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적지에서 선두 현대건설을 완파하고 선두추격을 이어갔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4, 25-18, 25-20)으로 승리했다. 1, 2라운드 풀세트 승리 후 3, 4라운드에서 현대건설에게 1-3, 0-3 패배를 당했던 흥국생명은 5라운드 맞대결에서 셧아웃 승리를 따내며 현대건설과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좁혔다(22승 6패).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44.12%의 공격성공률로 17득점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공격을 이끌었고 윌로우 존슨이 14득점, 레이나 토코쿠가 11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미들블로커 이주아와 김수지도 나란히 2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높이의 팀' 현대건설과의 블로킹 대걸(5-3)에서 우위를 점했다. 흥국생명은 후반기 들어, 더 정확히는 김연경과 윌로우, 레이나로 이어지는 새로운 삼각편대를 구성한 이후 4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V리그 호령했던 위력적인 삼각편대들
 
 김연경은 새로운 삼각편대가 구축된 후에도 변함 없이 팀의 리더로 맹활약하고 있다.

김연경은 새로운 삼각편대가 구축된 후에도 변함 없이 팀의 리더로 맹활약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물론 남자부의 가빈 슈미트와 로버트 랜디 시몬, 여자부의 마델라이네 몬타뇨처럼 뛰어난 외국인 선수 한 명이 리그를 지배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체 경기인 배구에서는 각 포지션마다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아웃사이드히터 2명과 아포짓 스파이커 1명, 또는 아웃사이드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 미들블로커 각 1명으로 구성된 '삼각편대'가 고루 활약해야만 우승을 노리는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V리그 여자부에서 삼각편대의 위력을 가장 먼저 보여준 팀은 2006-2007 시즌의 흥국생명이었다. 흥국생명은 기존의 김연경과 황연주(현대건설)로 구성된 좌우쌍포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되면서 아웃사이드히터 케이티 윌킨스가 가세했다. 김연경과 윌킨스, 황연주는 2006-2007 시즌 득점 부문에서 각각 2위(562점)와 4위(457점), 7위(402점)를 기록했고 흥국생명은 두 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2010-2011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현대건설 역시 위력적인 삼각편대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팀이다. 현대건설은 V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로 성장한 양효진과 V리그 2시즌 째를 맞는 케니 모레노에 'FA 최대어' 황연주가 합류하면서 난공불락의 삼각편대를 구성했다. 현대건설은 2010-2011 시즌 케니가 득점 4위(393점), 양효진이 속공(49.23%)과 블로킹(세트당 0.81개) 1위, 황연주가 퀵오픈 1위(52.20%)에 오르며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2012-2013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6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해 3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삼각편대가 가장 위력을 발휘했던 시즌은 2014-2015 시즌이었다. 기업은행의 창단멤버 김희진과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그리고 높이뛰기 선수 출신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 후커가 활약한 시즌이었다. 기업은행의 삼각편대는 2014-2015 시즌 정규리그에서 1601점을 합작했고 기업은행은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2020년대의 V리그를 기억하는 배구팬들은 2020-2021 시즌 GS칼텍스 KIXX의 이소영(정관장 레드스파크스)과 강소휘, 메레타 러츠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흔히 외국인 선수와 토종거포가 공격을 책임지면 나머지 한 선수는 서브리시브와 수비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GS칼텍스의 '쌍소자매'는 2020-2021 시즌 796득점을 합작했을 정도로 뛰어난 공격력을 겸비했던 아웃사이드히터 콤비였다.

김연경-윌로우-레이나, 흥국 4연승 견인
 
 흥국생명은 윌로우가 가세한 후 4경기에서 단 한 세트 밖에 내주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윌로우가 가세한 후 4경기에서 단 한 세트 밖에 내주지 않았다. ⓒ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김연경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로 이어지는 쌍포를 보유하고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 '리버스 스윕'을 당하며 챔프전 우승이 좌절됐다. 흥국생명 구단과 아본단자 감독은 쌍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공격력이 좋은 레이나를 지명했다. 비 시즌 동안 대표팀에 선발된 김다은이 국제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공격력을 보여준 것도 흥국생명의 삼각편대 구축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삼각편대 구축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김연경과 옐레나에 이어 팀의 세 번째 옵션으로 활약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김다은이 어깨부상을 당하면서 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레이나는 미들블로커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시즌 초반부터 포지션을 옮겨 다니느라 바빴다. 지난 시즌까지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던 주장 김미연은 우승을 노리는 흥국생명의 삼각편대로 활약하기엔 공격력이 다소 부족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중반부터 외국인 선수 옐레나까지 흔들리면서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삼각편대 구축은 무위로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전반기가 끝나자마자 옐레나 대신 새 외국인 선수 윌로우 존슨을 영입했고 레이나가 4라운드 후반부터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자리잡으면서 불안하던 흥국생명의 선수구성에 안정감이 생겼다. 그리고 새롭게 구성된 흥국생명의 삼각편대는 5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5라운드에 열린 4경기에서 세 번의 셧아웃 승리를 포함해 4전 전승을 거두며 승점 12점을 챙겼다. 12번의 세트를 가져가는 동안 상대에게 내준 세트는 단 한 번뿐이었고 듀스까지 가며 고전했던 세트도 두 번 밖에 없었다. 특히 김연경과 윌로우, 레이나로 이어지는 흥국생명의 삼각편대는 4경기에서 202득점을 기록했고 경기마다 적절하게 점유율을 나누면서 흥국생명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입단 당시 큰 기대를 모았던 윌로우는 세트당 0.46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며 까다로운 서브를 구사하고 있지만 4경기에서 41.84%의 성공률로 67득점을 올리며 기대만큼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이 집중되지 않고도 팀이 연승을 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과연 시즌 중에 결성됐음에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흥국생명의 삼각편대는 챔프전 우승까지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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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20232024V리그 흥국생명핑크스파이더스 삼각편대 4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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