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신한' 시대였던 2008-2009 시즌부터 2011-2012 시즌까지 플레이오프에서 5전 3선승제를 실시했던 여자프로농구는 2012-2013 시즌부터 다시 3전 2선승제로 돌아왔다. 그렇게 10년 넘게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 제도를 유지하던 WKBL은 이번 시즌부터 다시 5전 3선승제로 플레이오프 제도를 변경했다. 긴 시리즈를 통해 여러 변수들이 일어날 확률을 높여 농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한국여자농구연맹이 기대했던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다. 정규리그 우승팀 KB스타즈는 4위 하나원큐에게 가볍게 3연승을 거두며 챔프전에 선착했다. 정규리그 2위 우리은행 우리WON 역시 1차전에서 삼성생명 블루밍스에게 덜미를 잡혔지만 2, 3, 4차전에서 각각 13, 16, 25점 차의 대승을 거두며 챔프전 티켓을 따냈다. 이로써 이번 시즌 챔피언 결정전은 지난 2021-2022 시즌의 리턴매치가 됐다.

2021-2022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KB가 우리은행에게 3전 전승을 거두면서 통합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 챔프전 역시 박지수라는 '슈퍼 에이스'를 거느린 KB의 우세를 점치는 농구팬이 많다. 하지만 지난 시즌 챔프전 우승팀이자 경험 많은 선수들이 즐비한 우리은행 역시 무기력하게 물러날 마음은 전혀 없다. 과연 '박지수 시대'의 재확인을 노리는 KB와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우리은행 중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을 팀은 어디일까.

[KB] 박지수 복귀 후 역대 최고승률 달성
 
 KB는 이번 시즌 박지수가 출전한 홈 17경기(플레이오프 포함)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KB는 이번 시즌 박지수가 출전한 홈 17경기(플레이오프 포함)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21-2022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KB는 2022-2023 시즌 정규리그 5위로 추락하며 플레이오프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박지수가 공황장애 후유증과 손가락 부상으로 9경기 출전에 그쳤기 때문이다. 팀의 작전이 대부분 박지수를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박지수가 빠진 상태에서는 나머지 선수들도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했다. 박지수 외에도 좋은 선수를 많이 거느린 KB가 무기력한 시즌을 보냈던 결정적인 이유다.

하지만 박지수는 2023년 여름 건강하게 코트로 돌아왔고 이번 시즌 KB가 치른 30경기 중 29경기를 소화했다. 박지수는 2017-2018 시즌 삼성생명에서 뛰었던 엘리사 토마스(코네티컷 선)에 이어 WKBL 역대 두 번째로 평균 20득점 1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를 지배했다. 득점(20.28점)과 리바운드(15.2개), 블록슛(1.76개), 2점 야투율(60.6%), 공헌도(1283.90점)까지 무려 개인기록 5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KB는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그랬던 것처럼 챔프전에서도 박지수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할 확률이 매우 높다. 우리은행에는 박지수를 혼자서 막을 수 있는 정통센터 자원이 없는 만큼 협력수비를 통해 박지수 봉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박지수에게 도움수비가 따라오면 패스를 통해 외곽에서 3점슛 기회를 찾고 도움수비가 붙지 않으면 적극적인 1:1 공격을 통해 상대 수비의 많은 파울을 이끌어 내려 할 것이다.

박지수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 시즌 3점슛 여왕 자리를 되찾은 강이슬과 KB의 주전포인트 가드이자 37.1%의 고감도 3점슛 성공률(2위)을 자랑했던 허예은에게도 경기 내내 집중수비가 따라붙을 확률이 높다. 물론 강이슬과 허예은에게도 슛기회가 찾아오겠지만 KB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수비가 허술할 김민정과 양지수, 이윤미 등의 손에서 외곽슛이 터진다면 시리즈를 더욱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

KB는 박지수 입단 후 8시즌 동안 6번이나 7할 이상의 높은 승률을 기록했고 이번 시즌엔 팀 역사상 가장 높은 9할의 승률(27승3패)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KB는 챔프전 우승을 2번 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따라서 KB로서는 역대급 정규리그를 보낸 이번 시즌 챔프전 우승까지 질주하려 한다. 과연 KB는 이번 챔프전을 통해 박지수가 건강하게 코트를 누비는 한 WKBL에서 적수가 없다는 사실을 한 번 더 증명할 수 있을까.

[우리은행] 박지수 넘어 연속 우승 노린다
 
 챔프전 MVP 3회 선정에 빛나는 '또치' 박혜진은 이번 챔프전에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선수다.

챔프전 MVP 3회 선정에 빛나는 '또치' 박혜진은 이번 챔프전에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선수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17-2018 시즌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이후 네 시즌 연속 KB와 삼성생명에게 막혀 챔프전 우승을 추가하기 못한 우리은행은 박지수가 주춤했던 지난 시즌 FA로 영입한 김단비의 활약에 힘입어 우승컵을 되찾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맏언니 김정은(하나원큐)이 친정팀으로 돌아가면서 큰 전력유출이 있었다. 우리은행에게 전력유출은 '연례행사'처럼 매년 겪는 일이지만 언제나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김정은이라는 핵심선수가 떠났고 통합 6연패의 주역이었던 '또치' 박혜진이 부상으로 17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정규리그에서 23승 7패의 좋은 성적으로 2위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2013-2014 시즌부터 최근 11시즌 연속 7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면서 WKBL 역대 최고 명문구단의 위용을 이어갔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삼성생명에게 1패를 당한 후 내리 3연승을 따내며 지난 시즌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했다.

현역 최고의 선수 박지수가 버틴 KB는 분명 우리은행에게 대단히 부담스러운 상대다.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도 KB에게 2승 4패로 뒤졌고 승리를 따냈던 6라운드 맞대결에서는 박지수가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며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다시 말해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완전체 전력'의 KB를 상대로 5번 맞붙어 한 번 밖에 이기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번 챔프전에서도 많은 농구팬들이 우리은행의 열세를 예상하는 근거다.

우리은행이 KB에 비해 확실히 앞서는 부분은 바로 경기당 8.4개씩 터트리는 3점슛이다. KB가 강이슬과 허예은 등 특정 선수에게 3점슛이 집중된 반면에 우리은행은 김단비와 박지현, 최이샘, 이명관, 나윤정, 고아라 등 코트에 나서는 대부분의 선수가 3점슛을 던질 수 있다. 여기에 플레이오프에서 득점보다는 수비에 집중했던 박혜진의 공격력까지 살아난다면 우리은행도 KB와 충분히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비록 많은 농구팬들로부터 이번 챔프전의 '언더독'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엄연히 지난 시즌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디펜딩 챔피언'이다. 우리은행 부임 후 7번의 챔프전 우승과 함께 300번이 넘는 승리를 이끌었던 위성우 감독은 이번 챔프전에서도 박지수와 KB를 뛰어 넘을 '맞춤작전'을 들고 나올 것이다. 과연 우리은행은 챔프전에서 정규리그 승률 9할의 KB를 넘어 두 시즌 연속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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