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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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01.
영화 <댓글부대>는 주인공인 임상진(손석구 분) 기자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 그의 말을 빌어 작품의 시작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모종의 세력과 댓글로 인해 여론이 조작된 사건이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라는 것. 1990년대 PC 통신이 활발했던 시절, 당시에 활동했던 '앙마'라는 인물과 그의 커뮤니티 '산 넘고 물 건너'가 그 근거로 제시된다. 일종의 지나온 역사와 흐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인물은 2017년의 탄핵 촛불운동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극 중 사건과 소재가 실재했던 것인가 하는 물음은 중요하지 않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기자의 말과 달리, 이 영화 자체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그 마저도 일부 각색되었다. 안국진 감독 역시 관객이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과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 현실과 극 사이에서 혼동에 휩싸이면 좋겠다고 말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굳이 따지자면,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것이며, 대체로 이 장르에서 완성되는 현실은 현실과 가까울 뿐 완벽하게 고증되거나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완벽한 진실보다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진짜 같다."
이 글에서도 영화가 현실을 얼마나 많은 부분 따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이 이야기를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댓글부대라는 존재를 절대악으로 다루고 싶지 않았다'는 감독의 말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그려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의 슬로건처럼도 여겨지는 완벽한 진실보다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진짜 같다는 말처럼 진실과 허구가 혼재하고 있는 이야기 속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02.
기자가 되면 세상이 얼마나 놀라운 일들로 가득한지 알게 된다던 기자 상진의 삶은 대기업 '만진'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제보와 함께 전복되고 만다.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기술 유출은 물론 국가사업마저 놓치게 된 국내 중소기업 대표의 증언과 나름대로의 증거가 거짓으로 둔갑하면서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세상에 내보낸 특종 단독 기사가 오보로 판명되고 갑자기 터진 연예인 마약 기사로 덮이면서 그는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 제보자의 자살과 이름 모를 출처의 온갖 비난, 정직은 덤이다.
그런 그에게 한 남자가 접근해 온다. 상진이 경험한 일련의 일이 만전의 비리를 숨기기 위한 공작이라며 증거도 모두 갖고 있으니 만나자는 것이다. 온라인 여론 조작 팀인 '팀알렙'의 '찻탓캇'(김동휘 분)이다. 그는 자신의 팀이 여론 조작을 해 온 과정과 수법을 세상에 알리는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애초에 조춘구 교수라는 전혀 다른 인물의 온라인 계정으로 접근해 왔으니 완전히 믿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다. '팹택'(홍경 분)과 '찡뻤킹'(김성철 분)이 포함된 팀알렙과 상진의 만남, 댓글부대에 대한 취재는 그렇게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이 이야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한 것에 불과하다. 감독이 말했던 사실과 거짓이 혼재된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쌓아나갈 서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마련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댓글부대'라는 집단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근거에 해당하는 몇 가지 예시와 그로 인해 초반부에서 망가져버린 상진이 후반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 사실 그 외의 것들은 모두 곁가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