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린 선수들 개인의 실력 차이도 컸지만 어이없는 실수가 연거푸 나오면서 완전히 무너진 게임을 경험하고 말았다. 골키퍼를 포함한 수비수들이 상대의 거센 압박 축구에 대응하는 빌드 업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가 가장 커 보였다.

김은정 감독이 이끌고 있는 17세 이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6일(월) 오후 5시 인도네시아 수카와티에 있는 발리 유나이티드 트레이닝 센터에서 벌어진 AFC(아시아축구연맹) 17세 이하 여자 아시안컵 A조 북한과의 첫 게임을 0-7로 완패하며 험난한 앞길을 예고했다.

개인 역량 중 '판단력' 부족

그나마 전반 끝무렵까지는 잘 버틴 셈이다. 그런데 39분에 뼈아픈 수비 실수가 나오며 급격하게 우리 선수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골키퍼에게 백 패스한 공이 짧아 위험 지역에서 북한 선수에게 공을 빼았겼는데 이 위기 상황에서 우리 골키퍼 우수민이 북한 골잡이 호경을 노골적으로 걸어 넘어뜨린 것이다. 

페널티킥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고 리국향이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차 넣어 대회 첫 골이 들어간 것이다. 자신감을 얻은 북한 선수들은 전반 추가 시간 2분만에 전일총의 왼쪽 측면 얼리 크로스를 받아 페널티킥을 얻어냈던 호경이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정확하게 차 넣고 전반을 끝냈다.

이에 한국 벤치에서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A대표 경력도 꾸준히 쌓고 있는 케이시 유진 페어를 빼고 권다은을 들여보내 공격 쪽에 변화를 줬지만 강한 압박 축구를 펼치는 북한 선수들을 쉽게 벗겨내지 못하는 한계를 실감할 뿐이었다. 교체 멤버 권다은의 왼발 프리킥(49분)이 첫 번째 유효슛 기록으로 찍힌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47분에 전일총에게 왼발 추가골을 내준 우리 선수들은 51분에도 전반 페널티킥을 내준 상황과 비슷한 후방 빌드 업 실수를 또 하나 저질렀다. 우수민 골키퍼의 킥 실수를 가로챈 전일총이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오른쪽 구석으로 차 넣은 것이다. 

3분 뒤에는 우수민 골키퍼가 페널티 에어리어 모서리 밖까지 달려나왔지만 그 타이밍이 북한의 기습 공격과 맞지 않는 바람에 빈 골문에 북한의 다섯 번째 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서류경의 스루패스를 받은 호경이 가볍게 굴려넣은 것이다.

60분에는 호경이 왼쪽 측면에서 낮게 깔아준 얼리 크로스가 반대쪽에 다다를 때까지 걷어내는 한국 수비수가 아무도 없어서 최림정의 왼발 슛이 하나 더 허무하게 들어갔다.

대승을 예고한 북한 선수들은 89분에 완벽한 2:1 패스 조직을 자랑하며 7-0 최종 점수판을 만들어냈다. 후반 교체 선수 강류미의 절묘한 힐 패스를 받은 전일총이 오른발로 해트트릭을 완성시킨 순간이기도 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9일(목) 오후 8시 발리에 있는 캡틴1 와얀 딥타 스타디움에서 개최국 인도네시아를 만나게 되는데 조 2위 안에 들어서 4강에 진출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야 3위까지 받게 되는 FIFA U-17 여자월드컵 본선(2024년 10월, 도미니카 공화국) 티켓을 노려볼 수 있다. 

AFC U17 여자 아시안컵 A조 결과
(5월 6일 월요일 오후 5시, 발리 유나이티드 트레이닝 센터-수카와티)

한국 0-7 북한 [골-도움 : 리국향(41분,PK), 호경(45+2분,도움-전일총), 전일총(47분,도움-서류경), 전일총(51분), 호경(54분,도움-서류경), 최림정(60분,도움-호경), 전일총(89분,도움-강류미)]

한국 선수들(4-4-2 포메이션)
FW : 원주은(85분↔지애), 케이시 유진 페어(46분↔권다은)
MF : 한국희(56분↔박주하), 김예은(46분↔김지효), 범예주(77분↔류지해), 서민정
DF : 박지유, 노시은, 신성희, 신다인
GK : 우수민

북한 선수들(4-4-2 포메이션)
FW : 최일손(46분↔강류미), 호경(79분↔리수정)
MF : 전일총, 서류경(72분↔안경용), 최연아, 로운향(46분↔최림정)
DF : 박일심, 리봄, 리국향, 리예경(72분↔홍신정)
GK : 박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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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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