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살이를 하다 보면, 보고 싶은 영화를 쉽게 볼 수 없다. 수도권과 대도시의 독립영화관에서만 상영한다는 소식에 짧게 탄식하고 OTT에 등장하기를 기다린다. 방구석 화면으로 생활 소음과 함께 만나는 것은 이미 감독이 의도한 영화가 아니어서 영화를 영화답게 볼 수가 없다. 가끔은 영화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해서 보고 싶다는 열망조차 가질 수 없다.
영화 <섬.망(望)>(prayer of the isle, 2022)은 그렇게 힘들게 만난 영화다.
2022년 제 23회 전주국제영화제 초대작인 박순리 감독의 영화 <섬.망(望)>은 영화제에서 소개된 주요 작품을 모아 가을에 상영하는 '폴링 인 전주' 이후, 어느 곳에서도 볼 기회가 없었다. "그저 그런 여배우와 단신 대머리남의 연애"(2014) 이후 네 번째 작품을 선보인 박순리 감독은 충남 홍성에서 살다가 이웃에서 키우던 염소를 살리기 위해 마당 있는 곳을 찾아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부여로 삶터를 옮겨왔다.
이미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던 박순리 감독과 김정민우 촬영감독의 순리필름 영화들이 독창적인 세계를 품을 수밖에 없는 우직함을 엿볼 수 있는 사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