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올드 오크> 스틸컷
영화사 진진
한때 번성했던 광산이 문 닫자 급속도로 침체된 마을의 하나뿐인 펍 '올드 오크'는 유일하게 사람들이 북적이는 사랑방이다. 삐거덕거리는 펍 간판을 대걸레로 매번 올려야 할 정도로 노후된 가게다. 가난한 펍 주인 TJ(데이브 터너)는 몇몇 단골이 찾아주는 덕분에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다. 배고프고 할 일 없는 아이들은 거리를 배회하고 오른 물가에 성난 주민들은 여유 없이 메말라 간다.
올드 오크는 마을의 역사와 함께했다. 20년 전에는 탄광 축제, 광부 파업, 결혼식, 투표, 공부방 등 마을 대소사에 빠지지 않았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광부였던 TJ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다시 개장하기에는 이곳저곳 손봐야 했고, 보험도 들어놓지 않아 위험했다. TJ(데이브 터너)는 일부 공간만 운영하며, 응접실 문은 굳게 닫아 두고 있었다.
한편, 전쟁을 피해 폐광촌에 이주해온 시리아 난민 야라(에블라 마리)는 마을의 적대적인 분위기에 한껏 움츠러들었다. 첫날부터 아버지가 준 소중한 카메라를 떨어트려 속상했었지만 작은 온정으로 조금씩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TJ와 야라는 국적도 성별도 나이도 다르지만 '사진'을 통해 우정을 쌓으며 아픔을 보듬어 간다. 약한 자만이 소외된 자의 고충을 잘 알뿐더러, 서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화합의 분위기를 시기하는 원주민도 있었다. 젊은이들이 떠나자 학교, 교회도 없어졌고 공동체가 모일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대안으로 올드 오크 응접실 대여를 제안했지만 JT는 단박에 거절한다. 단골은 안 된다면서 낯선 난민은 환영하는 모습은 오해와 갈등을 불렀다. 마을 주민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분열되어만 갔다.
탄광이 문을 닫자 모든 게 달라졌다. 쓸쓸한 마을 분위기도 속상한데 집값까지 내려갔다. 여생을 편안하게 살려고 마련한 집은 애물단지가 되어갔다. 정부는 언론의 관심을 받지 않는 외진 곳이란 이유로 난민 이주를 허가하며 빈집을 채워간다. 이곳을 지켜오던 원주민은 더 이상 손해 보고 싶지 않았고, 그럴수록 난민과의 골은 더욱 깊어지기만 했다.
함께 먹으면 더욱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