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안방무적' KB를 꺾고 챔프전의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우리WON은 24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KB스타즈에게 68-62로 역전승을 거뒀다. 2쿼터까지 33-32로 근소한 리드를 잡고 있던 우리은행은 3쿼터에서 13-21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4쿼터에서 22-9로 KB를 압도하는 반전을 일으키면서 챔프전 우승을 위한 71.9%의 확률(23/32)을 선점했다.

우리은행은 박지현이 18득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 5스틸로 우리은행의 승리를 이끌었고 김단비도 3점슛 3방을 포함해 17득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사실 챔프전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위축이 되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통산 봄 농구 경험이 11경기에 불과했던 우리은행의 나윤정은 이날 결승 3점슛을 포함해 알토란 같은 13득점을 기록하며 우리은행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승률-상대전적-체력 모두 뒤지는 우리은행
 
 박지현은 정규리그에 이어 봄 농구에서도 김단비와 함께 우리은행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박지현은 정규리그에 이어 봄 농구에서도 김단비와 함께 우리은행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7승3패(승률 .900)와 23승7패(승률 .767). 여기에 정규리그 상대전적 4승2패 KB 우위 등 정규리그 성적이 말해주는 것처럼 KB와 우리은행의 챔피언 결정전은 농구팬이라면 어렵지 않게 KB의 우세를 예상할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정규리그에서 KB에게 1라운드 버저비터 승리 이후 내리 4연패를 당했고 정규리그 순위가 모두 결정된 6라운드에서 박지수가 결장한 KB를 상대로 두 번째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KB가 유리했던 것은 마찬가지. KB는 정규리그에서 박지수가 30분05초, 강이슬이 31분19초, 허예은이 30분57초를 소화하며 핵심 선수 3명이 포스트시즌을 위해 출전시간 관리를 받았다. 반면에 우리은행은 김단비가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35분19초의 출전시간을 소화했고 박지현도 34분49초 동안 코트를 누볐다. 이 밖에 박혜진이 30분24초, 최이샘이 30분32초, 이명관이 29분24초의 출전시간을 기록했다.

봄 농구를 거쳐온 과정도 KB가 더욱 수월했다. KB는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4위 하나원큐를 만나 3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3.67점의 점수 차이로 3연승을 거두며 챔프전에 진출했다. 반면에 삼성생명 블루밍스를 만난 우리은행은 1차전에서 3쿼터까지 3점 차의 리드를 유지하다가 4쿼터에서 역전을 허용하며 경기를 내줬다. 물론 2,3,4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챔프전에 올라갔지만 이로 인해 KB는 우리은행보다 3일의 휴식을 더 가질 수 있었다.

KB에는 30대 선수가 맏언니 염윤아(1987년생)와 백업센터 김소담(1993년생) 뿐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에는 1988년생 고아라와 1990년생 김단비, 1992년생 박혜진, 1993년생 노현지까지 30대 선수가 4명에 달한다. 물론 베테랑 선수가 많다는 것은 경험이 풍부하다는 뜻이지만 경기 후반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확률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러모로 불리했던 우리은행은 나윤정이라는 '히든카드'덕에 중요한 1차전을 잡을 수 있었다.

경계 적었던 나윤정의 '깜짝활약'
 
 나윤정은 결승 3점슛을 포함해 4쿼터에만 10득점을 폭발하는 '깜짝활약'을 선보였다.

나윤정은 결승 3점슛을 포함해 4쿼터에만 10득점을 폭발하는 '깜짝활약'을 선보였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박지수의 청솔중-분당경영고 동기인 나윤정은 2015년 고교무대에서 5관왕, 2016년엔 4관왕을 차지했다. 물론 그 시절 분당경영고가 여고농구의 최강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박지수의 존재가 절대적이었지만 나윤정 역시 외곽슛과 돌파를 통해 팀의 2옵션으로 맹활약했다. 그리고 나윤정은 2017-201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박지수와 인성여고의 이주연(삼성생명)에 이어 전체 3순위로 우리은행에 지명됐다.

하지만 당시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강팀이었던 우리은행에서 나윤정에게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나윤정은 입단 초기 박신자컵(2022년까지 박신자컵은 주로 유망주와 1.5군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였다)과 3대 3 트리플잼 대회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2021-2022 시즌부터 조금씩 출전기회가 늘어난 나윤정은 작년 4월 FA 자격을 얻은 베테랑 포워드 김정은이 친정팀 하나원큐로 돌아가면서 본격적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나윤정은 이번 시즌 삼성생명에서 이적해 온 이명관과 함께 주전과 식스우먼을 오가며 7.2득점 1.7리바운드 1.3어시스트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특히 36.8%의 3점슛 성공률은 키아나 스미스(삼성생명,38.5%), 허예은(KB,37.1%)에 이어 이다연(신한은행 에스버드)와 함께 리그에서 3번째로 좋은 기록이었다. 위성우 감독과 우리은행 팬들이 봄 농구에서 내심 나윤정의 외곽이 폭발하기를 기대한 이유다.

나윤정은 챔프전 1차전에서 3쿼터까지 3득점에 그치며 역시 큰 경기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윤정은 승부처인 4쿼터에서 3점슛 2방을 포함해 10득점을 폭발하는 '깜짝활약'을 선보이며 우리은행의 역전승을 견인했다. 특히 경기 종료 1분26초를 남기고 터진 3점슛은 이날 경기 우리은행의 결승득점이 됐다. 상대수비의 경계에서 가장 벗어나 있던 선수가 우리은행의 승리를 이끈 히로인이 된 것이다.

우리은행은 10점 차의 열세를 극복하고 1차전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굳이 71.9%의 과거 우승확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챔프전 같은 단기 시리즈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KB입장에서도 2차전을 잡으면 시리즈의 흐름을 다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어쩌면 1차전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질 양 팀의 2차전은 오는 26일 저녁 7시 청주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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