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한 염기훈 감독 대행 2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마지막 38라운드 수원 삼성과 강원FC 경기에서 0-0으로 무승부를 거두며 2부 리그로 강등된 수원 삼성 염기훈 감독 대행이 고개를 떨군 채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침통한 염기훈 감독 대행 2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마지막 38라운드 수원 삼성과 강원FC 경기에서 0-0으로 무승부를 거두며 2부 리그로 강등된 수원 삼성 염기훈 감독 대행이 고개를 떨군 채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끝내 2부리그로 강등 당했다. 한때 프로축구 전통의 명가를 자부하던 수원으로서는 창단 이후 초유의 사건이다. 또한 이는 축구만이 아니라 2010년대 이후 처참한 동반 몰락을 거듭하고 있는 삼성 스포츠단의 현 주소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12월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3' 파이널라운드B(하위 라운드) 최종전에서 수원은 강원에 0대 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간 11위였던 수원FC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1대 1로 비겼다. 잔류 경쟁을 벌이던 수원 삼성-수원FC-강원이 최종전에서 모두 똑같이 승점 1점씩을 추가하며 순위변동은 없었다.
 
이로써 수원 삼성은 승점 33점(8승 9무 21패), 최하위인 12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다음 시즌 2부리그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됐다. 10위는 강원(승점 34점)이 차지했고 11위 수원FC(승점 33점)은 수원 삼성과 승점이 같으나 다득점에서 앞섰다. 강원은 김포, 수원FC는 부산 아이파크와 승강 PO에서 운명을 결정하게 됐다.
 
수원 삼성의 강등은 K리그에 있어서도 큰 충격이다. 수원은 1995년 창단 이후 축구는 물론이고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로 명성을 떨쳐왔다. K리그1 우승 4회, FA컵 5회, 리그컵 6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회 정상에 올랐다.
 
전성기에는 막대한 투자와 지원을 바탕으로 스타급 선수들을 싹쓸이하며 스페인 프로축구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 빗대 '레알 수원'이라 불릴 정도였다. FC서울과의 슈퍼매치, 전북현대와의 공성전, 성남과의 마계대전, 수원FC와의 수원 더비 등 화제성 높은 라이벌전으로 K리그의 흥행을 이끄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공식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를 비롯한 수원 팬덤은 K리그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들로 꼽혔다.
 
하지만 수원의 운영주체가 다른 종목의 삼성 산하 스포츠단들과 마찬가지로 2014년부터 본 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면서 서서히 추락이 시작됐다. 구단 운영 기조가 달라지면서 우승을 위한 투자보다는 효율성을 명목으로 한 사실상의 현상유지에만 급급했다. 스타급 선수들은 하나둘씩 팀을 떠났고 그나마 키워낸 유소년 육성 선수들도 이제는 리그 경쟁팀이나 해외 구단에 빼앗기는 신세가 됐다.
 
약 10년 전만 해도 리그 총연봉 1위를 달리던 수원의 스쿼드는 2022년 기준 8위로 리그 중하위권 수준까지 추락했다. 이제 수원은 더 이상 이름있는 국가대표급 스타 선수들이나 거물급 외국인 선수들이 우선 순위로 오고 싶어하는 구단이 아니다. 또한 구단에서 선수로 뛴 경험이 있는 자팀 레전드들을 감독으로 영입하는 순혈주의(리얼 블루) 감독 영입 정책도 줄줄이 실패하며 '감독들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수원이 마지막으로 리그 정상에 오른 것은 2008년으로 무려 15년 전이다. 2010년대에는 간간이 FA컵 우승은 차지했지만 더 이상 리그 우승권에서 경쟁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어졌다. 올해 이전 지난 6시즌간 수원의 리그 순위는 6-8-8-6-10-12위였다. 상위스플릿에 꼴찌로 턱걸이하거나 하위스플릿에서 강등 경쟁을 하는 게 더 익숙한 팀이 되어버렸다.
 
수원은 지난 시즌도 10위에 그치며 창단 첫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그나마 FC안양을 꺾고 강등 위기에서 기사회생했지만, 큰 위기를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13골을 기록했던 국가대표 공격수 오현규를 올해 초 셀틱(스코틀랜드)으로 보내고도 전력보강에 실패했다. 올 시즌 외국인 농사도 뮬리치(4골), 바사니(3골) 영입 등이 줄줄이 실패로 끝났다.
 
2023시즌 수원은 초반부터 일찌감치 꼴찌로 추락했다. 개막 7경기 연속 무승(1무 6패)에 그치자 곧바로 이병근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최성용 감독 대행을 거쳐 김병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성적이 나아지지 않자 또다시 경질됐다. 마땅한 감독감을 구하지 못한 수원은 결국 강등이 코앞에 닥쳐온 위기에서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플레잉 코치이자 구단 래전드인 염기훈을 감독 대행으로 선임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염기훈 대행은 막판 3경기에서 2승 1무를 거두며 나름 선방했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또 한번의 기적을 이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감독이나 선수들의 탓만이 아니라, 결국 확실한 계획이나 장기적인 비전 없이 그때그때 감독 교체 등과 같은 미봉책으로만 일관해오던 근시안적인 구단 운영이 결국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연도 불운도 아닌 2부 강등

수원이라는 거함의 침몰은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사실상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위기가 있었고, 변화와 혁신을 위한 기회도 충분했다. 그러나 구단과 모기업은 그 경고음을 철저히 무시했다. 2부 강등은 우연도 불운도 아닌, 무능했던 수원이 스스로 자초한 업보이자 필연이었다.
 
더 나아가 이는 축구단의 문제만이 아닌 삼성 스포츠단 전체의 방향성과도 관련되어있다. 한때 스포츠 분야에 있어서도 항상 '일등주의'를 표방했던 삼성이었지만 현재 산하 스포츠단은 2023년 현재 4대 스포츠 각 종목을 통틀어 모두가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야구의 삼성 라이온즈는 2010년대 전반기 정규리그 5연패, 한국시리즈 4연패의 위업을 이뤄냈지만 2016년 이후로는 9-9-6-8-8-3-7-8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에 그쳤다. 최근 8년간 가을야구 진출은 단 1번 뿐이었다.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추락인지 비교하자면, 2016년 이전까지의 삼성은 34년간 가을야구에 탈락한 것이 모두 합쳐도 단 5번, 최저성적이 6위가 단 1번(1996년)에 불과할 만큼 리그의 대표적인 강팀이었다.
 
또한 남자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는 2016-17시즌 준우승을 끝으로 최근 6시즌간 7-10-7-7-10-10위를 기록했다. 6년 연속 6강플레이오프에 탈락했고 꼴찌만 3번이었다. 2021-22시즌에는 9승 45패(승률 .167)로 구단 역사상 최악의 승률을 경신하기도 했다. 현재 진행중인 2023-24시즌도 3승 13패(.188)로 리그 9위에 그치며 여전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남자배구의 삼성화재 역시 V리그 통산 최다 8회 우승에 빛나는 강호였지만, 2018-19시즌부터 최근 5년간은 7개구단중 4-5-7-6-7위에 그쳤다. 그나마 현지 진행중인 2023-24시즌에는 3위(8승 4패)로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다른 종목보다는 약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 모든 것이 제일기획 체제 이관 이후의 삼성 스포츠단에서 동시에 벌어진 일들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또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야구와 농구는 승강제가 없지만, 축구는 1부리그로 돌아올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으며, 올라와도 또 강등될 수 있다. 승강제 도입 이후 기업구단으로 벌써 두 번이나 강등 당하고 이제는 2부리그에 있는 기간이 더 길어진 부산 아이파크가 대표적인 예다. 모기업에서부터 근본적인 혁신과 체질개선이 없다면 수원 축구와 삼성 스포츠단의 흑역사는 어쩌면 앞으로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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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강등 제일기획 삼성스포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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