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가 발표된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가 발표된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 ⓒ 대통령실

 
 
영화계는 정부의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이하 입장권 부과금) 폐지에 대해 유감을 나타내면서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졸속으로 기만적인 정책을 발표했다는 영화인들의 비판이 영화단체의 이름으로 공식화되는 모습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국내개최국제영화제연대 등 20여개 영화 단체들이 결성한 '영화산업위기극복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 측은 4일 성명을 내고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입장권 부과금 폐지를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27일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법정부담금 91개 중 40%에 해당하는 36개를 폐지·감면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이하 입장권 부과금) 폐지 방침을 밝혔다(관련기사 : 영화입장권 부과금 폐지에... "선거용 졸속 정책" 영화계 시큰둥).
 
협의없는 폐지 받아들이기 어려워

'영화인연대' 측은 영화계와 상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 발표에 항의하면서, 문체부의 '관객들이 부당하게 부과금을 내고 있다는 말과 다름없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화비디오법)과 시행령을 통해 부과금 징수를 입장권 가액의 3%를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책정된 입장료 안에서 영화업자(극장과 투자·제작사)가 부담하는 형태로 운영되어온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조성된 영화발전기금(영발기금)은 한국영화 위기를 극복하고 산업과 문화의 성공을 이끈 주춧돌로 기능해 왔다. 정부 출연은 2008년이 마지막이었고, 지난 15년간 입장권 부과금이 주요 재원이었다. 영화계는 끊임없이 입장권 부과금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영화발전기금 재원을 다각화하고 장기적으로 안정된 운영방안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정부는 단기적 대응만을 해왔다.
 
'영화인연대'는 "입장권 부과금은 영발기금의 핵심 재원으로 독립·예술영화, 지역영화를 포함한 영화계 생태계 전반에 이전될 수 있도록 재분배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장기적인 영화발전기금 운영 로드맵을 제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폐지를 우리 영화인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영발기금은 코로나19 시기 정부가 영화계에 별도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영화산업 재원으로 사용됐고, 이 때문에 고갈 상태에 직면했다. 이를 빌미로 올해 영진위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독립영화와 지역 영화제 등 영화산업의 타격이 큰 상태다.
 
'영화인연대'는 또한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영화발전기금의 주된 재원이었던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출연 등을 통해 영화발전기금을 안정적으로 정상화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라며 "한국영화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 영화정책과 행정의 거버넌스가 후퇴하고 있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인연대는 영화발전기금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와 한국영화 정상화와 영진위 정상 운영 등을 위해 영화계와 논의하는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지원 아끼지 않겠다면서 예산은 계속 축소
 
 영화관 입장료에 부과되는영화발전기금.

영화관 입장료에 부과되는영화발전기금. ⓒ 성하훈

 

영화계가 입장권 부과금 폐지에 반발하는 데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칸영화제 수상자 만찬장에서 "영화산업의 정상화와 재도약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지만 공염불이 된 상태다.
 
이후 영화 관련 예산은 계속 줄었고, 어렵게 유지해온 독립영화와 지역 영화 생태계를 위한 사업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영화제작 배급사들의 관행적인 홍보 활동도 '관객수 조작' 의혹으로 수사대상이 됐다. 영화계는 이 모든 사안을 제2의 블랙리스트로 간주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가 입장권 부과금 폐지를 통해 영화관람료를 500원 정도 인하할 수 있는 요인이 생겼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영화인들은 영화산업의 현실조차 모르는 소리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극장 관계자들도 "현재 입장권 요금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게 전혀 없다"며 정부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영화발전기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