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대구 FC와 빛고을 광주 FC가 만나 이루어진 K리그 '달빛 더비'는 어웨이 팀이 이긴 역사가 꽤 오래되었는데 이번에도 그들이 맺은 묘한 인연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요즘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광주 FC 홈 게임이었기에 이 오래된 기록 행진은 깨질 것 같았지만 또 한 번 놀라운 역전 드라마가 3월의 마지막 일요일 저녁을 수놓았다.
최원권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가 3월 31일 오후 4시 30분 광주 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2024 K리그1 광주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시즌 첫 승리 감격을 누렸다. 달빛 더비 최근 11게임 기록 중 지난해 두 번 비긴 게임을 빼고 9게임 모두 어웨이 팀이 이기는 놀라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PK 내준 요시노의 놀라운 동점골
홈 팀 광주 FC는 일요일 오후 7313명의 많은 홈팬들 앞에서 비교적 이른 시간에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라이벌 팀과 얽힌 홈 팀 흑역사를 지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1분에 광주 FC 에이스 이희균이 공을 몰고 대구 FC 골문 앞으로 들어가는 순간 새로 데려온 일본인 미드필더 요시노 교헤이가 걸기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이 중요한 기회를 잡은 광주 FC는 막내 키커를 내세워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바로 이 게임으로 데뷔한 20살 미드필더 문민서가 그 주인공이었다. 새내기 문민서는 앳된 얼굴에 긴장한 빛을 숨기지 못했지만 대구 FC 베테랑 골키퍼 오승훈과의 기싸움을 이겨내기 위해 일부러 느린 타이밍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이정효 광주 FC 감독의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달빛 더비의 묘한 기운이 이 흐름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전반 추가 시간에 믿기 힘든 동점골이 나온 것이다. 페널티킥 파울을 저질렀던 요시노 교헤이가 기습적인 오른발 슛으로 홈 팀의 하프 타임 분위기를 망쳐놓은 것이다. 백 스윙이 크지 않은 패스 동작처럼 보였기 때문에 김경민 골키퍼도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보았는데 구석으로 낮게 깔려 빨려들어가는 골이었다.
후반 중간에 홈 팀 광주 FC가 이희균과 이건희를 빼고 베카와 허율을 들여보냈지만 필드 플레이어들이 촘촘한 블록을 형성하며 수비에 치중한 대구 FC 골문을 쉽게 흔들지는 못했다.
역습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대구 FC가 76분에 멋진 역전 결승골을 뽑아냈다. 세징야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오른발 크로스가 어김없이 에드가의 헤더 골로 이어진 것이다. 대구 FC를 만나는 모든 팀이 대비한다는 '세징야-에드가' 연결 구도였지만 이번 광주 FC도 뼈아프게 당한 셈이다.
홈팬들 앞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광주 FC가 후반 추가 시간 5분이 다 끝날 때까지 상대 골문을 두들겼지만 대구 FC의 견고한 수비 블록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체격 조건이 좋은 광주 FC 공격수 허율이 마지막 순간 다이빙 헤더로 극장 동점골을 노렸지만 공은 대구 FC 골문 오른쪽으로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