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과 황희찬이 기뻐하고 있다. 2024.2.3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과 황희찬이 기뻐하고 있다. 2024.2.3 ⓒ 연합뉴스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이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숙원에 점점 다가서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손흥민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토너먼트에서 사우디, 호주를 연파하고 4강에 진출하여 오는 7일 요르단과 결승진출을 놓고 다툰다. 결승에 오르면 이란, 카타르의 승자와 맞붙게 된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3골을 넣으며 한국의 준결승을 이끌었다. 특히 호주와의 8강전에서는 0대 1로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페널티킥을 유도해내며 황희찬의 동점골에 기여한 데 이어, 연장전에서는 그림같은 프리킥 역전골까지 작렬하며 2대 1 대역전승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한국 축구가 무려 64년 만의 정상에 도전하고 있는 이번 아시안컵은, 손흥민 개인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대회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로 아시안컵 본선에만 벌써 네 번째 도전이다. 2011년에 4경기, 2015년에 5경기, 2019년에 3경기에 출전했던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8강 호주전까지 5경기에 출전하여 총 17경기로 이영표(16경기)를 제치고 역대 한국인 선수 중 아시안컵 최다 출전 신기록을 수립했다.

손흥민은 첫 출전이었던 2011년 카타르 대회 당시 만 18세의 풋풋한 막내였고, 아시안컵은 그가 성인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메이저대회이기도 했다. 손흥민의 기념비적인 A매치 역대 첫 득점도 바로 아시안컵에서 터졌다. 조별리그 최종전인 인도전에서 후반 교체 출장하여 팀의 네 번째 골을 터뜨리며 귀여운 하트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커리어의 '위대한 시작'을 알렸다.
 
이후 손흥민은 명실상부한 한국 축구의 중심선수로 성장하며 어느덧 A매치 통산 122경기에서 44골을 넣었다. 대한민국 역대 득점 3위로 차범근(136경기 58골)과 황선홍(103경기 50골)을 추격하고 있다.

아시안컵만 놓고 보면 총 7골(공동 8위)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2011년 카타르 대회 1골, 2015년 호주 대회에서 3골을 기록했다. 2019년 UAE 대회에서는 무득점에 그쳤지만, 이번 카타르 대회에서 다시 3골을 추가하며 어느덧 한국 선수로는 이동국(10골, 2위)에 이어 최순호(7골)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역대 아시안컵 최다골은 이란의 알리 다에이(14골)가 기록하고 있다.
 
손흥민은 현재 이강인과 나란히 3골로 팀내 득점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해 아시안컵에서 최대 2경기를 남겨놓고 있는 손흥민이 득점을 추가한다면 자신의 아시안컵 단일 대회 최다득점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번 대회에서 현재까지 득점 1위는 이라크의 아이만 후세인(6골)이 기록하고 있다. 이라크가 이미 탈락한 만큼 몰아치기에 강한 손흥민이 득점왕에 도전할 기회도 남아있다.
 
손흥민의 국가대표 커리어에서 보여준 대표적인 명장면 중 다수가 아시안컵에서 나왔다. 손흥민은 9년 전 호주 아시안컵 8강 우즈벡전에서 0대 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연장전에만 2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같은 대회 결승전에서도 패색이 짙어지던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이번 대회에서도 요르단과 말레이시아전에서 연이은 PK 성공, 8강 호주전의 PK유도와 역전골 활약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은 것만 벌써 3번째다. 중요한 빅매치의 결정적인 순간에서 개인의 능력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의 가치를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대회 들어 주목 받고있는 손흥민의 또다른 진가는 '리더십'이다. 손흥민은 2018년부터 기성용의 뒤를 이어 대표팀의 주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2019년 주장으로 처음 나선 UAE 아시안컵에서는 소속팀 일정으로 대회 중반에야 합류했고 본인도 무득점으로 부진한 끝에 8강에서 탈락하며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스트 투혼을 발휘하며 극적인 16강 진출을 이끌고 '중꺾마' 신드롬을 일으켰다. 홍명보, 박지성 등 역대 성공한 대표팀 주장들의 뒤를 잇는 손흥민의 리더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기 시작한 분기점이다. 또한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더욱 원숙해진 모습으로 팀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을 잘해내고 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클린스만 감독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 부진한 몇몇 선수들에 대한 비난 여론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그럴 때마다 손흥민은 팀을 대표해 나서서 안으로는 선수단을 독려하고 밖에 미디어와 팬들에게 응원을 호소하며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앞장섰다.

토너먼트에서는 연이어 선제골을 내주며 2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르는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선수들을 독려하며 기어코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체력이 바닥난 경기 막판에도 수비에 적극 가담하고 몇 번이나 전력으로 스프린트를 하며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며 솔선수범하는 손흥민의 투혼은 동료 선수들까지 일깨우는 좋은 자극이 됐다.

풋풋한 10대의 대표팀 막내에서 시작해 어느덧 30대의 든든한 베테랑으로 성숙해진 손흥민의 성장을 확인시킨 장면이었다. 외신과 축구 팬들도 이러한 한국 축구의 '꺾이지 않는 정신력'을 승리의 비결로 꼽으며 그 중심에 있었던 손흥민의 리더십을 극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손흥민에게 이번 아시안컵은 손흥민에게 클럽과 대표팀을 통틀어 성인 대회'무관'의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위대한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메이저대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그컵, UEFA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준우스에 그쳤고,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도 2015년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 석패하며 눈물을 쏟아야 했다. 손흥민이 프로 데뷔 이후 정상에 오른 것은, 23세 이하 연령대별 대회였던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출전하여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 유일하다.
 
손흥민에게 이번 아시안컵은 국가대표로서 나설 수 있는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차기 대회가 열리는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 대회가 되면 손흥민의 나이는 어느덧 35세가 된다. 그때까지 손흥민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더라도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하거나 태극마크를 달고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북중미월드컵도 있지만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있는 것은 역시 아시안컵이다.
 
손흥민이 그동안 한국축구 역대 최고 선수로 함께 거론되던 차범근이나 박지성같은 선배들에 비해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되던 것이 우승 경력과 국가대표에서의 활약상이었다. 차범근은 분데스리가에서 UEFA컵 2회 우승과 A매치 통산 최다득점, 박지성은 클럽팀에서의 다수의 리그 우승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대표팀에서는 월드컵 4강과 원정 16강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화려한 개인 기록에 비해 팀으로서의 성과가 부족하던 손흥민에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을 달성해 국가대표 징크스를 마침내 벗어났다. 여기에 한국 축구가 무려 60여 년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아시안컵 우승까지 일궈낸다면, 손흥민은 그야말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 GOAT(역대 최고 선수)'로서의 위상을 굳힐 수 있게 된다.

오랫동안 국가대표에서 무관에 그치다가 34세에 첫 코파아메리카(남미대륙선수권) 우승, 35세에 첫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처럼, 31세의 손흥민도 아시안컵 우승과 함께 활짝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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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아시안컵 요르단축구 G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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