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 시즌이 끝나고 KBO리그에서는 총 15명의 선수가 FA를 신청했다. 그 중 나성범(KIA 타이거즈)과 박건우(NC다이노스)를 비롯한 6명의 선수가 팀을 옮겼고 9명은 원소속팀과 계약하며 잔류를 선택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내야수 정훈이 유일하게 해를 넘길 때까지 계약을 하지 못했지만 작년 1월 5일 롯데와 3년 총액 18억 원에 계약하면서 'FA미아' 없이 깔끔하게 FA시장이 마감됐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에는 21명의 선수가 FA를 신청해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채은성(한화 이글스), 유강남(롯데) 등 무려 11명의 선수가 이적을 선택했다(사인앤트레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이명기까지 포함하면 총 12명). 역대 FA시장에서 가장 활발했던 이적이었다. 작년엔 총 6명의 선수가 FA계약을 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지만 강리호를 제외한 5명의 선수가 정규리그 개막 전에 계약을 마쳤다(강리호는 독립야구단 입단 후 은퇴 선언).

올 시즌이 끝난 후에는 총 19명의 선수가 FA시장에 나왔다(각 구단마다 '비FA다년계약'이 유행(?)하면서 FA자격을 얻고도 신청을 하지 않은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 11월 19일 개막한 FA시장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24년 새해가 하루 밖에 남지 않았지만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반도 채 되지 않는 9명에 불과하다. FA신청 선수 중 10명이 해를 넘겨 협상을 이어가게 됐다는 뜻인데 과연 이들은 새해 만족할 계약을 따낼 수 있을까.

'전설의 마무리' 마지막 가치는 얼마?

FA미계약 선수 중에서 올 시즌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선수는 올해 14억 원의 연봉을 수령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돌부처'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올해 4승5패30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3.45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고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10월14일 SSG랜더스와의 경기에서는 KBO리그 최초로 통산 4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오승환의 한미일 통산 세이브는 무려 522개에 달한다.

하지만 오승환의 소속팀 삼성은 지난 11월 22일 FA시장에서 4년 총액 58억 원을 투자해 통산 169세이브를 기록 중인 마무리 김재윤을 영입했다. 당장 내년 시즌부터 김재윤이 삼성의 뒷문을 지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전성기가 지난 오승환의 구위와 오승환이 삼성에서 가진 상징성을 고려하면 오승환의 이적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삼성 구단이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맞는 오승환의 가치를 얼마나 높게 판단할 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단순히 KBO리그에서 쌓은 실적만 보면 1995년생의 젊은 나이와 2020년 홀드왕을 비롯해 통산 110홀드를 기록 중인 주권이 FA시장에 남은 투수들 중 가장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권은 FA를 앞둔 올해 1승2패5홀드4.40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내면서 박영현, 손동현 등 후배들에게 밀려 팀 내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영입을 한다 해도 필승조 활용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FA시장에서 주권의 가치를 낮추고 있는 요소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지난 3년간 165이닝을 소화해 43세이브31홀드를 기록하며 두산의 주축투수로 성장한 홍건희도 마찬가지다. 홍건희는 2020년 두산 이적 후 안정된 투구로 두산의 필승조로 자리 잡았지만 올 시즌 후반기에 흔들리면서 마무리 자리를 정철원에게 내줬다. 실제로 전반기 20세이브1홀드2.31을 기록했던 홍건희의 성적은 후반기 1승2패2세이브4홀드4.05로 뚝 떨어졌다.

전성기 시절 NC의 마무리로 활약하다가 두산을 거쳐 올해 키움 히어로즈에서 활약한 임창민은 51경기에 등판해 2승2패26세이브1홀드2.51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키움이 올 시즌 최하위로 추락하지 않았다면 임창민의 부활은 훨씬 화려한 조명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임창민은 1985년생으로 만 38세의 노장 투수다. 어쩌면 '마지막 불꽃'이었을지 모를 노장의 활약을 보며 팀의 뒷문을 맡길 팀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통산 타율 .303 김선빈, 2번째 장기계약 가능?

미계약 FA 야수들 중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쌓은 선수는 단연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선빈이다. 2020 시즌을 앞두고 4년 40억 원에 KIA와 FA계약을 체결했던 김선빈은 계약기간 4년 동안 3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건재한 기량을 선보였다. 다만 올해 무홈런과 .358의 장타율이 말해주듯 장타에서는 거의 기대를 할 수 없고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적지 않은 나이 역시 김선빈의 장기계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9 시즌을 앞두고 사인앤 트레이드를 통해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후 히어로즈 시절 만큼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내야수 김민성은 올해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하며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여전히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올해 연봉(1억8000만원)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B등급 FA인 만큼 여러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해를 넘기게 됐다. 

2019 시즌을 앞두고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으로 이적한 이지영은 키움에서 활약한 5년 동안 533경기에 출전하며 안방을 든든하게 지켰다. 어느덧 30대 후반을 향하는 노장포수가 된 이지영은 올 시즌이 끝난 후 두 번째 FA자격을 얻었다. 다만 2020년 .309를 정점으로 해마다 타율이 떨어지고 있고 키움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김동헌이라는 유망주 포수가 있어 이지영이 4년 전처럼 좋은 대우를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KIA 소속이던 2017년과 SSG 유니폼을 입은 2022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김민식은 박세혁(NC)과 함께 리그에서 많지 않은 우투좌타 포수다. 김민식은 올해 이재원(한화)의 극심한 부진으로 인해 122경기에 출전하며 SSG의 주전포수로 활약했지만 타율 .218로 타격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박대온과 신범수가 아직 풀타임 경험이 없기 때문에 베테랑 김민식이 SSG에 잔류할 확률은 높은 편이다.

시즌마다 타격 기복이 심했던 멀티내야수 강한울은 작년 94경기에서 타율 .323를 기록하면서 '타격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박진만의 황태자'로 불리며 박진만 감독의 총애를 받았던 올해 72경기에서 타율 .217에 그치며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말았다. 강한울은 올해 아쉬운 성적에도 시즌이 끝난 후 호기롭게 FA를 신청했지만 구단과의 의견 차이가 적지 않아 현실적으로 좋은 계약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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