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 소니 픽쳐스

 
1793년 프랑스 혁명으로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 오르며 왕권이 무너진다. 그 현장에 있던 코르시카 출신의 장교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은 국가를 위해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주변의 신임과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한다.
 
한편, 사교 파티에서 첫눈에 반한 조제핀(바네사 커비)과 친분을 쌓아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결혼 직후 이집트로 원정 떠난 사이 새 신부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 늦게 알게 된 나폴레옹은 프랑스의 조롱거리가 된다. 무너진 자존심을 붙들고 조제핀을 추궁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이번만은 넘어가기로 약속한다. 둘 사이의 끈질긴 관계의 서막이 오르게 된 거다.
 
섬 출신 흙수저였지만 비상한 전술 능력을 인정받고 국민 영웅이 된 나폴레옹은 쿠데타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후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프랑스의 위상은 높아져만 간다. 그러나 조제핀과 15년간 부부로 지냈지만 후계자가 없어 결국, 눈물의 이혼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둘은 부부에서 친구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평생 연서를 주고받으며 힘이 되어주는 소울메이트가 되어가지만 나폴레옹이 유배지로 떠나며 위기를 맞는다.
 
리들리 스콧, 나폴레옹의 색다른 재해석
  
 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 소니 픽쳐스

 
명장과 명배우가 만난 <나폴레옹>은 숙원사업으로 꿈꿔 온 리들리 스콧의 일생일대 프로젝트다. 러닝타임에 파란만장한 생애를 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던 까닭에 선택과 집중을 취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당하는 시점부터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30여 년 중 역사적인 순간의 재현과 심리적인 변화를 드라마틱 하게 구현했다.
 
영화는 나폴레옹과 조제핀의 끈질긴 관계에 중점을 둔 심리 서사가 실화의 매력보다 우위에 있다. 실존 인물을 맛깔나게 캐릭터화하는 명장의 손길이다. 다수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스스로 황제가 되었지만 한 여인을 광적으로 집착했던 나약한 남자로 다뤘다. '프랑스, 군대, 조제핀'이란 마지막 유언에서 영감받아 뼈대를 완성한 것 같다.
 
나폴레옹은 죽은 지 200년도 지났지만 여전히 평가와 인기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전쟁광과 전쟁영웅, 최고의 전략가와 잔혹한 침략자, 그리고 사랑꾼. 다채로운 수식어의 주인공이다. 생전 많은 어록과 그림, 전투와 전술을 남겼으며 주변국과 전쟁을 반복하며 프랑스를 유럽 강국으로 만들었다. 그 뒤에는 300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숫자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엔딩크레딧 직전 각각 전투와 전사자를 숫자로 환산한 자막은 명장의 견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나폴레옹을 서양의 명장으로만 기억했다면 다소 당황할 수 있겠다. 위인이기보다는 인간 나폴레옹으로 탐색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의 관계처럼 영웅(왕, 황제)과 살인마의 느슨한 경계를 탐색했다. 강압적인 엄마와 좀처럼 가질 수 없는 아내 사이에서 불안함을 감춘 리더, 눈물 마를 날 없던 복잡한 내면, 로맨티시스트와 사디스트의 경계를 넘나든다. <글래디에이터>의 황제 코모두스에 이어 호아킨 피닉스가 나폴레옹을 재해석하는 데 성공했다. 사랑의 이름으로 버렸다가도 금세 되돌아와 감정과 신체를 착취하는 조제핀과 관계를 세심하게 묘사했다.
 
바네사 커비가 연기한 조제핀은 파격적인 커트 헤어스타일과 우아함을 뽐내며 인상적인 황후로 남게 되었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낸다. 세상을 휘어잡은 황제를 정복한 강렬한 카리스마로 매혹적인 분위기를 주도한다.
 
전쟁 장면... 스크린에서 만끽하길
  
 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 소니 픽쳐스

 
<글래디에이터>나 <킹덤 오브 헤븐> 같은 웅장한 전투신이 생각만큼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볼만한 대규모 전투는 '아우스터리츠'와 '워털루 정도'다. 아우스터리츠 전투는 얼어붙은 강 위에서 뛰어난 전술로 승리로 이끈 리더십을 보여준다. 워털루 전투에서는 네모반듯한 영국군 방진형 대형으로 처참히 무너지는 모습을 재현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답게 사실적이고 잔인한 전투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IMAX 포맷도 개봉하니, 큰 스크린에서 만끽하는 것도 좋겠다.
 
애플TV+ 오리지널 영화로 OTT 구독자에게 공개되지만 사전 개봉해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 마틴 스콜세이지의 <플라워 킬링 문>과 같은 사례다. 소니 픽처스 코리아가 극장 배급을 맡았고, 애플 TV+에서 스트리밍 독점 서비스될 예정이다. 애플 TV+ 에서는 250분 감독판을 선보인다.
 
157분 극장 상영 버전은 조제핀의 전사가 축약되어 있는 것 같다. 전남편 사이에 아이 둘이 있지만 나폴레옹 사이에서는 왜 아이가 없는지, 혼인하자마자 외도로 인해 믿음을 저버렸는지 등 생략되고 불친절한 조제핀 서사가 걸림돌이다. 감독판에서 그 의문을 어느정도 해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감독판 공개 일은 미정이다.
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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