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 연합뉴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26인의 최종 명단이 확정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8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안컵에 나설 26인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하여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해외파들을 포함한 대표팀 주전들이 모두 그대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표팀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라인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6명 중 유럽파 선수들만 절반에 가까운 12명이다. 이는 역대 아시안컵 선수 명단 가운데 유럽파 최다 인원이기도 하다.

한국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선수들을 배출해왔다. 2000년 레바논 대회 때만 해도 유럽파는 당시 벨기에 로얄 앤트워프에서 뛰던 설기현 한 명 뿐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기점으로 한국 축구의 위상이 높아지며 유럽파의 숫자가 증가했고, 2004 중국 대회 4명, 2007 동남아 4개국 대회 3명, 2011 카타르 대회 6명, 2015 호주 대회 4명, 2019년 UAE 대회 7명의 유럽파가 각각 출전했다.

이번 대회에는 손흥민(토트넘), 오현규(셀틱), 조규성(미트윌란), 양현준(셀틱),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황인범(즈베즈다), 황희찬(울버햄튼), 홍현석(KAA헨트), 김민재(바이에른뮌헨), 김지수(브렌트포드)가 발탁됐다. 주장 손흥민은 막내로 A대표팀에 처음 합류했던 2011년 대회부터 유일하게 4회 연속 아시안컵 출전을 앞두고 있다.
 
유럽파 개개인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약 10년 전만 해도 박지성(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정도를 제외하면 유럽에서도 빅리그 명문에서 활약하거나 세계적으로 명성이 알려진 선수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의 EPL 득점왕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로 자리 잡았고,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등도 모두 세계적인 리그에서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는 선수들이다.
 
더구나 이들은 전임 벤투 감독 시절부터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1년 전인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한국 축구에 12년 만의 원정 16강이라는 값진 선물을 안기기도 했다. 올해 들어 사령탑이 클린스만 감독으로 바뀐 이후에도 주축 선수들의 라인업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지난 1년간 10번의 A매치(5승3무2패)를 통해 꾸준히 연속성을 이어왔다.
 
현재 대표팀의 전력은 선수들의 네임밸류-업적-기량-조직력 등 모든 면에서 그동안 최고로 평가받았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 '히딩크호'를 뛰어넘는 '한국 축구 역대 최강팀'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한국축구가 이번에야말로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이라는 목표에 강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다만 그럼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이번 아시안컵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가'베스트11'만 놓고보면 역대 어느 팀에게도 뒤지지 않는 것은 분명해보이지만, 26인 명단 전체를 놓고봤을 때 '최상의 선수구성'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지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클린스만 감독은 골키퍼 세 자리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23인 명단에서 수비수를 9명, 미드필더를 12명이나 뽑은 반면 공격수는 조규성과 오현규, 단 2명 밖에 선발하지 않았다. 두 선수는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 모든 A매치에서 꾸준히 발탁된 공격수들이다. 하지만 또다른 붙박이 공격수이자 최근 사생활 논란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잠정 박탈 당한 황의조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대체 공격수 자원을 끝내 선발하지 않았다.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주민규(울산), 이승우(수원FC), 나상호(FC서울)와 같은 국내파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외면을 받았다. 오히려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김민재와 김영권, 정승현(이상 울산)이 있음에도 김지수와 김주성까지 발탁하며 센터백만 5명이나 데려가는 불균형한 스쿼드를 선택했다. 이번 명단에는 미드필더로 분류된 박진섭(전북) 역시 센터백까지 겸하는 멀티 플레이어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6명이다.
 
물론 조규성과 오현규가 모두 경쟁력 있는 공격수들이고, EPL에서 최고의 득점력을 과시중인 손흥민과 황희찬도 유사시 최전방까지 소화할 수 있기에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현규는 A매치에서 아직 득점이 전무하고, 손흥민과 황희찬은 클린스만호에서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제대로 실험한 경기는 많지 않다.

아시안컵 기간에도 추가적으로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다양한 변수에 대처하고 '플랜B'를 준비할 수 있었던 26인 엔트리 확대의 장점을 클린스만 감독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클린스만호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좌우 풀백 포지션에도 의문부호가 남는다. 라이트백 설영우를 제외하면 김진수, 이기제, 김태환 등 풀백은 이번도 30대 노장들로 채워졌다. 특히 이기제는 소속팀 수원 삼성에서도 주전 경쟁에 밀려 10월 이후 경기 출전이 전무했고 A대표팀에서의 활약도 그리 좋다고 할 수 없었음에도 또다시 발탁됐다.

클린스만 감독의 유럽파 편애와 '쓸놈쓸(쓰는 선수만 쓰기)'기질은, 그의 잦은 외유 및 워크에식 문제와 더불어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온 대목이다. 아시안컵 최종명단에서 새로운 선수의 실험이나 발굴은 거의 전무했고 대부분 익숙한 얼굴들이 변화 없이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신선한 발탁으로 꼽힌 것은 김지수와 양현준 정도다. 그런데 이들은 유럽파라는 공통점과 함께 소속팀에서는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구나 이들의 주 포지션인 센터백과 2선은 굳이 두 선수가 아니더라도 자원이 충분했기에 비효율적인 포지션 중복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실질적인 전력 보강의 의미보다는 클린스만이 선호하는 유럽파, 어린 유망주의 국제 경험이라는 명분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최강의 전력을 갖춘 팀으로 예상되는 것은 일본이다. 클린스만 감독도 아시안컵에서 상대할 여러 국가들 중에서도 일본을 경계 대상으로 언급하며 "일본은 좋은 팀이다. 성장세가 뚜렷한 라이벌이라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다. 일본과 결승전에서 만나고 싶다. 우리도 우승을 위해 잘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풍부한 유럽파의 숫자나 스쿼드의 두께는 오히려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지난 카타르월드컵에이어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일본은 올해 A매치에서 10경기에서 독일-터키 등 유럽 팀들을 연파하며 8승 1무 1패라는 눈부신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도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하필 같은 시기에 일본 역시 똑같은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로 유력한 우승후보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당시부터 꾸준히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제시해왔다. '역대 최강'이라는 타이틀은 결국 결과로서 증명해야만 한다. 최고의 베스트11와 불안한 플랜B라는 엇갈린 장단점이 공존하는 클린스만호는, 과연 이번 아시안컵에서 그 이름값을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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