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하는 페트레스쿠 감독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2차전에서 전북 페트레스쿠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항의하는 페트레스쿠 감독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2차전에서 전북 페트레스쿠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왕조'로 군림했던 전북 현대의 2024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않다. 전북 팬들에게 악몽으로 기억되던 지난 2023시즌보다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외국인 사령탑 단 페트레스쿠 감독에 대한 팬들의 비판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전북은 개막 후 3경기에서 아직 승리가 없다. 지난 3월 17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는, 승격팀인 김천 상무에 0-1로 충격적인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전북은 앞서 대전-수원FC와는 각각 1-1로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개막 3경기 무승은 전북이 아직 리그 강호로 발돋움하기 이전인 2008년 개막 3연패를 기록한 이후 무려 16년 만이다.
 
이로써 전북은 2무 1패(승점2) 2득점 3실점으로 K리그1 12개 구단 중 11위에 위치한 채로 A매치 휴식기를 맞이하게 됐다. 전북보다 낮은 순위에 있는 팀은 최하위 대구FC(1무2패. 승점1)뿐이다. 함께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현대가 라이벌 울산HD가 올시즌도 2승 1무로 초반 순항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최근 탈락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까지 포함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북은 ACL 16강에서 포항(2-0 승, 1-1무)에 1승 1무를 기록하며 승리했으나, 8강에서는 라이벌 울산을 만나 전 1무 1패(1-1 무, 0-1패)로 무릎을 끓었다. 전북은 최강희 전 감독 시절인 2016년 두 번째 우승을 끝으로 더 이상 ACL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또한 4년간 ACL 성적을 바탕으로 연맹 랭킹에서 가장 높은 팀에 주어지던 클럽월드컵 출전권 확보도 불투명해졌다.
 
리그와 ACL을 포함하여 전북은 올시즌 7경기에서 6득점을 기록하고 6실점을 내줬다. 다득점과 클린시트는 포항과의 1차전이 유일했고, 이후로는 득점은 경기당 1골을 넘지 못한 반면 실점은 매경기 꾸준히 허용하고 있다. 전북 선수단의 네임밸류나 구단 전통의 공격적인 팀컬러를 감안하면 용납되기 어려운 성적이다.
 
전북은 지난 2023시즌, 무려 '10년 만의 무관'이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전북의 5연패 행진을 중단시켰던 울산은 지난 시즌도 2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전북의 뒤를 잇는 새로운 왕조로 등극했다. 구단 레전드임에도 성적부진에 팬들과의 갈등이 심각했던 김상식 전 감독은 부정적인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5월 4일 사임했다.
 
이후 전북은 김두현 감독대행 체제를 거쳐 6월 루마니아 출신의 페트레스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루마니아 축구의 레전드로서 러시아 디나모 모스크바, 루마니아 CFR 클루지 감독 등을 역임했으며 중국과 중동 클럽을 거치며 아시아 축구도 여러 차례 경험해본 베테랑 감독이었다. 전북으로서는 포르투갈 출신의 조세 모라이스 이후 약 2년 6개월 만의 외국인 감독을 선택했다.
 
페트레스쿠 체제에서도 반등 못한 전북

하지만 전북은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에서도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 초반에는 어느 정도 승수를 챙기는 듯했으나 결국 리그 4위에 그치며 마지막 자존심이던 ACL 엘리트 진출이 무산됐다. FA컵 결승에서는 포항에 패하여 준우승에 그치며 무관이 확정됐다. 이때부터 페트레스쿠 감독의 지도력에 불만과 의구심의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으나, 시즌 중반에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다는 것을 감안하여 기다려보자는 여론이 우세했다.
 
전북은 2024시즌 명예회복을 위하여 절치부심했다. 한교원, 문선민, 송민규, 김진수, 이동준 등은 이미 K리그에서 검증된 자원이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를 물갈이하면서 브라질 출신 비니시우스에 티아고를 보강했다. 국내 선수도 전병관과 이재익을 영입했으며, 비록 이적 과정에서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국가대표 출신인 김태환과 권창훈까지 끌어안았다. 선수구성상 다른 팀과 비교해 뒤질 것이 없으며 올시즌 초반은 부상으로 인한 전력누수도 많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경기력은 여전히 기대 이하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지고 있는 페트레쿠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경기임에도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그렇다고 페트레스쿠만의 확실한 축구철학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북은 지난해 포항과의 FA컵 결승, 울산과의 ACL 8강전에서 모두 내용상 우위를 점했고 몇 차례나 승기를 먼저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나 골 결정력 부족으로 번번이 분루를 삼켰다. 외국인 감독인 페트레스쿠를 영입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유럽클럽대항전을 비롯한 풍부한 단기전 경험에 있었음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축구는 골이 모든 걸 증명한다. 과정상 좋은 기회는 많이 만들었지만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결정력만 탓하기에는 경기흐름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사실상 포지션 인원 교체 외에는 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단조로운 전술과 경기운영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장 뼈아픈 것은 페트레스쿠 감독이 전임 김상식 감독과 비교될 정도로 전북 팬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식 감독 역시 성적과 전술적 역량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그래도 부임 초기에 리그와 FA컵 우승을 한 차례씩 들어올린 공로가 있었다. 최악의 시즌으로 꼽히던 2023시즌도 최소한 3라운드 만에 첫승을 챙긴 바 있다.
 
반면 페트레스쿠 감독은 전북 지휘봉을 잡은 지 10개월이 되어가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김상식 감독 시절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 페트레스쿠 감독의 조기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까지 나온다.
 
전북 선수단은 지난 김천전 패배 이후 서포터즈들과 만나 팀의 초반 부진에 대하여 사과의 뜻을 전했다. 페트레스쿠 감독과 코칭스태프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팬들은 여기서 전북의 최근 부진에 대하여 안타까움과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하여 주장 김진수는 "팬들에게 죄송하다. 우리가 경기를 못했기 때문에 비판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팬들과 팀을 위해서 A매치 휴식기 이후 다음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A매치 휴식기 이후 바로 다음 상대가 하필이면 최대 라이벌이자 우승후보인 울산(3월 30일, 전주)이다. ACL 탈락의 아픔을 안긴 울산에게 홈에서 또다시 승리를 내준다면 전북은 개막 4경기 연속 무승과 함께 올시즌 리그 전망에도 상당한 먹구름을 드리우게 된다. 어쩌면 페트레스쿠 감독의 운명을 조기에 결정할 '단두대 매치'가 될 수도 있다.
 
과연 위기의 전북은 A매치 휴식기 동안 팀을 얼마나 재정비하여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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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페트레스쿠 전북현대 K리그순위 K리그경기일정 A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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