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밴드'는 말 그대로 슈퍼(대단한, 굉장한, 특별한)해야 한다. 멤버 이름만 들어도 놀랄 만해야 한다. 음악사에서 그런 밴드는 꽤 많았다. 킹 크림슨(King Crimson)과 예스(Yes) 출신이 각각 만든 아시아(Asia)나 유케이(U.K.),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몸담았던 크림(Cream)이나 블라이든 페이스(Blind Faith) 정도는 돼야 슈퍼 밴드를 자칭할 수 있지 않을까.
슈퍼 밴드는 단명했다. 다들 잘나서, 남의 밑에 있지 못했다. 그러니 앨범도 두세 장 내는 정도였다.
캡틴 비욘드(Captain Beyond)는 전형적인 슈퍼 밴드다. 딥 퍼플(Deep Purple)과 아이언 버터플라이(Iron Butterfly), 조니 윈터(Johnny Winter) 밴드라는 대단한 배경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모였다. 좋은 음악을 하고 좋은 앨범을 만들었다.
캡틴 비욘드도 여느 슈퍼 밴드의 전철을 밟았다. 멤버 결속력은 떨어졌고, 음반사와 갈등을 겪었다. 3년의 전성기, 석 장의 앨범, 세 차례 재결성. 안타까운 이 밴드의 약사(略史)다.
이야기는 영국 가수 로드 에번스(Rod Evans)에서 출발한다. 1968~69년 딥 퍼플 첫 앨범 석 장에서 보컬을 맡았다. '허쉬(Hush)'라는 곡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는 불만스러웠다. 더 강렬한 소리를 원했다. 블랙모어와 드러머 이언 페이스(Ian Paice), 키보디스트 존 로드(Jon Lord)는 에번스 노래가 너무 팝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블랙모어는 원래 보컬로 점찍었던 이언 길런(Ian Gillan)에게 합류를 요청했다. 길런은 조건을 내걸었다. "베이스 연주자 로저 글로버(Roger Glover)도 영입해달라." 협상은 순조로웠다.
다음 싱글 곡 '할렐루야(Hallelujah)'를 녹음할 때 에번스와 원래 베이스 연주자 닉 심퍼(Nick Simper)를 따돌렸다. 엉뚱한 스튜디오를 알려줬다. 나머지 멤버는 길런과 글로버를 불러들여 녹음을 마쳤다.
결과에 만족했고, 에번스와 심퍼는 해고됐다. 첫 석 장의 음반 정산과 관련, 향후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받거나 일시불로 받는 두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에번스는 저작권료를 택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캡틴 비욘드에 가입했다.
당시 아이언 버터플라이는 해체 수순을 밟았다. 기타리스트 래리 라인하트(Larry Reinhart), 베이시스트 리 도맨(Lee Dorman)은 새로운 밴드 구성을 추진했다. 친한 드러머 바비 콜드웰(Bobby Caldwell)에게 연락했다. 여기에 에번스가 합류했다. 그렇게 해서 캡틴 비욘드 첫 앨범 <캡틴 비욘드>가 나왔다. 1972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