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과 물음표를 환호와 느낌표로 바꿔냈다. 유럽 중소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며 화려하게 살아난 국가대표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과 미드필더 황인범(즈베즈다)의 이야기다.
 
 조규성 선수(자료사진).

조규성 선수(자료사진). ⓒ 연합뉴스

 
조규성은 최근 마감한 덴마크 수페르리가 2023-24시즌 전반기에만 8골(전체 3위) 2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유럽 진출 첫 시즌부터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적응기 없이 빠르게 연착륙했다.
 
미트윌란은 조규성의 활약에 힘입어 11승 3무 3패(승점 36)로 선두 자리를 지키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덴마크 리그는 겨울 휴식기를 거쳐 내년 2월에 재개된다.
 
황인범은 최근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황인범은 지난 10일(한국시간) 믈라도스트와 정규리그 18라운드에서 세르비아 리그 데뷔골을 터트렸다. 14일에는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의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G조 6차전에서 1골 1도움으로 'UCL 데뷔골-데뷔 도움'을 기록했다.

17일 스파르타크 수보티차와의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는 또다시 도움을 추가하며 팀의 4-1 대승에 기여했다. 3경기에서 무려 2골 2도움이다. 황인범의 맹활약을 앞세워 소속팀 즈베즈다는 정규리그 6연승 행진을 달리며 15승 1무 2패(승점 46)로 2위 파르티잔(승점 44)에 승점 2점차로 앞서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조규성과 황인범은 국가대표팀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들이다. 두 선수는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이 낳은 대표적인 스타이기도 하다.
 
조규성은 카타르월드컵에서 처음엔 황의조에 밀린 두 번째 공격수로 꼽혔지만 황의조가 부진을 겪으면서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2-3패)부터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 경기에서 팀은 비록 석패했지만 조규성은 헤딩으로만 두 골을 기록하여 대한민국 월드컵 역사상 첫 한 경기 멀티골을 기록한 선수에 이름을 올리며 전세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황인범은 2019년 기성용과 구자철의 대표팀 은퇴 이후 약화된 대표팀의 중원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신임을 얻으며 대안으로 부상했다. 초반에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꾸준히 경험을 거듭하며 성장하여 카타르월드컵에서는 당당히 16강진출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에도 조규성과 황인범은 꾸준히 중용되면서 이제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나란히 자리매김했다.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이강인 등과 함께 유럽파의 주축으로 내년 아시안컵 출전도 확실시되고 있다. 
 
조규성과 황인범의 활약이 더 반가운 것은, 두 선수가 불과 몇 달전만 해도 진로를 놓고 적지않은 우려를 자아냈었기 때문이다.
 
조규성은 당초 덴마크행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카타르월드컵 직후 스타덤에 오른 조규성은 K리그 전북 현대 소속이던 시절 다수 유럽 클럽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중에는 유럽 5대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의 마인츠같은 구단들도 있었다.
 
하지만 조규성은 겨울 이적보다 유럽 새 시즌이 시작되는 여름 이적시장까지 기다리라는 소속팀의 설득에 마음을 돌려 전북에 반년 더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2023시즌들어 소속팀 전북과 조규성 모두 슬럼프를 겪으며 한동안 부진에 빠졌다. 그 사이 월드컵 효과는 사라지고 조규성도 부상에 시달리면서 선수 가치는 자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름 이적시장이 되면서 뜻밖에 유럽 중소리그인 덴마크의 미트윌란이 새롭게 등장했다. 미트윌란은 260만 파운드(43억원)라는 적지 않은 이적료를 내걸며 접근했다. 전북과 조규성이 미트윌란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이적이 성사됐다.
 
오히려 실망한 것은 팬들이었다. 덴마크 리그가 유럽에서는 변방에 가까운 중소리그였기 때문이다. 수페르리가는 2023~2024시즌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순위에서 17위에 불과하다. 덴마크리그 출신 선수들도 자국리그에서 유럽 5대리그까지 올라간 사례는 드물기에 조규성을 만일 미트윌란에서 부진하기라도 하면, 유럽 도전이 시작부터 꼬일 수도 있었다.
 
이를 두고 조규성을 붙잡았던 전북 구단과, 이적 문제에 조언한 것으로 알려진 박지성 전북 테크니컬 디렉터에게까지 비판의 불똥이 튀기도 했다. 이에 조규성은 덴마크행은 자신의 의지로 결정한 일이라며 전북과 박지성을 감쌌다.
 
 황인범 선수(자료사진).

황인범 선수(자료사진). ⓒ 연합뉴스

 
황인범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전 소속팀이었던 그리스 리그 올림피아코스와 이적 문제를 두고 분쟁을 겪어왔다. 황인범은 2022-2023시즌 올림피아코스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로까지 선정될만큼 맹활약했지만, 시즌후 구단과 계약기간과 조건에 서로 다른 해석을 주장하며 이적을 요청해 갈등을 빚었다. 황인범과 구단은 한때 법적 공방까지 예고했고, 올림피아코스 팬들은 SNS 등을 통해 황인범에게 테러에 가까운 악플을 쏟아내기도 했다.
 
황인범의 가치를 눈여겨본 즈베즈다가 손을 내밀며 황인범이 주장한 바이아웃 금액과 올림피아코스가 요구한 이적료 사이에서 중재안을 제시했다. 하마터면 국제미아가 될뻔했던 황인범은 이적분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피하고 유럽 커리어를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되어 그나마 한숨을 돌렸다.
 
즈베즈다가 속한 세르비아 수페르리가의 UEFA 클럽랭킹은 13위로 유럽5대리그에서는 미치지 못하지만 올림피아코스가 속한 그리스 리그의 19위보다는 높다. 황인범은 올시즌 즈베즈다 소속으로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조별리그 탈락)까지 밟으며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 비하여 중소리그에서 뛰고있는 선수들은 아무래도 주목을 덜 받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규성과 황인범은 이름값보다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팀, 꾸준히 출전기회를 얻으며 본인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팀을 골라 실리적인 선택을 내렸고,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결과로서 증명해 보이고 있다. 향후 유럽진출을 노리는 한국인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될만한 또다른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여전히 더 높은 꿈을 향하여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조규성과 황인범의 다음 목표는 아시안컵이다. 두 선수는 한국축구가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내년 아시안컵에서 클린스만호의 베스트11로 중용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이토 준야(일본), 해리 수타(호주), 하리브 압달라(아랍에미리트), 아리프 아이만(말레이시아)등과 함께 조규성을 아시안컵에서 눈여겨볼 선수 5인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내년 1월 12일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하는 '2023 AFC 아시안컵에서 바레인(1월 15일), 요르단(20일), 말레이시아(25일)와 E조에 속해있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조규성과 황인범같은 유럽파들이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한국축구의 우승 가능성에 희망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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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성 황인범 아시안컵 유럽리그랭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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