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명가 삼성의 수난사가 농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은 12월 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선두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67-91로 대패했다.
 
이로서 6연패에 빠진 삼성은 3승 16패, 승률 .158을 기록하며, 같은날 고양 소노를 잡은 대구 한국가스공사(3승 14패, .176)에 9위 자리를 내주고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2연승을 기록한 DB는 16승 3패(.842)로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삼성은 꼴찌 추락에 이어 또 한번 원정경기에서 패배를 적립하며 '프로농구 단일팀 역대 원장 최다연패' 신기록을 22연패로 경신했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1998-1999시즌 대구 동양, 2002-2003시즌 서울 SK, 그리고 2021-2022시즌 삼성이 각각 18연패를 기록한 것이 종전 최고 기록이었다. 삼성은 유일하게 원정 18연패 이상을 두 번이나 기록한 팀에 등극했고, 불명예 기록을 벌써 4경기나 경신했음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의 부진은 단지 올시즌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6-17시즌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삼성은 최근 6시즌 연속 6강 미만(7-10-7-7-10-10위)의 성적에 그쳤다. 이중 꼴찌만 세 번이었고 2021-22시즌에는 9승 45패로 구단 역사상 최저승률(.167) 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만일 이대로 올시즌까지 꼴찌를 기록하면 3년 연속이며 프로농구 역사상 최다 꼴찌(7회) 단독 신기록으로 올라서게 된다.
 
삼성은 실업 시절(삼성전자)에는 기아자동차-현대전자 등과 함께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명문이었고, 1997년 프로화 이후에는 실업시절만큼의 위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챔프전 2회 우승에 9년 연속 6강플레이오프 진출(2003-2011) 기록을 세우는 등 나름 빛나는 전성기도 있었다. 서장훈, 주희정, 이규섭, 강혁, 이상민, 문태영, 라건아, 이승준, 테렌스 레더 등 내노라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 팀을 거쳐갔다.
 
하지만 현재 삼성은 자타공인 암흑기이자 프로농구 최악의 구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마지막 챔프전 우승은 2005-06시즌으로 벌써 17년이나 흘렀다. 이미 지난 2022-23시즌을 기점으로 삼성은 프로 원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팀들(전신 시절 포함)을 아울러 KBL 정규리그 통산 최저승률(.448)팀으로 전락했다. 봄농구와 우승권에서 멀어진 2010년대 이후 승률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리그 꼴찌다.
 
본래 삼성 이전에 프로농구에서 '꼴찌의 대명사'는 지금은 사라진 고양 오리온(현 고양 소노)이었다. 전신인 대구 동양 시절인 1998-99시즌에는 45경기 체제에서 3승 42패(.067)로 유일무이하게 1할대에도 못미치는 정규시즌 승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통산 꼴찌 횟수는 6회로 삼성과 타이 기록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삼성은 KBL 역사상 두 번다시 넘어설 팀이 나오지않을 것만 같았던 오리온의 원정연패-최다 꼴찌 기록마저 모조리 과거형으로 바꾸어놓고 있다. 세상에는 바닥보다 더 한 지하가 언제든 존재할수 있음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은 어쩌다 이렇게 약해졌을까. 가장 큰 이유는 '세대교체 실패'다. 삼성은 귀화선수 문태영과 라건아가 활약했던 2016-17시즌을 마지막으로 리그 정상권 전력에서 멀어졌다.
 
삼성은 지난 6년간 하위권을 전전하며 신인드래프트 상위픽을 여러 차례 얻었음에도 선수 육성과 리빌딩에 모두 실패했다. 이상민 감독 시절 지명한 신인 중 현재 삼성에서 제대로 자리잡은 선수는 거의 없다. 고졸 1순위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차민석은 벌써 몇 년이 흘렀지만 성장은 고사하고 부상으로 코트에서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김진영과 천기범(은퇴)은 음주운전으로 믿었던 구단의 뒤통수를 치며 잊혀졌다. 
 
또다른 1순위 출신인 장신센터 이원석(7.6점, 6.4리바운드)이 그나마 나름의 활약을 해주고 있지만, 삼성이 놓친 이원석의 드래프트 동기 하윤기(KT)나 이정현(소노)은 어느덧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해보일 수밖에 없다.
 
삼성은 외부 영입 타율도 좋지않다. 이정현과 김시래는 한때 KBL 정상급 선수였지만 삼성에 입단할 무렵에는 모두 30대를 넘기며 이미 기량이 하락세였다. 하지만 현재 팀내에서 전성기가 한참 지난 이정현과 김시래보다도 더 나은 선수가 안보인다는게 삼성의 현실이다.
 
올시즌 삼성의 외국인 선수 코피 코번은 22.8점(3위), 10.3리바운드(5위)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이 아닌 다른 팀이었다면 충분히 상위권팀의 1옵션으로도 활약할수 있을만한 선수다. 하지만 팀동료들의 지원이 심각할 정도로 부족하다보니 코번 혼자 아무리 잘해도 빛이 바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코번 다음으로 활약하는 선수가 이정현(10.2점) 정도인데 야투율이 34.7%에 불과할만큼 효율성이 떨어진다. 코번과 이정현을 제외하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려주는 선수가 전무하다. 당연히 삼성은 팀득점(76.3점,10위)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수 지표에서 최하위권에 그치고 있다.
 
또한 삼성은 최근 몇 년간 하위권을 차지하면서도 전력보강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FA시장은 모처럼 드물게 전성기의 대어급 선수들(허웅, 이승현, 최준용, 오세근, 문성곤, 양홍석 등)이 잇달아 쏟아져나온 시기였지만 그동안 삼성은 그 누구도 잡지못했다.

오히려 가뜩이나 약한 기본 전력에 장민국과 이호현 등을 떠나보냈고, 그나마 보강된 선수는 윤성원이나 홍경기(트레이드)같은 롤플레이어들에 불과했다. 과거 쟁쟁한 선수들이 가득했던 삼성은 이제 투자에 적극적이지도 않고, 스타플레이어들도 선호하지않는 팀이 되어버렸다.
 
삼성은 구단 역사상 최장수 사령탑이었던 이상민 감독 체제 8년동안 선수 육성 실패와 노쇠화로 전력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2022-23시즌부터 대학 감독 출신 은희석 감독을 외부에서 영입하며 체질개선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제자리걸음만 거듭하며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못하고 있다. 애당초 전임 감독체제에 완전히 망가지고 약해진 전력을 물려받은 탓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성적도 육성도 아닌 어정쩡한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는 구단의 문제가 가장 크다.
 
같은 형제구단인 축구의 수원 삼성이 올시즌 K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창단 이후 최초로 2부리그에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은 것은, 삼성 농구단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 스포츠단은 최근 4대 프로스포츠 구기종목에서 모두 몇 년째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삼성도 이대로라면 당분간 불명예 기록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다. 한때 스포츠에서도 항상 일등주의만을 표방하던 삼성의 끝없는 몰락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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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삼성 KBL 프로농구일정 원정22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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