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성 착취 범죄가 어떻게 벌어지는지 보여줬던 <시사기획 창>이, 이번엔 가해 남성들이 10대 청소년들을 어떻게 그루밍 해 성 착취를 하는지 과정을 보여줬다. 

지난 19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그루밍은 뻔하다' 편이 방송되었다. '너를 사랑해' 4번째 이야기인 이날 방송에서는 (피해 아동과 관련해) 해당 분야 연구원들이 참여했다. 

취재 이야기 들어보고자 해당 회차 취재한 김도영 기자와 서면 인터뷰를 방송 끝난 이후 진행했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KBS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끝이 나긴 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든 제작 과정을 거쳤어요. 동시에 이다음 방송은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는 생각이 바로 들기도 했고요. 생각해 보면 항상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 그루밍 수법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온라인 그루밍 같은 경우 제가 몇 년간 계속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해오던 주제입니다. 바로 '너를 사랑해' 시리즈인데요. 1, 2편에서 주로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고 3편은 모의 법정을 열어 이 범죄가 제대로 처벌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얘기해 보려고 했어요. 그리고 이번엔 수법을 하나하나 알려주자는 거였어요. 가해자들이 어떤 말로 어떤 단계를 거쳐 아이들에게 접근하고 환심을 사는지 낱낱이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취재와 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 프롤로그를 그림일기로 표현했잖아요. 어떤 의미일까요?
"형식 자체에 어떤 의미를 담은 건 아닙니다. 다만 실체가 눈에 보이지 않아 시청자들에게도 어쩌면 와닿지 않을 '그 목소리', '그들의 목소리와 대화'가 아이들을 노리는 것임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림일기라는 형식을 생각해 낸 것이고요."

- 실험할 때 참여한 분들이 해당 분야 연구원들이라고 나오는 데 어떻게 섭외하셨어요?
"이 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응원도 해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십니다. 그중에서 관련 분야 연구자, 또는 조사 과정에서 피해 아동을 만나는 전문가 분들이 이번 프로그램의 취지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시겠다 하셔서 프로그램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가해 남성과의 접촉은 대부분 라인 메신저로 하는 것 같은데.
"가해자들이 주로 쓰자고 제안하자는 메신저가 라인이었어요. 우선은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입니다. 어른들은 카카오톡을 더 많이 사용하실 것 같은데요, 아이들 만나서 얘기 들어보면 연락 주고받을 때 인스타그램 DM을 정말 많이 쓰고요. 라인이나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다양한 메신저를 씁니다. 그 중 초등학생들이 라인을 많이 쓴다고 하고요. 프로그램 이용법이 쉽고 영상통화도 어렵지 않습니다. 방에서 나가버리면 채팅 기록이 남지 않고 음성 녹음 기록도 없으니 쓰지 않을까 합니다."

- 가해 남성에게 전화나 문자가 얼마나 와요?
"정말 많이 옵니다. 다짜고짜 몸 사진을 보내는 채팅에서부터 인연이나 운명을 강조하며 온갖 걸 물어오는 내용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말을 걸어오고요. 채팅앱에 접속하면 쉴 새 없이 연락이 온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가해 남성들 수법이 비슷하던데요.
"전형적인 수법들이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다든가 하는 건 거의 대부분 대화에서 다 드러났고요. 뭐 모여서 교육을 받진 않겠지만 인터넷 커뮤니티같은 곳에서 일종의 노하우 공유(?) 같은 것도 이루어지고요. 전형적인 수법에 대해서는 저희가 취재한 케이스들을 지켜보며 전문가들이 충분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 피해 부모님도 인터뷰 하셨는데 어땠어요?
"힘드셨을 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요. 다른 아이들이 피해 입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렵게 인터뷰를 결심해 주셨어요. 해당 아동의 경우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어서 더 조심스럽게 질문을 드렸는데 담담하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아동 성범죄와 관련된 주제는 피해 아동의 목소리나 모습을 방송에 직접 드러낼 수 없어 제작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럴 때 보호자 분이 용기를 내주시면 취재진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저희가 백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아이의 곁에 서 있는 아버님이 '아이의 탓은 없어요. 제가 겪어보니 그렇더라고요'라고 한마디 해주시는 게 더 많은 울림과 공감을 일으킨다고 봅니다."

-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의 차이가 뭘까요?
"심리적인 조작을 범죄에 이용한다는 점에선 비슷할 것 같은데요. 가스라이팅 같은 경우 피해자에게 거짓 정보를 주거나 생각을 혼란스럽게 해서 피해자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하면, 그루밍은 초반에 신뢰 관계에 초점을 더 맞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를 성 착취 대상으로 만든다는 목적이 있고요. 자신을 믿게 하고 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 가해 남성의 경우, 먼저 신뢰감을 주고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 것 같던데.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이면 상대의 저항감을 줄이면서 원하는 대로 끌고 가기가 수월해지는 것 같습니다. 또 이미 1단계를 답했거나 시키는 대로 했던 피해자들 같은 경우 다음 단계를 요구받았을 때 느끼는 압박감도 더 심해지고요. 처음부터 자 5만큼 해봐라고 했을 때와 1, 2, 3, 4를 하나씩하고 4까지 했으니 이제 5도 해보자고 했을 때를 비교해 본다면 아이들이 후자를 거절하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요. 이런 의도들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대화를 하는 것도 넓은 범위의 성 학대 아닌가요?
"이건 명백히 성 학대입니다. 성적 대화라는 것이 성인남녀 사이에서도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지나친 내용은 성폭력이 될 수 있는데, 하물며 성적인 지식의 차이가 큰 아이를 대상으로 성적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성 학대입니다. 프로그램에도 나오지만, 대화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놓은 건 이런 이유에서라고 봅니다."

- 불쌍하게 보이려는 것도 그루밍의 한 수법인가요?
"전문가들은 그렇게 설명합니다. 불쌍하게 보이는 것, 피해자에게 심리적인 우위를 내주는 것도 그루밍의 한 수법이라고요. 특히 이 수법은 가해자에게 여러 가지 유리한 점이 있는데요. 저희 인터뷰에 나오는 것처럼 피해자가 스스로 여기에 낚여서 본인이 원해서 가해자에게 어떤 것들을 다 해주었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요."

- 끝부분에 청소년들 인터뷰를 넣으셨던데, 이유가 있을까요?
"소제목이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있잖아요. 그게 그 단락의 키워드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청소년들 인터뷰가 있는 단락 소제목이 '비일비재'입니다. 흔하다는 뜻이잖아요. 취재진이 어떤 특별한 케이스를 발굴한 게 아니고요. 그냥 무작위 길거리 인터뷰를 했고 이 일을 길을 다니는 중학생, 고등학생 누구나 겪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얘기하잖아요. 트위터 켜면 이상한 쪽지들이 날아온다거나 채팅 열면 성인들이 사진을 보내고 만남을 제안한다고요. 아직도 많은 사람은 채팅하는 이상한 몇몇 애들이 겪는 범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 취재 중 미성년자와 성적 대화 나눈 60명의 가해자 닉네임 공개했잖아요.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공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들은 아무도 모르게 아이를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렇게 누군가는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최소한의 경고의 의미는 되지 않을까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올해 <시사기획 창>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다큐 시리즈를 더 이어갈 예정입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아직 못다 한 이야기들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에서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전할 수 없는 얘기들을 풀어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너를 사랑해' 시리즈는 한 에피소드를 올릴 때마다 같은 얘기를 하곤 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다시보기할 때 '지금도 여전히 똑같아'가 아니라'가 '그땐 그랬었지'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꼭 그런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김도영 시사기획창 성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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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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