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 파트2> 스틸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듄> 시리즈의 핵심은 아라키스 행성의 광활한 풍경과 구조물을 익스트림 롱 쇼트(ELS, Extreme Long Shot: 주인공을 멀리서 찍어 배경을 크게 보이게 하고 주인공은 매우 작게 보이게 만드는 촬영기법)로 포착해 캐릭터들을 한없이 작아 보이게 가두는 연출이다. 커다란 우주선에서 내리는 베네 게세리트의 느릿느릿한 발걸음, 크게는 2km에 육박한다는 모래벌레 샤이 훌루드의 위용과 한 입에 삼켜지는 스파이스 채굴기의 대비, 광대한 사막에 버려진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과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의 미미한 존재감, 셀 수 없는 프레멘 사이를 뚫고 가는 폴의 움직임까지 ELS는 폴이 아라키스에서 겪게 될 운명을 절대자의 시선에서 무덤덤하게 관조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아라키스 행성을 무섭도록 차갑게 관조한다. 예정된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만 절대 카메라 밖으로 뛰쳐나갈 수 없는 작고 초라한 피조물들의 발버둥이 메마른 사막을 배경으로 잔인할 만큼 건조하게 그려진다. BBC의 다큐멘터리만큼 멀리 떨어진 카메라 탓에 관객의 마음도 주인공들에게 가닿기 어렵다. 평범한 인간의 이성과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 섭리이자 폭력에 의해 삶이 결정되는 이런 방식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전작에서도 수도 없이 등장한 캐릭터의 익숙한 운명이기도 하다.
1+1=1의 끔찍한 수식을 선보이며 드니 빌뇌브의 이름을 전 세계 영화 팬에게 각인시킨 <그을린 사랑>부터, 피도 눈물도 없는 국제 정치판에서 자유의지를 잃고 그저 장기말 중 하나로 전락해 버린 <시카리오>의 공허한 공포감, 쏟아지는 함박눈으로도 덮을 수 없던 냉혹한 진실에 결국 주저앉아버린 <블레이드 러너 2049>, 우주적 깨달음을 얻어야만 겨우 인정할 수 있던 운명을 보듬는 <컨택트>까지. 빌뇌브 감독의 주인공들은 매번 운명의 수레바퀴에 치이는 애처로운 존재였고 공교롭게도 듄의 폴 또한 그 세계관에서 벗어나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