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가 신한은행을 개막 7연패의 늪에 빠트리며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김완수 감독이 이끄는 KB 스타즈는 30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홈경기에서 77-53으로 대승을 거뒀다. 전반에만 48-18로 무려 30점 차의 스코어를 벌렸을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KB는 파죽의 5연승 행진과 함께 시즌 일곱 번째 승리를 챙기며 공동선두였던 우리은행 우리원을 반경기 차이로 제치고 단독 선두에 등극했다(7승1패).

우리은행은 박지수가 단 16분 10초만 소화하고도 17득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슛을 기록했고 이날 프로 데뷔전을 치른 전체 1순위 신인 고현지는 6득점 1리바운드 1스틸 1블록슛으로 '프로의 맛'을 느꼈다. 그리고 이날 19분을 뛴 이 선수는 5개의 3점슛을 적중시키며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20득점을 올렸다. 지난 시즌 이소희(BNK 썸)에게 내줬던 3점슛 여왕 자리를 되찾으려 하는 KB의 슈터 강이슬이 그 주인공이다.

강이슬 등장 이전 난립했던 3점 여왕들
 
 강이슬은 KB 이적 후 두 시즌 동안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강이슬은 KB 이적 후 두 시즌 동안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년이 넘는 여자프로농구 역사에서 단 한 번(마리아 스테파노바) 밖에 나온 적이 없었을 정도로 한국의 여자농구에서 덩크슛은 거의 보기 힘들다. 대신 여자농구에서는 호쾌한 3점슛이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팬들을 열광시킨다. 3점슛 성공률은 시도를 적게 한 선수가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지만 최다 3점슛은 그만큼 많은 3점슛을 시도해야 한다. 매 시즌 리그 최다 3점슛 경쟁이 여자농구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다.

2007년 겨울리그까지 양대리그로 치러졌던 WKBL이 단일리그로 통합된 이후 가장 먼저 3점슛 여왕에 오른 선수는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고 현재는 BNK를 이끌고 있는 박정은 감독이었다. 2007-2008 시즌 34경기에서 33.8%의 성공률로 79개의 3점슛을 적중시킨 박정은 감독은 KB에서 활약했던 '총알낭자' 김영옥(78개)을 제치고 3점슛 1위에 올랐다. 박정은 감독은 2009-2010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으로 3점슛 여왕에 올랐다.

2010-2011 시즌에는 김영옥이 34.3%의 성공률로 84개의 3점슛을 적중시키며 박정은의 3점슛 여왕 4연패 등극을 막았다(김영옥은 3점슛 1위에 오른 후 곧바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김영옥이 은퇴한 2011-2012 시즌에는 지난 11월 19일 은퇴식을 치른 한채진이 38.8%의 성공률로 81개의 3점슛을 적중시키며 새로운 여왕에 등극했다. 한채진은 2012-2013 시즌에도 3점슛 74개를 기록하며 두 시즌 연속 3점슛 여왕에 올랐다.

2013-2014 시즌에는 우리은행 왕조의 주역인 '또치' 박혜진이 등장했다. 박혜진은 12.6득점 4.9리바운드 3.7어시스트로 우리은행의 통합우승을 이끌며 데뷔 첫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던 2013-2014 시즌 34.9%의 성공률로 73개의 3점슛을 기록하며 한채진과 변연하(BNK 수석코치, 이상 64개)를 제치고 첫 3점슛 1위를 차지했다. 박혜진은 2016-2017 시즌에도 69개의 3점슛을 기록하며 또 한 번 3점슛 여왕에 등극했다.

3점슛은 골밑을 지배하는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 국내 선수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문이다. 하지만 2015-2016 시즌에는 3점슛마저 외국인 선수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우리은행에서 활약했던 쉐키나 스트릭렌이 35.2%의 확률로 76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72개의 강아정을 제치고 3점슛 1위에 올랐던 것이다. 이는 단일리그 전환 이후 외국인 선수의 유일한 3점슛 1위 기록이다.

이소희에게 빼앗긴 3점 여왕, 되찾을 수 있을까
 
 강이슬은 11월30일 최하위 신한은행전에서 71%의 성공률로 5개의 3점슛을 적중시켰다.

강이슬은 11월30일 최하위 신한은행전에서 71%의 성공률로 5개의 3점슛을 적중시켰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12-2013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외환(현 하나원큐)에 지명된 강이슬은 프로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적응기간을 갖다가 3년 차 시즌이던 2014-2015 시즌부터 하나외환의 주전으로 도약했다. 2014-2015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무려 47%의 성공률로 98개의 3점슛을 적중시킨 강이슬은 데뷔 첫 3점슛 여왕에 등극하면서 박정은과 김영옥, 변연하를 잇는 WKBL을 대표하는 새로운 슈터의 등장을 알렸다.

2015-2016 시즌과 2016-2017 시즌 두 시즌 연속으로 3점슛 부문 3위에 머물며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던 강이슬은 2017-2018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강이슬 시대'를 열었다. 2017-2018 시즌 41.1%의 성공률로 101개의 3점슛을 적중시키며 3점슛 여왕 자리를 되찾은 강이슬은 2021-2022 시즌까지 5시즌 연속으로 3점슛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021년 4월에는 KB로 팀을 옮기는 신상의 변화가 있었지만 강이슬의 슛감각은 여전했다.

하지만 강이슬은 팀의 에이스 박지수가 공황장애 후유증과 손가락 부상으로 9경기 출전에 그쳤던 지난 시즌 이소희라는 새로운 라이벌을 만났다. 170cm의 작은 신장과 2000년생의 젊은 나이에도 지난 시즌 37.6%의 성공률로 77개의 3점슛을 기록한 이소희는 주전도약 후 가장 낮은 29.9%의 성공률로 56개를 기록한 강이슬을 제치고 새로운 3점슛 여왕에 등극했다. 강이슬은 팀의 추락과 함께 5시즌 동안 지켰던 여왕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계약기간 3년 연봉 총액 3억5000만 원에 KB와 재계약한 강이슬은 이번 시즌 3점슛 여왕 자리를 되찾기 위해 시즌 초반부터 열심히 3점슛을 적립하고 있다. 11월 29일까지 17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이소희, 신이슬(삼성생명)과 3점슛 공동 1위를 달리던 강이슬은 30일 신한은행전에서 7개의 3점슛을 던져 5개를 적중시켰다. 8경기에서 22개의 3점슛을 기록한 강이슬은 다시 3점슛 부문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이소희와 신이슬 같은 2000년대생 신예들과 경쟁하고 있지만 사실 강이슬은 1994년생 만 29세로 슈터로서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다. 박정은도 한채진도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3점슛 1위에 올랐고 나이가 들어 3점 능력이 더 좋아지는 선수도 적지 않은 만큼 외곽슛은 나이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강이슬이 한 시즌 만에 3점슛 여왕 자리를 되찾으며 통산 7번째 3점슛 1위에 도전하기에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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