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오크 포스터

올드오크 포스터 ⓒ 이혁진

 
"EAT TOGETHER, STICK TOGHTHER(함께 먹을 때 더 단단해진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밥을 함께 먹는 건 우리는 가까운 사이'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가 강조하는 슬로건이다. 

지난 1월 17일 개봉된 영화 <나의 올드 오크> 시네토크가 6일 기독교 영화관 필름포럼에서 열렸다. 한반도평화연구원(KPI) 주관으로 초대받은 관람객들과 심혜영 교수 등 패널들이 영화가 표방하는 '연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리아 난민과 영국 폐광촌 연대 조명

영화 <나의 올드 오크>는 <나, 다이엘 브레이크>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캔 로치 감독이 지난해 연출한 영화이다. 켄 로치 감독은 영상을 통해 "이 영화는 내전과 압제를 피해 영국 동북부 폐광촌으로 도망온 시리아 난민과 마을주민들의 갈등과 연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 제목인 <나의 올드 오크> 폐광촌 주민들이 사랑방처럼 이용하는 펍이다. 동네 사람들은 여기 모여 동네의 대소사부터 온갖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곳은 단순한 선술집 이상의 공간이었다. 한때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의 결혼식과 피로연도 열렸다.  

영국 북동부에 있는 폐광촌은 1980년까지 대를 이어올 정도로 유명했지만 폐광촌이 된 이후 사람들이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소수, 이들 중에 'TJ'를 포함해 찰리 등 친구들도 있다. 

이들은 올드 오크에서 만나 과거 잘 살던 시절을 추억 삼아 소일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자 취미다. 그런데 2016년 느닷없이 시리아 난민들이 이곳에 오면서 폐광촌은 시끄러워진다.

마을 사람들은 시리아 사람들에게 욕을 하며 당장 이곳에서 떠나라고 멸시와 증오를 퍼붓는다. TJ와 함께 동네에서 함께 자란 찰리 등 친구들은 동네 사람들보다 더 '빌런'을 자처할 정도로 시리아인들을 차별한다. 심지어 TJ가 운영하는 올드 오크도 폐쇄한다고 협박할 정도다.

야라는 엄마와 동생들을 데리고 온 시리아 난민으로 사진작가가 꿈이다. 마을사람들은 난민들을 반기지 않지만 TJ와 야라는 특별한 우정을 쌓아간다. 

근근이 살아가는 폐광촌 주민이나 시리아 난민 모두 약자들이지만 서로 싸우며 '희생양'을 찾기에 급급하다. 그러던 중 TJ가 키우는 마라가 통제가 안 된 큰 개에게 갑자기 물려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마라가 죽자 TJ는 시름에 빠지고, 이때 야라 가족이 음식을 들고 찾아와 TJ를 위로한다.  

영화는 약자들이 서로 연민하는 사이라는 점도 보여준다. TJ는 시리아 난민들을 욕하는 친구들에게 "너도 사실 이곳에 먼저 온 이주민에 불과하다, 난민도 우리처럼 이주민으로 왔다"고 말한다.  

'고맙다'는 표현 '슈크란'은 연대를 상징한다

이 영화는 궁극적으로 두 집단이 화해를 통해 연대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마치 난민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슈크란'은 시리아말로 '고맙다'란 표현이다. TJ는 야라로부터 이 말을 배우고 감사를 표할 때마다 "슈크란"이라고 말하며 인사한다. 슈크란은 영국과 시리아의 연대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야라 아버지가 시리아 현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야라 집을 찾아 위로하고 꽃을 바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이어 폐광촌 주민과 시리아 난민이 하나 돼 연대와 책임을 상징하는 깃발들이 나부끼는 광부축제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한편 요즘 개들이 나오는 영화가 많다. <나의 올드 오크>에서도 '마라'라는 개가 나오는데 아내와 이혼한 TJ에게 유일한 가족이다. 마라는 TJ가 방황할 때 그를 지탱해준 힘이었다.  

<나의 올드 오크>는 '힘들어도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사실주의 영화다. 어려울수록 곁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다. 영국에 비해 난민에 대한 관심이 아직은 적은 탓인지 영화와 달리 관람분위기는 매우 차분해 보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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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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