감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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