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를 아는가. 한때는 모르는 이 없는 동물이었으나 어느덧 아는 이 드문 동물이 되어가고 있는 맹꽁이다. 맹꽁이라고만 하면 그것이 어느 누구의 별명인지, 동물인지조차 확실치 않게 전해지는 세상이다. 적어도 아무 학교 아무 학급에 들어가 맹꽁이를 본 적 있는 사람을 찾으면 아마도 대부분은 손을 들지 않을 것이다.
 
맹꽁이는 강원도 영동 지역을 빼면 한반도 전역에 분포한 흔한 생물이었다. 두꺼비 비슷하게 생긴 오동통한 양서류로, 크게는 개구리목에 속해 있는 동물이다. 그런데 이 맹꽁이가 지난 수십년 동안 개체수가 크게 줄어 멸종위기에 있단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이 됐다고 한다. 한반도에 그토록 많았던 맹꽁이가 대부분 사라지기까지 인간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모기나 지렁이 같은 먹잇감은 줄지 않았다. 줄어든 것은 맑은 물과 서식처다. 졸졸졸 물이 흐르는 개울을 한국은 거의 잃어버렸다. 잃었다는 말이 민망한 것은 스스로 그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굴삭기로 그를 파고 덮어버리면서도 우리는 우리가 맹꽁이들을 죄다 죽이고 있는 줄 인식한 적 없었다. 죽이겠다는 의지도 의식도 없이 어느 한 생물 분과를 학살해왔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맹꽁이가 뉴스를 제작할 수 있다면 인간은 홀로도모르나 홀로코스트를 일으킨 학살자처럼 여겨질 게 분명하지 않은가.
 
뉴스 탄 맹꽁이, 이유는?
 
맹꽁가 스틸컷

▲ 맹꽁가 스틸컷 ⓒ 전주국제영화제

 
그런데 맹꽁이가 몇 년 전부터 뉴스를 타기 시작했다. 서울과 맞닿아 남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과천과 의왕 일대에서 맹꽁이가 때 아닌 주목을 받았다. 이 지역 개발사업 도중에 맹꽁이가 살고 있는 서식지가 발견되며 환경단체 및 시민들이 맹꽁이대책위를 조직해 개발반대에 나선 때문이다. 맹꽁이가 얼마나 살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는 걸 시작으로, 개발사업이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들을 폭넓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도로며 주택건설이 맹꽁이 때문에 가로막히는 과정은 누군가에겐 당혹감을, 누군가에겐 안도감을 던진다.
 
남해든의 27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 <맹꽁가>는 여러모로 독특한 영화다. 1999년생, 겨우 20대 중반 젊은 감독의 첫 작품으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코리안시네마 단편2' 섹션에 묶어 상영하며 관객과 만났다. 이 작품이 독특한 건 주제도 주제거니와 그 문법 때문이다. 영화는 카메라를 한 자리에 세워둔 채 감독의 이야기를 길게 풀어내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말하자면 아직 촬영기술이 발달하기 전인 수십 년 전의 기법을 이 시대에 쓰는 듯한 낯선 기분이 영화 내내 몰려든다.
 
감독은 아파트가 지어진다는 소문이 들려온 뒤 오랫동안 공사가 진척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후에 들은 이유는 맹꽁이였다. 앞서 적은 것처럼 일부 주민들이 대책위를 구성했고 지역 환경단체가 나서 공사를 저지했다. 감독은 그로부터 제가 유년기에 목격한 어른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옛 카메라 가운데 담긴 파편화된 장면들, 그곳엔 구호를 외치고 팔뚝을 휘두르는 어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들의 지금은 어떠한가.
 
맹꽁이 울음소리 배경으로 펼쳐지는 저항
 
맹꽁가 스틸컷

▲ 맹꽁가 스틸컷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는 거듭 맹꽁이의 울음소리를 삽입해 관객을 일깨운다. 아마도 지난 수십 년 간, 수많은 개체가 인간에 의해 학살을 당하는 동안 울려 퍼졌을 맹꽁 하는 울부짖음이다. 감독은 영화의 제목을 '맹꽁가'로 삼아 맹꽁이 위에 저항하는 운동가의 이미지를 입힌다. 맹꽁이가 오래 노래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물으려 하는 듯 보인다.
 
맹꽁이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학자들은 인류에 의해 수많은 종이 사라지는 현실을 가리켜 제6의 대멸종이라 부르고 있다. 전체 생물군의 30% 이상이 전 세계적으로 사라지는 대멸종 현상이 또 한 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시어류와 공룡 등이 집단 멸종했던 과거 대멸종이 그러했듯 현재 약 100만 종의 동식물이 멸종되어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세계자연기금(WWF)가 발표한 '지구생명보고서 2022(Living Planet Report 2022)'에선 지난 반세기 동안 야생동물 개체수가 69%가량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생물다양성협약에 가입하며 부랴부랴 관련 통계작성을 시작한 한국에선 300종 가까운 야생동물이 멸종위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맹꽁이가 그러하듯, 한때는 한반도에 흔했던 올빼미, 노루, 도룡뇽 등이 모두 멸종위기에 처한 상태다.
 
누군가는 기억하는 맹꽁이 대학살
 
맹꽁가 스틸컷

▲ 맹꽁가 스틸컷 ⓒ 전주국제영화제

 
학자들이 대멸종을 경고하고 수많은 생물분과가 인간에 의해 말살에 가까운 타격을 입고 있음에도 인간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겨우 맹꽁이 때문에 공사가 중단된다며 당혹감을 표하는 게 도리어 일반적이다. 생물다양성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며 내 집 마련, 부동산 투자성과 등에 비하여 하찮은 주제처럼 여겨진다. 할 짓 없는 이들의 한가한 활동이란 시선을 받기 일쑤다.
 
<맹꽁가>의 관심이 어쩌면 이 간극을 줄이려는 데 있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카메라는 멀찍이 떨어져 초점조차 분명치 않은 채로 둔하게 멈추어 있지만, 그것이 말하는 주제는 인류는 물론이고 현대 한국인에게 첨예해 마땅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맹꽁이 울음소리가 마치 저항적 민중가요나 구호이기라도 한 것처럼 맹꽁가라 명명하고, 과거 팔뚝을 휘두르던 운동가들의 모습을 덧댄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일 테다.
 
맹꽁이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던 월암지구 현장조사 뒤 LH는 맹꽁이 서식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2020년의 일이다. 무려 2년 동안 실시한 평가에서 맹꽁이를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시민들은 대책위를 꾸리고 해당 지역 전반에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처럼 사실 또한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이 같은 방식으로 수많은 종이 서식지를 잃었다. 학살을 맞이했다.
 
맹꽁이 멸종 주범 인간, 우리는 안녕해도 되는가
 
이것이야말로 맹꽁이 울음소리에 인간의 노랫소리가 더해져야 하는 이유라고, 남해든은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 모를 일이다. 생물다양성을 이해하는 이들은 한 마리 맹꽁이의 가치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고 말한다. 종 다양성을 기반으로 발전해온 생태계, 또 그로부터 이점을 누려온 인간이란 종이 맹꽁이의 멸종 이후 어떤 약점을 드러내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맹꽁이를 비롯해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 등을 이유로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이들은 언제나 비슷한 주장을 내놓는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할 수 있는 대안을 개발업체 측에 요구하는 것이다. 주택문제가 첨예한 갈등사안인 한국에서 맹꽁이나 다른 동물을 이유로 개발사업을 저지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대안이 나온 적은 거의 없다 해도 좋았다. 공사는 대부분 강행됐고 주택이든 도로든 역사든 세워졌다. 그 사이 멸종위기종의 터전도, 생물다양성도 좁고 얕아지기만 하였다.
 
여러 단점이 밟히는 작품이지만 영화는 적어도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을 환기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의 멸종위기종은 과연 보호되고 있는가. 갈수록 추가되기만 하는 멸종위기종에 대하여 그 멸종의 주범이라 해도 좋을 인간은 제가 미친 파급이 어떤 것인지를 돌아보고 있는가. 세상엔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알아야만 하는 지식이 분명히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 JIFF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JIFF 맹꽁가 남해든 김성호의씨네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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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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