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이야기3. 니체와의 대화>로 돌아온 ‘청계천 8가’ 가수 손현숙

<노래이야기3. 니체와의 대화>로 돌아온 ‘청계천 8가’ 가수 손현숙 ⓒ 손현숙

 
민중락그룹 천지인의 보컬로 활동하며 '청계천 8가'를 불렀던 가수 손현숙이 새 앨범 <노래이야기3. 니체와의 대화>로 돌아왔다. 사람들과 함께 니체의 책을 읽고 공부하며 배운 점들을 노래로 만들었다고 한다. 오는 12월 15일에는 홍대 소극장 스페이스 한강에서 앨범 발매 콘서트도 연다. 지난 5일, 손현숙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몰락할 수 있기에 사랑스럽고, 신을 버릴 수 있기에 나를 찾을 수 있어"
 
- 2019년 <노래이야기2. 베이징~자카르타0717>에 이어 4년 만인 올해 <노래이야기3. 니체와의 대화>로 복귀했다.
"노래이야기2는 해외 생활의 경험을 정리한 저 나름의 귀국 인사였다. 이번 노래이야기3은 한국에서 50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좀 더 성장한 얘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작업했다."
 
- '니체와의 대화'는 어떤 노래인가. 손현숙 음악의 장르를 뭐라고 정의하고 싶은지도 궁금하다.
"저는 민중음악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뜻이 깃들어 있는 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연대 활동을 계속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번에는 공부를 통해서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노래 '에세이'인 거다. 니체를 공부하며 읽은 책들, 그 경험을 노래로 만들고 싶었다. 철학적 메시지를 음악으로 녹이는 게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새로운 자극들이 생겨 재밌었다. '니체와의 대화'는 포크 발라드다."
 
- 왜 하필 지금 니체인가.
"니체는 언제나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특히 지금과 같이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더 그렇다. 니체를 다룬 음반을 만든다고 하니 친구가 '너무 심오한 거 아니냐'고 하더라. 그래서 '이번 콘셉트가 심오하다 죽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웃음). 그러나 정작 그렇게까지 심오해지지는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춤추며 유쾌한 상상을 하는, 니체다운 곡도 한번 써보고 싶다. 우리는 몰락할 수 있기에 사랑스럽고, 신을 버릴 수 있기에 나를 찾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배웠다."
 
- 니체가 지금의 세상을 보면 뭐라고 말할까.
"'얘네들 아직도 신을 못 벗어나고 있구나'라고 탄식할 것 같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단순히 종교의 문제를 넘어 '절대적인 가치와 진리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의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철저히 물질을 숭배하고 있지 않나. 니체가 보면 무척 답답해할 것이다."
 
"노동자들과 함께 읽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아"
  
 <노래이야기3. 니체와의 대화>로 돌아온 ‘청계천 8가’ 가수 손현숙

<노래이야기3. 니체와의 대화>로 돌아온 ‘청계천 8가’ 가수 손현숙 ⓒ 손현숙

 
- 후반부에 반복되는 '다시 새롭게 눈떠보면, 수많은 진리가 내 것이 되네'라는 가사의 의미는.
"사회에서 정한 기준과 시선에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내는 삶이다. 자신만의 길과 질서들을 만들고, 삶의 선택과 기준들을 만들고, 스스로 자기 자신의 '신'이 되어서 살아가면 좋겠다. 스스로 창조하는 삶인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예술가 아닐까. 정해진 진리라는 건 없다.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상황과 경우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자신에겐 진리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되는 거다."
 
- 니체의 책들 가운데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은 무엇인가.
"2017년 해외생활을 끝내고 귀국해 13년간 진행되고 있던 콜트 콜텍 노동자들의 농성장에서 시민들과 같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다. 농성이 끝나고, 그게 인연이 돼 계속해서 '지식 공동체 수유너머' 공간에서 몇 개월에 걸쳐서 함께 공부했다. 니체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치와 개념들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보고 다르게도 생각해보는 걸 강조하는 것 같다. 제일 와 닿았던 말은, 인간은 다리를 건너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고, 그걸 하려면 위험하고 용기 있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 12월 15일 콘서트에서 들을 수 있는 다른 곡들도 소개해달라.
"이번 노래이야기 3집의 신곡들과 더불어, 제 정규 2집에 있는 김민기 선생님이 만드신 '친구'라는 곡을 부른다. 또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나가 노래를 부르며 시위하는데, 시대가 많이 지났는데도 시민들의 안전과 인권 문제는 달라지지 않거나 더 나빠져 안타깝더라. 전쟁도 계속되고 있고. 그래서 존 레논의 '이매진'도 같이 부를 예정이다. 그리고 많이들 사랑해주시는 '청계천 8가'도 당연히 부른다. 초대 손님으로 포크 그룹 '레밴드'와 얼마 전 이등병의 편지 40주년 기념공연을 마친 김현성 선생님(관련 기사: '이등병의 편지' 쓴 김현성씨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다" https://omn.kr/26gi8)도 오셔서 노래를 들려주실 예정이다."
 
손현숙은 콘서트를 앞두고 음반 마무리와 콘서트 준비로 매일 바쁘다며 조금 걱정도 됐고, 니체의 철학을 음악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곧 나는 니체와 대화를 나눈 수많은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니, 그냥 내가 만난 니체를 보여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또 어차피 건너가는 존재인 만큼, 몰락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손현숙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맞이할 몰락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손현숙 <노래이야기 3-니체와의 대화> 발매 콘서트 포스터

손현숙 <노래이야기 3-니체와의 대화> 발매 콘서트 포스터 ⓒ 손현숙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손현숙 <노래이야기 3 -니체와의 대화> 발매 콘서트
홍대 소극장 스페이스 한강
2023.12.15(금) 19:30
손현숙 니체와의대화 프리드리히니체 청계천8가 가수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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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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