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소녀들이 일단 한숨을 돌렸다. 북한과의 첫 게임에서 무려 7골을 내주며 무너지는 바람에 4강행 1차 목표 지점이 흐려 보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필리핀을 압박한 덕분에 천금의 동점골을 뽑아냈다. 후반 교체 멤버로 들어간 차세대 한국 여자축구 공격수 케이시 유진 페어의 헌신적인 활약 덕분이었다. 골 득실차로 4강에 오른 것이니 개최국 인도네시아와의 두 번째 게임 12-0 대승이 한몫을 한 셈이다.

김은정 감독이 이끌고 있는 17세 이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12일 오후 5시 인도네시아 수카와티에 있는 발리 유나이티드 트레이닝 센터에서 벌어진 AFC(아시아축구연맹) 17세 이하 여자 아시안컵 A조 필리핀과의 세 번째 게임을 1-1로 비겨 2위(1승 1무 1패 13득점 8실점) 자격으로 4강에 올라 B조 1위를 만나게 됐다.

케이시의 몸싸움, 범예주 천금의 동점골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오를 수 있는 우리 선수들은 비교적 안정된 게임 운영을 펼치려고 했지만 필리핀 선수들도 이 상황을 너무 잘 알기에 머뭇거리지 않고 한국 골문을 적극적으로 두들겼다.

그렇게 38분에 필리핀의 첫 골이 들어갔다. 왼발잡이 풀백 아리아나 마르키가 오른쪽 구석에서 올린 코너킥이 크로스바 하단을 스치며 그대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우수민 골키퍼가 점프하며 손을 뻗었지만 타이밍이 약간 늦는 바람에 공을 제대로 쳐내지 못한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 벤치에서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권다은, 이하은, 남사랑' 셋을 한꺼번에 들여보낸 것도 모자라 에이스 케이시 유진 페어까지 54분에 기용했다. 지소연, 조소현 등 A대표 큰언니들과 어울려 빅 게임 경험도 비교적 많이 쌓은 케이시 유진이 등장 후 10분만에 묵직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존재감을 알렸고, 그로부터 10분 뒤에 천금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으니 진정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낸 셈이다.

74분에 케이시 유진이 필리핀 센터백에게 매섭게 달려들어 과감한 몸싸움을 걸었기 때문에 공이 옆으로 흘러나왔고 이를 기다렸다는 듯 미드필더 범예주가 달려와 오른발 슛으로 그 무엇보다 중요한 동점을 만든 것이다. 

자신감을 되찾은 우리 선수들은 4분 뒤에도 케이시 유진과 권다은이 필리핀 골문으로 달려가 역전골을 노렸지만 베이커 골키퍼의 수퍼 세이브(권다은 유효슛)에 가로 막혔다. 케이시 유진은 후반 추가 시간 3분에 빠르게 공을 몰고 들어가 상대 골키퍼와 1:1로 맞서며 회심의 오른발 찍어차기로 끝내기 골을 노렸는데 이번에도 베이커 골키퍼의 믿기 힘든 선방에 걸리고 말았다.

그래도 베로니카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잘 버틴 우리 선수들은 골 득실차(한국 +5, 필리핀 -1)로 A조 2위가 되면서 오는 16일(목)에 열리는 준결승에서 B조 1위를 만나게 됐다. 이번 대회 3위까지는 오는 10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열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U17 여자 월드컵 본선 티켓을 받을 수 있다.

AFC U17 여자 아시안컵 A조 결과
(5월 12일 일요일 오후 5시, 발리 유나이티드 트레이닝 센터-수카와티)

한국 1-1 필리핀 [골-도움 : 범예주(74분,도움-케이시 유진 페어) / 아리아나 마르키(38분)]

한국 선수들(4-3-3 포메이션)
FW : 원주은(71분↔백지은), 서민정(54분↔케이시 유진 페어), 김효원(46분↔권다은)
MF : 한국희, 박지유, 범예주
DF : 류지해, 노시은, 신성희(46분↔이하은), 신다인(46분↔남사랑)
GK : 우수민

◇ A조 최종 순위
1위 북한 9점 3승 22득점 0실점 +22
2위 한국 4점 1승 1무 1패 13득점 8실점 +5

3위 필리핀 4점 1승 1무 1패 7득점 8실점 -1
4위 인도네시아 0점 3패 1득점 27실점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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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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