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그 유명한 '대성당의 시대'로 <노트르담 드 파리>의 1막은 시작된다. 여기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대성당들의 시대가 무너지네
성문 앞을 메운 이교도들의 무리"
2막을 여는 넘버 '피렌체'에는 또 다음과 같은 가사가 등장한다.
"새로운 사상들 모든 걸 바꿔놓을
언제나 작은 것이 큰 것을 허물고
(···) 우리는 서 있지 불화의 시대 앞에"
여기서 우리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시대적 배경이 상당히 혼란한 시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흑사병으로 전 유럽이 혼돈을 겪었고, 종교가 타락하며 사회 질서가 무너졌다. 신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의 비중을 늘려가려는 시도가 빗발쳤고, 다양한 가치관과 도전들이 잇따랐다. 사회를 지배하는 규범은 점차 자리를 잃어가고, 욕망이 그 빈 틈을 채웠다. 일종의 '아노미(anomie)' 상태라 할 만하다.
거리를 유랑하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는 그 욕망의 대상이다. 흉측한 외모를 가진 곱추이자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인 '콰지모도'는 형틀에 묶인 자신에게 물을 건넨 에스메랄다를 단숨에 사랑하게 된다. '프롤로' 주교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에스메랄다를 향한 욕망과 집착을 떨쳐내지 못한다. '페뷔스' 역시 연인 '플뢰로 드 리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스메랄다를 향한 감정에 휘둘린다.
상황이, 시대가, 각자가 간직한 신념이 허락하지 않은 사랑이었다. 이들은 넘버 'Belle(아름답다)'에서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의 주체에게 자신의 욕망을 고백한다. 프롤로는 '노트르담(Notre-Damn, 성모 마리아)'에게, 페뷔스는 자신의 연인에게. 그러나 결국 이들은 '루시퍼'를 부르짖으며 사랑에 대해 허락을 구한다.
"오 루시퍼
오 단 한 번만 그녀를 만져볼 수 있게 해주오 에스메랄다"
이들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난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의 감정이 뒤엉켜 에스메랄다는 결국 교수형을 당한다. 집시 출신으로 비주류, 소수자의 위치에서 지배적인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춤추던 여인은 파리 한복판에서 쓰러진다. 그녀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안 프롤로는 그녀의 운명을 짓밟았고, 페뷔스는 더이상 그녀 곁에 없었다.
에스메랄다의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 단 한 명만 울부짖으며 그녀 곁을 지켰다. 가장 순수하게 그녀를 사랑했던 콰지모도였다. 콰지모도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진 순간을 회상하며 자유롭게 춤추던 에스메랄다를 갈망한다(넘버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풍성한 음악적 힘과 화려한 몸짓 뒤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는 심오한 질문을 함께 던진다. 혼돈의 속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인물들의 엇갈린 운명을 통해 생각해보게끔 한다. 아울러 자유로운 영혼이 스러져가는 모습을 전면에 내보이며 시대에 의해 희생되는 존재는 누구인지 조명한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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