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손흥민 ⓒ EPA/연합뉴스

 
토트넘과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은 2023년 인상적인 한 해를 보냈다. 1년전 카타르월드컵에서는 원정 16강을 달성하며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가 들어선 올시즌에도 A매치 8경기에 출전하여 6골 2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소속팀 토트넘에서도 2023-2024시즌이 개막하자 지난 시즌의 부진을 털어내며 벌써 10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의 다음 도전은 내년 1월로 다가온 AFC 아시안컵이다. 한국축구는 1956-1960년 1-2회 대회에서 연이어 정상에 올랐으나 이후 다시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손흥민도 아시안컵에만 세 번이나 출전했지만 각각 3위-준우승-8강에 머물며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손흥민의 첫 아시안컵은 2011년 카타르 대회였다. 당시 만 18세의 풋풋한 막내였던 손흥민은 박지성-이영표-차두리-기성용 같은 쟁쟁한 선배 레전드들과 함께 성인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메이저대회에 나섰다. 손흥민은 경기 후반 분위기를 바꾸는 조커로 활약했고 조별리그 최종전인 인도전에서 기념비적인 자신의 A매치 첫 득점을 기록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2-2로 승부를 가리지못했고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석패했다. 이 경기는 손흥민의 처음이자 마지막 A매치 한일전이기도 했다.
 
대표팀은 3-4위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3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아시안컵을 끝으로 박지성과 이영표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막내인 손흥민이 최고참 이영표를 어깨에 무등을 태우고 그라운드를 돌았고, 선수들과 함께 헹가래를 치며 예우한 순간은 명장면으로 남았다. 손흥민은 첫 아시안컵에서 4경기 1골을 기록했다.

두 번째 무대인 2015 호주 아시안컵은 한국축구가 가장 우승에 근접했던 순간으로 꼽힌다.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은 조별리그부터 파죽의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결승까지 올랐다.
 
손흥민은 아시안컵 조별리그를 포함하여 A매치 9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침묵하며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에서만 드디어 2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어 호주와의 결승전에서도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추가시간에 기성용의 어시스트를 받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 골은 본인의 A매치 두 자릿수(10호)골이자, 대한민국 아시안컵 통합 100호골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연장 전반 추가시간에 호주에 또다시 실점을 허용하며 1-2로 아쉽게 무릎을 끓었다. 우승은 실패했지만 손흥민은 아시안컵 5경기에 출장하여 3골을 기록했고, AFC가 선정한 아시안컵 베스트 11 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어느덧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2019년 UAE 아시안컵은 손흥민이나 한국대표팀 모두에게 가장 아쉬웠던 대회로 기억된다. 손흥민은 토트넘 구단과 대한축구협회의 합의에 따라 조별리그 2경기를 건너 뛰고 최종전인 중국전부터 합류했다. 이후 16강 바레인전-8강 카타르전에도 출장했다. 손흥민이 기성용에게 주장 완장을 물려받고 처음으로 나선 국제대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차적응과 체력적인 부담 때문인지 손흥민은 잦은 실책과 드리블 돌파 실패 등으로 에이스라는 기대치에는 크게 못미치는 활약을 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은 8강에서 카타르에 0-1로 충격패를 당하며 2004년 대회 이후 처음으로 4강진입에 실패했다. 손흥민은 아시안컵 3경기에서 득점없이 도움 1개에 그쳤다.
 
손흥민은 현재 A매치 통산 116경기에 출전하여 41골을 기록중이다. 대한민국 역대 축구대표팀 선수중 차범근(58골)-황선홍(50골)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손흥민은 아시안컵에서는 4골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 1월로 다가온 카타르 아시안컵은 손흥민의 국가대표 커리어에서 우승도전의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은 프로 데뷔 이후 소속팀과 대표팀을 통틀어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연령대별 대회였던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하여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 유일하다.
 
손흥민도 어느덧 30대를 넘겼다. 몸관리를 잘해서 30대 중반까지 현역생활을 이어갈수도 있지만, 신체능력과 노련미가 균형을 이루며 최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하면서 우승에 도전할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수 있다. 마침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손흥민을 비롯하여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황인범, 조규성 등 쟁쟁한 유럽파들을 중심으로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변수는 손흥민의 몸상태와 감독 리스크다. 손흥민은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당시에도 안와골절로 대회 출전조차 불투명했으나 안면보호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서는 투혼을 발휘한 바 있다. 현재도 소속팀 토트넘의 빡빡한 일정과 주전들의 줄부상 속에 손흥민 역시 잔부상을 달고 뛰고있는 상황이다. 2019년 아시안컵때처럼 손흥민의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다면 대표팀의 전력도 크게 흔들리게 된다.
 
화려한 선수구성과는 별개로 정작 사령탑인 클린스만 감독의 리더십과 전술적 능력이 아직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는 것도 불안요소다. 아시에서 가장 막강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라이벌 일본이나, 중동의 강호 이란, 홈팀 카타르 등은 클린스만호의 우승도전을 가로막을 경쟁자로 꼽힌다.
 
또한 손흥민의 아시안컵 출전은 소속팀 토트넘에게는 위기를 의미한다. 토트넘은 시즌 초반 10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다가 주전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연패를 당하며 선두권에서 밀려났다. 최근 뉴캐슬과 노팅엄 포레스트를 연파하고 2연승을 달리기는 했지만, 내년 초에 주장 손흥민이 아시안컵 출전으로 자리를 비운다면 토트넘은 또다시 순위경쟁의 고비에 봉착하게 된다.
 
한국대표팀이 만일 아시안컵 결승까지 진출한다면 토트넘은 손흥민 없이 최대 6경기를 치러야한다. 현재 EPL 득점 3위로 엘링 홀란(맨시티, 14골)을 4골차로 추격하던 손흥민의 득점왕 경쟁에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손흥민이 할 수 있는 것은 내년 초 대표팀에 차출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승점과 골을 쌓는 것이다. 박싱데이 일정에 돌입한 EPL에서 토트넘은 24일 에버턴과의 홈경기를 시작으로 2일 브라이튼(원정)-31일 본머스(홈)전으로 이어지는 경기를 앞두고 있다.

손흥민은 본머스전까지는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빡빡한 일정속에 자칫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 16년 만의 무관탈출을 원하는 토트넘에게 모두 손흥민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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