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계+인> 2부의 한 장면..

영화 <외계+인> 2부의 한 장면.. ⓒ CJ ENM


 
각자의 개성이 분명한 다중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조는 최동훈 감독의 대표적인 인장 중 하나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를 시작으로 <타짜>(2006), <도둑들>(2012), 그리고 <암살>(2015) 등이 그렇다. 시대와 배경이 달랐을지언정 영화 속 캐릭터들은 고루 저마다의 지분을 분배받았고, 훌륭하게 이야기를 떠받쳤다. 최동훈 감독이 흥행불패의 신화를 쓸 수 있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 <외계+인> 시리즈도 그 연장선에 서 있다. 지난해 공개된 1부가 15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적으론 많이 아쉬운 결과를 냈지만 적어도 감독의 세계관과 개성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기획이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2022년 대한민국의 현재와 고려 시대, 그리고 미래 우주라는 다층 시간대를 한 영화에 다룸으로써 다소 산만해 보였던 전반부가 극장 관객들의 소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2부가 3일 국내 언론에 최초 공개됐다. 우주 범죄자들을 인간의 몸에 가둬온 외계인들, 그런 외계인들에 대적해 지구를 정복하려는 범죄자들의 대결, 거기에 휘말리게 됐지만 필사적으로 자신의 터전과 사람들을 지키려는 지구인들까지.

분명한 건 <외계+인> 시리즈가 한국 대중영화사에 나름의 방점을 찍는 주요한 기획이라는 사실이다. SF라는 장르에 블록버스터 요소를 버무린 방대한 기획이 할리우드의 전유물이 아님을 선보이는 상징적 작품이면서 동시에 대중성을 강조한 나머지 창작자는 무색무취가 되기 십상이던 최근 한국영화 흐름에 나름 반기를 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1부가 어느 정도 변죽을 울리고, 여러 떡밥을 뿌려놓는 식으로 끝났다면 관건은 그 떡밥을 얼마나 매끄럽게 회수하는지였다. 두 축의 시간대가 맞물리고, 서로 다른 세 시공간의 존재들이 어우러지는 만큼 이야기 및 캐릭터 설계의 탄탄함도 중요했다. 외계 대기를 방출시켜 지구인들을 몰살하려는 우주 범죄자들이 갈등의 한 축이라면, 거기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신검을 두고 펼쳐지는 등장인물들의 쟁탈전은 일종의 잔재미다.
 
2부는 서로 다른 목적과 욕망을 가진 인물들이 공통의 목표를 발견하고 대오를 형성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현재에서 고려시대로 넘어오게 된 이안(김태리)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1부에서 다소 어렵게 느껴졌던 캐릭터들의 관계성과 갈등 요소들이 제법 명쾌하게 해결되는 식이다. 1부가 스타일과 장르성을 내세웠다면, 2부에서 이야기의 본질에 집중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극장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OTT 등 부가판권 시장에서 1부에 열광한 관객들이 꽤 존재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극장 상황과 외부 환경으로 이런 기획이 철저하게 외면받는 현실이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감독 또한 위기감을 갖고 절치부심한 게 2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풀리지 않는 실타랜 줄 알았던 전편이 풀릴 수 있는 매듭임을 증명한 셈이다.
  
유머와 캐릭터 개성을 십분 활용하다
 
 영화 <외계+인> 2부의 한 장면..

영화 <외계+인> 2부의 한 장면.. ⓒ CJ ENM


  
 영화 <외계+인> 2부의 한 장면..

영화 <외계+인> 2부의 한 장면.. ⓒ CJ ENM


 
2부 후반부를 보고 있자면 할리우드 <어벤져스> 시리즈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서로 다른 초능력을 지닌 영웅들이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에 비장미를 더한 <어벤져스> 시리즈에 비할 때 <외계+인>은 유머와 캐릭터들의 개성을 십분 활용했기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1부에선 범죄자들을 추적해 가두는 가드(김우빈) 및 조력자인 썬더(목소리 연기 김대명) 활약과 고려의 두 신선(염정아, 조우진)의 활약이 주였다면, 2부에선 이안과 고려 청년 무륵(류준열), 그리고 현재 시대의 민개인(이하늬)의 사연이 드러나며 설득력을 더한다.
 
여러 소품이나 캐릭터들의 사연을 자세히 살피면 1부와 2부로 이어지는 숨은 관계성도 찾을 수 있다. 열성 관객들을 위한 감독의 치밀한 계산인 만큼 여러 차례 관람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흥행 여부와 별개로 어쩌면 이 시리즈가 최동훈 감독의 영화관과 가치관을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일지도 모른다. <전우치>(2009) 직후 이번 영화의 골격을 떠올렸을 정도로 오랜 프로젝트였다. 소수 주인공 중심, 사건 중심, 장르성 중심이던 기존 한국 대중영화의 판도를 흔들어 온 창작자인 만큼 <외계+인> 이후 그가 또 어떤 인장을 펼쳐 보일지 사뭇 기대된다.
 
한줄평: 반전에 진심을 더한 제법 훌륭한 대중기획영화
평점: ★★★★(4/5)

 
영화 <외계+인> 2부 관련 정보

각본 및 감독: 최동훈
출연: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이하늬,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진선규
제공 및 배급: CJ ENM
제작: 케이퍼필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22분
개봉: 2024년 1월 10일
 

 
 
   
외계인2 최동훈 김우빈 김태리 이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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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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