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200회 특집 시리즈 제2탄을 준비한 KBS2 <개는 훌륭하다>는 진돗개의 고장 '진도'를 찾았다. 11일 방송에는 '진도의 딸' 송가인이 견습생으로 참여해 진도의 맛과 멋을 소개했다. 강형욱 훈련사는 반려견과 동반 여행을 할 경우에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여행지인지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켄넬에 넣으면 대부분 출입이 가능하다며, 접이식 켄넬을 준비할 것을 조언했다.

푸들 하나(암컷, 8살)
포메라니안 한모(암컷, 1살)

진도에서 먼저 만나볼 견종은 푸들과 포메라니안이었다. 흔히 진도에는 진돗개만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다양한 견종이 살고 있다. 다만, 진도에서 외래견을 키우려면 군천에 신고를 해야 한다. '한국진도개 보호 육성법' 제11조 제1항 및 '진도군 진도개 보호육성에 관한 조례' 제15조 제3항의 규정에 따라 '진도개 외의 개 반입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저희들끼리 하는 말로) 포메라니안과 푸들은 상극이에요." (강형욱)

오늘의 고민견 한모는 '어린 포메라니안'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었다. 하나가 물고온 장난감을 탐내더니 뺏어버리고, 엄마 보호자가 하나를 안아주자 성질을 부렸다. 또, 하나가 엄마 보호자에게 가지 못하도록 길을 막기도 했다. 필사적으로 엄마 보호자의 옆자리를 사수했다. 그만큼 질투가 심했다. 가족의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 있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빨래를 개키는 엄마 옆에서 양말을 물고 이리저리 도망다녔다. 그 모습을 본 강형욱 훈련사는 "어린 포메라니안은 땅거지라는 별명이 있"다며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씹고 뜯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호자의 집안 물건들은 한모 때문에 제대로 남아 있는 게 없었다. 한모는 머리끈, 볼펜, 전기선은 물론이고, 심지어 벽지도 뜯어버렸다. 

반려견은 아기 냄새 맡는 것까지만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잠시 후 언니 보호자가 방문했다. 알고보니 한모는 원래 언니 보호자의 반려견이었는데, 출산한 지 100일 밖에 되지 않은 시기라 친정집에 한모를 맡겨둔 것이었다. 아기가 목도 못 가누고 누워만 있기 때문에 우려됐던 모양이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 곧 포착됐다.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기 위해 이불을 펼치자, 한모는 이불 위를 차지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또, 기저귀 등 아기용품에 관심을 보였고, 젖병에 입을 대기도 했다. 급기야 아기 쪽쪽이까지 들고 도주했다. 아기와 반려견을 함께 키울 때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문제였다. 한모는 아기에게도 질투를 해서 아기 눈 쪽에 상처를 낸 적도 있었다. 한모는 그야말로 거침없이 행동했다. 언니 보호자 입장에서는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한모를 친정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을리라. 

박세리는 한모 정도의 성격이면 아기랑 같이 키워도 되지 않냐고 질문했고, 강형욱은 아기가 100일이 되기 전까지는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특수한 케이스이기는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3kg인 포메라니안이 아기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도 있었다며 아기와 반려견의 공동 육아는 그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모는 아기와 단둘이 있으면 절대 안 돼요. 한모가 나쁘거나 위협적인 개는 아닌데 욕심으로 인한 실수가 발생할 수 있어요. 한모의 문제라기보다는 포메라니안의 어린 시절 모습이에요." (강형욱)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아기와 반려견 동시 케어를 위한 팁'을 전수했다. 그는 가능하면 반려견이 아기의 냄새를 맡는 것까지만 허용하라고 조언했는데, 자칫 반려견의 침 때문에 아기가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 보호자는 개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는데, 강형욱은 아기의 기관지에 개털이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설명했다. 

다만, 일부 개의 경우 아기가 기저귀에 용변을 보면 '왜 여기에서 응가를 해?'라며 기저귀를 뜯는 경우가 있다. 이런 행동이 습관이 된 반려견들은 기저귀 냄새만 맡아도 반응을 해서 기저귀를 찬 아기를 물고 당길 수 있다. 덩치가 큰 개라면 아기가 넘어지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반려견이 아기의 용변이나 기저귀에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한모를 위한 맞춤형 훈련은 '서열 인지를 위한 블로킹'이었다. 주인 행세를 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한모에게 기본 예절을 가르쳐야 했다. 훈련을 시작하기 위해 강형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모는 호들갑을 떨며 짖고 움직였다. 근처에 있던 하나는 영문도 모른 채 같이 튀어나왔는데, 강형욱은 하나가 "(한모의) 팔로워가 됐"다고 설명했다. 집 안의 규칙이 필요했다. 

강형욱은 블로킹을 하며 한모를 소파에서 밀어냈다. 한모는 처음 경험한 제지에 당황했고, 강형욱은 계속해서 한모에게 블로킹을 시전했다. 이어 엄마 보호자도 팔꿈치로 블로킹을 해 한모를 소파 밑으로 내려보냈다. 한모는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소파 위로 올라왔다. 강형욱은 이를 '소거폭발(문제 행동을 제지하거나 제한할 때 행동의 빈도나 강도가 갑작스럽게 증가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훈련이 반복되자 한모는 속상한 마음에 소파 밑으로 숨어버렸다.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했던 한모가 서열을 인지하고 성질이 난 모양이었다. 반면, 집 안에 규칙이 생기자 가장 마음이 편한 건 하나였다. 아기 기저귀 교체를 위해 담요를 깔았을 때도 마찬가지로 블로킹으로 제지했다. 더 이상 한모는 접근하지 않았다. 강형욱은 빨래를 개킬 때도 응용하면 좋은 방법이라 추천했다. 

아기와 반려견을 함께 키울 수 있을까. 현실적인 고민이다. 반려견을 키우다가 아기를 갖게 된 많은 가정들이 같은 어려움이 빠질 것이다. 강형욱의 조언대로 잠시 반려견을 맡길 가족이나 지인이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대안을 찾지 못한 가정은 곤란을 겪을 것이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와 출생률 역대 최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개는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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